글•사진 김기현(서울대 문리대산악회 OB) 둘째날 아침 충분히 숙면을 취하고 8시쯤 일어났다. 전날 산행으로 다리는 조금 아팠지만 컨디션은 괜찮았다. 그리고 간절한 마음이 통했는지 창밖에 눈발이 조금씩 흩날리고 있었다. 전 날 전호나물을 많이 먹어 그런지 화장실도 잘 다녀오고 9시쯤 아침식사로 소머리국밥을 먹었다. 식사 물가는 비싼 편이었지만 대체로 맛있었다. 이번에는 나리분지에서 출발했는데 들머리에 도착해 보니 산 위로 쌓인 눈들이 제법 보여 신이 났다. 큰 기대 없이 갔으나 이번 시즌 스키를 열심히 타서 그런가 하늘이 나에게 행
글•사진 김기현(서울대 문리대산악회 OB) 산악스키를 처음 접한 것은 2018년 여름 데날리(6,194m) 원정을 가면서다. 용평스키장이 폐장하고 나서 최근에 남극을 성공적으로 다녀오신 김영미 선배가 기본적인 장비 사용법과 업힐 방법을 알려주었다. 맛있는 밥도 사주시고 데날리 책자도 빌려주셨다. 국내에서 몇 차례의 훈련을 하고 알래스카 현지에 가서도 한 번 예행연습을 거쳤다. 업힐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무거운 짐 썰매를 끌고 가는 것이 어색하기는 했지만 걸어가는 것보다는 훨씬 편했다. 캠프3까지 스키로 잘 올라갔고 정상 등정도 모
저 푸른 물결 외치는 거센 바다로 떠나가는 배 내 영원히 잊지 못할 님 실은 저 배는 야속하리 날 바닷가에 홀 남겨두고 기어이 가고야 마느냐. - 양중해, 中글 사진 · 김규만(굿모닝한의원 원장) #이제 피오르를 따라 달린다핀란드에서는 바람이 고요해서 자작나무 노란 이파리들은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국경 넘어 노르웨이 북쪽으로 갈수록 나무들은 앙상해져 갔다. 드디어 피오르(fjord) 협만이 가까운 락셀브(Lakselv) 사거리에 당도해서 약간 직진하면 작은 공항이 나오고, 좌회전 우회전하면 바로 포르
국경 가까운 정거장(停車場). 차장(車掌)의 신호(信號)를 재촉하며 발을 굴르는 국제열차. 차창마다 잘 있거라를 삼키고 느껴서 우는마님들의 이즈러진 얼골들. 여객기들은 대륙의 공중에서 티끌처럼 흩어졌다. -김기림, 중글 사진 · 김규만(굿모닝한의원 원장) #노르웨이 국경에서 야영오늘은 사색이 길었다. Karigasniemi는 핀란드의 국경도시로 국경의 다리를 넘으면 노르웨이 Darvunjarga라는 작은 마을이 나오고, 단조로운 듯 다양하고, 다양한 듯 단조로운 지형을 벗 삼아 달렸다. 200km를 훨씬 더 넘게 달
아비가 돌아왔다. 제삿밥 물린 지도 오래 청춘의 떫은 찔레 순을 씹으며 시린 뼈마디 마디 가시를 내밀며 산사나이는 지리산에서 내려왔다.흑백 영정사진도 없이 코끝 아찔한 향을 올리며 까무라치듯 스스로 헌화하며 아직 젊은 아비가 돌아왔다.-이원규 중에서 글 사진 · 김규만(굿모닝한의원 원장) #찔레꽃 하얀 꽃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던 부푼 봄날이 가면 짙은 성장을 한 여름이 온다. 철쭉이 진 산에는 아카시아 하얀 꽃이 상쾌한 향을 날리고 있다. 다소곳이 한적한 길과 산기슭에서 처연하게 핀 찔레꽃은 보릿고개, 화약 냄새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김소월 작사, 안성현 작곡 〈엄마야 누나야〉 중에서 #겨울전쟁에서 소련군을 떨게 한 하얀 사신들!핀란드는 강대국 사이에 끼어서 이리 차이고 저리 치이면서 현명한 대처로 평화와 번영을 이룬 ‘작은 고추가 매운’ 대표적인 강소국(强小國)이었다. 인구 5백5십만 명을 겨우 넘는 작은 나라가 700년 이상 외세의 지배를 받았음에도 꿋꿋하게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잘 지켜왔다.러시아는 1812년에 벌어진 조국전쟁(나폴레옹과의 전쟁), 1
순진한 데카브리스트와 투르게네프의 '잔인한 착각' 글 사진 · 김규만(굿모닝한의원 원장) 파리에 간 데카브리스트의 성장통나폴레옹이 러시아에서 철수하자 그동안 얻어맞고 당하기만 해서 독이 오른 연합군(러시아, 오스트리아, 영국, 프로이센, 스웨덴, 스페인, 포르투갈)은 1813년 라이프치히 전투에서 나폴레옹 군대를 박살냈다. 1814년 4월 파리까지 진격해 나폴레옹을 폐위시키고 엘바섬으로 유배를 보낸 러시아 청년 장교들은 조국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졌다. 진주군으로 반년가량 파리에 주둔하며 수준 높은 삶과 문화, 학문과 예술 등은
그 날이 오면,학들과 함께 나는 회청색의 어스름 속을 끝없이 날아가리! 20년 동안 메마르고 삭막한 고산준령에서 풍찬노숙하며 AK-47(칼라슈니코프 자동소총)과 RPG-7(휴대용 대전차 유탄 발사기)을 멘 깡마른 탈레반들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Kabul)에 재입성했다. 세계 최강국이었던 소비에트연방, 미국이 폭망하고 허겁지겁 떠났다. 전지전능(全知全能)하신 그들의 신은 죽었는가? 아니다! 세상을 지배하는 강자들이 가난하고 굶주리며 병들어 영양실조에 걸려 휘청거리는 약자들을 향해 총을 쏘고 15억(130만$) 하는 토마호크 미사
죽음을 부르는 매혹적이면서 가장 잔인한 AK-47 글 사진 · 김규만(굿모닝한의원 원장) 러시아는 넓고, 춥고, 배고픈 땅이었다. 너무 오래되어 볼세비키(다수)들의 유전자에 각인된 허기와 고통과 억압을 잠시 달래주는 것이 보드카다. 승자독식(勝者獨食)한 멘세비키(소수)들의 오랜 차별과 착취에 저항하는 상징이 AK-47 자동소총이었다. 그들은 AK-47의 카피라이트(copy right) 대신 카피레프트(copy left)를 허용하며 혁명 상품의 사은품처럼 AK-47을 뿌렸다. 정품과 불법 복제품들이 활개를 치면서 2억정이 넘는 살인병
카누로 걸어 보는 전국의 물길, 대한민국 카누 원정대 출범! 지난 32년 동안 은 백두대간, 정맥, 정간의 산길을 누비며 백두대간을 알리는 일에 누구보다도 앞장서 왔다. 산과 산 사이에는 계곡이 있고, 그 계곡의 물이 모여 강을 만들어 낸다. 산이 높을수록 계곡은 깊고, 강은 길게 이어진다. 이제 과 함께 카누를 타고 전국의 물길을 걸어보려 한다. 글 · 김석우 편집위원 사진 · 정종원 기자 카누를 타는 사람을 카누이스트(Canoeist)라고 하지만 또 다른 표현으로 워터 워커(Water Walker)라고도
두 바퀴로 이어진 국경 없는 우정청주~금강 자전거길~변산~영산강 자전거길~목포 485km 2017년 남미 자전거 여행을 한 최인섭씨(본지 필자)가 콜롬비아에서 인연을 맺었던 크리스티안이 한국을 방문, 5박 6일 동안 자전거 여행에 나섰다. 함께 자전거를 탄 한국인(최인섭)과 콜롬비아인(크리스티안)의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 자전거 여행기를 2회에 걸쳐 싣는다. 이번 호는 크리스티안의 스페인어 원고를 한국인 부인 이선정씨가 번역한 글이다. 글 사진 · 크리스티안(콜롬비아 산탄데르 산업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자전거에 대
도스토옙스키의 뮤즈, 안나 그레고리예브나 겨울의 추위와 밤의 어둠이 몸에 스며 시리고 저리고 쑤시고 아픈 상한(傷寒)에는 발산(發散)하고 통(通)해주는 보드카(Vodka)가 필요하다. 이반뇌제나 스탈린의 공포정치가 만든 생사가 걸린 죽음의 공포가 삶을 억누르면 생육하고 번성케 하는 삶의 본능인 섹스(sex)로 극복해야 한다. 러시아의 음악과 문학 등 예술이 너무 무겁고 장중하며 이성적이고 절제되게 느껴지면 약간 헝클어줄 수 있는 보드카가 필요하다. 때로는 보드카와와 섹스를 바꿔서 적용할 수 있다. 러시아는 무겁고 장중하며 엄격하고
인류에게 베풀어진 영혼의 세례 이슬람 연금술사들은 알렘빅(Alembic, 증류기)으로 포도주나 맥주 같은 발효주에서 영혼(Spirit)을 끄집어냈다. 그들은 총명했다. 물은 100도에서 끓지만, 알코올은 78도에서 끓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알콜(에탄올)을 추출해서 우울하고 억울하며 답답하고 가슴 터지는 인류에게 보급했다. 칭기즈칸의 몽골군은 이란의 아바스 왕조를 정복해 일한국(1243~1502)을 세우고 전리품으로 증류기를 들고 왔다. 킵차크한국에 전해져 러시아의 보드카가 나왔으리라. 몽골침략 때 들고 온 알렘빅으로 개경 안동 탐라
러시아의 냉정과 열정 사이, 이반 뇌제와 예카테리나 여제더워서 늘어지고 나태해지는 열대지방에는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공포기제가 어울린다. 카스트로, 장제스, 가다피, 리콴유, 수하르토 등의 독재자들은 그것을 활용해 장기집권을 했다. 그렇다면 스칸디나비아 국가, 러시아 같은 북쪽 나라는 어떨까? 러시아를 공포에 떨게 한 이반 뇌제(雷帝)와 뜨거운 사랑의 여제(女帝) 예카테리나 중 누가 더 어울릴까?글 사진 · 김규만(굿모닝한의원 원장) # 전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 이반 뇌제(雷帝)바실리의 첫째 아들 이반 4세가 태어날 때 크렘린 위
돌로미티의 말안장, 셀라 설원을 활강하다! 글 사진 · 임덕용(꿈속의 알프스 등산학교) 108번뇌, 백팔번뇌(百八煩惱) 불교에서는 108개의 알로 염주를 만들어 돌리면서 삼보를 생각하면 108번뇌를 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자신의 마음인 일심의 회복을 강조한다. 비단 염주뿐만 아니라 종종 절에서 행하는 특수한 기도법인 ‘108배’ 또한 바로 이 108가지 번뇌를 순환시키기 위해 하는 것이다. 기도라는 게 은근히 고통스러운 일이고 108개의 번뇌를 해소하려면 기도를 108번 올려서 그 고통으로 108개의 번뇌가 가져다주는 고통을
하얀 꿈을 뿜으며 달리던 증기기관차의 추억 조용하고 한가로워서 약간 지루해 보이는 마을에 어린 꼬마는 늘 기차를 타고 먼 곳 낯선 도시로 떠나는 꿈을 꾸곤 했다. 교과서 중 제일 고급스러운 종이로 인쇄된 지리부도를 볼 때마다 마음도 함께 그 현장으로 달려갔다. 안드로메다의 어느 별을 향해 막막한 어둠 속을 달려가는 ‘은하철도999호’처럼 칙칙폭폭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달리는 기차를 타고 미지의 세계(Another world)를 향해 달려가고 싶었다. 글 사진 · 김규만(굿모닝한의원 원장) # 미지의 세계 북쪽 대륙으로 데려다주는 기
강을 걷는 자, 낭만 가득한 그 이름 글 · 김석우 편집위원 사진 · 김영선 사진작가 카누를 타는 사람을 카누이스트(Canoeist)라고 합니다. 그리고 워터 워커(Water Walker)라고도 합니다. 카누를 타고 가는 속도가 사람의 걷는 속도와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카누는 강을 걸어서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입니다. 강을 걷는 자, 낭만 가득한 이름입니다. 떠나는 봄이 아쉬워, 벚꽃 가득한 섬진강변을 카누로 걸어봅니다. Before Corona, After Corona서기(西紀)는 예수님이 태어나기 전이 BC(Befo
천 년의 시간이 봉인된 코카서스산맥을 오르다 글 사진 · 김산환 아웃도어 전문 여행작가 취재협조 · 주한 조지아 대사관 과연 올라갈 수 있을까? 코카서스산맥 깊숙한 품에 자리한 메스티아로 가는 유일한 길이 오전까지 내린 폭설로 길이 막혔다. 크고 작은 눈사태와 무거운 눈에 부러진 나뭇가지가 도로를 가로막았다. 여기에 월동장비도 갖추지 않은 차량들까지 한데 뒤엉켜 메스티아로 가는 길이 요원해 보였다. 조지아 스키 취재를 도와주고 있는 가이드 데이빗이 구다우리로 돌아가는 게 어떻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이유
히말라야에서 타는 스키의 맛 2002년 산악스키를 처음 경험한 이래 2006년 데날리를 산악스키로 올랐고 오트루트도 다녀수 차례 다녀왔지만 좀더 오르고 싶은 욕구가 일었다. 히말라야, 특히 마나슬루를 산악스키로 오를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을 시험해보기 위해 메라피크를 오르기로 했다. 이석주, 손영상 선배와 팀을 ‘화이트 스페이스’라는 팀을 꾸려 11월 히말라야를 향했다. 글 사진 · 강정국(화이트스페이스) ‘어떻게 오를 것인가?’ 사람마다 산을 오르는 방식은 다양하다. 우리는 산을 오르기 위해 다양한 등반을 배우고 경험하는데, 먼저
바이크패킹 _ 동해안 자전거도로땡볕에 동해안 자전거길 탐사기 3 호산에서 포항까지 약 190km, 마지막 무더위와 함께 달렸다광복절이 낀 연휴, 아침 첫차를 타고 출발했지만 장대비가 오가는 궂은 날씨 탓인지 버스는 예정보다 한참 늦은 시간에 한적한 강원도 끝 마을 호산터미널에 도착했다. 하늘에서는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다 말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오늘은 또 무슨 하늘의 조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스마트폰의 일기예보를 들여다보지만 구름에 우산 표시만 한 가득이다. 비가 나쁘지 만은 않다. 이 더위에 시원하게 쏟아지면 그 또한 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