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느다란 물줄기 한 가닥이 수직으로 떨어진다기보다 오색 깃발의 타르초처럼 흩날리는 비폭(飛瀑)을 지나, 쑥 앞으로 기울어 들이덮칠 칼벼랑 밑을 후딱 잰걸음으로 통과하자 한 마을이 나타난다. 느긋이 좌우로 에굽는 길 왼쪽에 쀼죽쀼죽 거친 막돌을 쌓아 올린 돌담이 꺼무트름하고, 오른쪽엔 글자 하나하나가 한 아름의 뭉우리돌 크기로 뭉글거리는 마니석이 희끗희끗하다. 쿰부의 찬바람을 막아 주리만치 높지는 않은 돌담은, 여리고 무른 발바닥의 먼뎃손들을 위해 히말라야인들이 너덜길을 비단길로 만드느라 그러모아 쌓은 거 아니겠나.벵칼(Benkar)
글•사진 배두일 편집위원소용돌이치는 흙탕물이 뭐라도 집어삼키려 발밑에서 으르렁대고, 골바람 따라 춤추는 출렁다리가 좀만 기다려 보라며 엉거주춤한 몸뚱이를 떨구려 나부대는, 해묵은 기억의 영상이 머릿속에서 출렁거린다. 히말라야 트레킹의 명물 출렁다리가 처음으로 눈앞에 나타나, 타도코시(Thado Koshi) 계곡의 아찔한 허공을 가로질러 건들건들 먹잇감을 기다린다. 좁다란 쇠 판때기를 다닥다닥 다릿널로 잇댄 바닥과, 촘촘한 철망으로 어깨높이까지 올려 막은 양옆 난간을 오롯이 지탱하는 두 가닥 쇠줄은, 그 많은 쇳더미 등쌀에 등골이 휘
글•김동규(경희대 산악회 OB) 사진•우제봉((주)한진광광). 새해의 첫날을 우리나라에서는 ‘설날’이라 부른다. 지난해의 묵은 때를 씻고 새 옷을 입으며 새로운 마음으로 맞이한다. 섣달 그믐밤은 하얗게 새야 한다. 빌린 돈이 있으면 전날까지 모두 갚아야 하고 묵은 원한도 청산해야한다. 동쪽에서 떠오르는 해도 어제의 해가 아닌 새로운 해다.‘설다’는 ‘깨끗이 정화하다,’를 말한다. 여기서 파생한 ‘설거지하다’가 있다. 깨끗이 정화시키는 것,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태초에 하늘에서 태어나던 때로 돌아가는 것이다.
글•사진 배두일 편집위원 루클라에서 차우리카르카를 지나 북서쪽으로 줄곧 엇비슷이 내려가던 길이 툭 앞이 트이며 가슴까지 열리는 산코숭이에 닿는다. 왼쪽 끄트머리에 아담하지만 창 넓은 카페 하나가 햇살 비끼는 골짜기를 그윽이 굽어보고 있다. 커피 향 은은히 감도는 히말라야를 음미해 보고픈 맘이 굴뚝같지만, 다리쉼하기엔 너무 이른 때라 코만 킁킁거리며 지나친다.카페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북향길로 접어들자, 멀리 하늘이 열리며 한 덩이 솜구름인 양 흰 봉우리가 뭉실하다. 지금껏 왼쪽에서 내내 동행한 누플라보다 더욱 미끈한 삼각형의 하얀
글•사진 배두일 편집위원 싱그러운 햇살 속에 루클라 동네 어귀서부터 내리막길이 부드럽게 굽어 돌아 금세 발길이 사뿐해진다. 고산병, 체력, 추위 걱정으로 어수선산란하던 마음도 어느새 히말라야의 품으로 빨려든다. 바로 옆 산기슭엔 우북수북 늘푸른나무가 우거지고, 널찍한 길바닥엔 여전히 널돌이 깔려 발부리에 걸리적거릴 게 없다. 길섶 사이사이의 갈잎나무들은 3월도 중순이건만 어느 가지에 움튼 잎사귀 하나 없이 앙상하다.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보다 아래쪽인 네팔은 아열대몬순기후인데, 하늘이 사뭇 가까운 쿰부 히말라야에선 봄이 많이 늦나
글• 사진 이태옥 프리랜서 (청맥산악회) 출발하는 날선옥 씨와 배웅 나와 준 친구들을 뒤로하고 들어서는 길은 참으로 어색했습니다. 언제나 항상 모든 일을 함께했던 이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의 여정이 기대도 걱정도 됩니다. 인도 공항에서의 차별적인 대우와 우리나라와는 다른 시스템에 당황하기도 하였지만,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니 어찌저찌 진행이 되어 갑니다. 낯선 곳에서 그리고 아직은 낯선 이들과 하루를 보냅니다. 카트만두에서선옥 씨와 많은 추억이 깃들어있는 네팔에 들어가는 날입니다.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비행기 차창 너머 저 멀리에
글•사진 박정용 (부산클라이밍센터)10여분째 구역질이 멈추지 않는다. 며칠째 먹은게 없어 나올 것도 없는데 말이다. 7mm로프의 끝으로 한 명씩 대원들이 내려온다. 서로 눈길을 주고받으며 이제 캠프2로 터덜터덜 비틀대며 내려왔다. 그렇게 5년 여를 준비했던 등반이 마무리 되었다. 지난 2021년 봄에 부산산악연맹 최재우회장님과의 식사중에 6,000m대의 초등원정을 제안하였다. 최회장님께서는 그것을 흔쾌히 받아주셔서 원정계획을 진행하게 되었다. 복진영(원정대장),박정용(등반대장),김대일,정지훈,박소정,손호성대원 등 선발을 시작으로 본
글•편집부 사진 •변기태(한국산악회 회장)한국산악회 카조리봉 한국 초등한국산악회에서는 지난 10월 15일부터 11월 15일까지 쿰부히말의 카조리봉(6,151m)을 남서릉과 동벽 두 개 루트를 각 4명씩 8명이 등반했다. 남서릉팀은 11월 3일 김민효(원정대장), 조경춘, 윤경미, 변기태(한국산악회 회장) 4명 전원이 등정함으로서 한국초등이 되었다. 동벽 신루트팀은 두 차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5,600m까지 진출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번에 카조리봉 정상에 오른 남서릉팀은 동벽팀 훈련에 참가했던 3명의 대원과 한국산악회 변기태
공포의 침니에서 외친 “맘마 미아 맘메” 맘마 미아(Mamma mia)는 이탈리아어로 ‘세상에, 맙소사!’ 혹은 ‘하느님 맙소사!’라는 뜻이다. 영어로 하면 ‘My mother’, 한국어로 하면 ‘어머 엄마야’ 정도의 뜻이다. 대충 영어로 ‘oh my god!’과 비슷하다. 실제로 이탈리아인들 사이에선 매우 자주 쓰이며, 갑자기 너무 놀라거나 충격적인 사건이 생길 때 또는 갑작스런 탄성에 저절로 나오는 말이다. 글 사진 · 임덕용(꿈속의 알프스 등산학교) 울산암 반 침니 루트 요반길의 추억70년대 말 국내에서도 인기 있었던 스웨덴
봄이 오는 호수 가르다의 산몬테 발도 글 사진 · 임덕용(꿈속의 알프스 등산학교) 전 세계를 공포와 죽음의 늪으로 깊게 빠지게 한 코로나19는 거의 제3차 세계대전 수준이다. 국가, 도시, 마을을 아무리 봉쇄해도 마치 스텔스 전투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게 이웃 사람들과 도시와 국가와 대륙을 허물어트렸다. 코로나19, 공포의 겨울을 맞이하다국경 없는 유럽 대륙을 선언한지 20년이 넘어 각 나라는 다시 급하게 서로 국경을 봉쇄하고, 유럽 간, 대륙 간 마스크와 의료 진단 키트를 각국 최고의 정보기관까지 동원해서 해적처럼 도둑질하기도 했다
회사 동료들과 히말라야를 만끽하다 글 사진 · 윤희선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일반인이 흔히 가는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이 있다는 사실을 접했다. ‘정말 일반인들이 히말라야에 갈 수 있을까?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기에 이 정도로 큰 인기가 있는 것일까?’ 갑자기 발동한 호기심에 찾아본 사진과 영상 속의 히말라야의 풍경들은 너무나도 환상적이었고, 한순간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결국,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은 나의 버킷리스트 1순위가 되었고, ‘언젠가는 꼭 한 번 가보리라!’ 다짐했던 게 이내 현실로 다가왔다. 우연
쭉쭉 뻗은 전나무 숲을 거닐다 ‘인도의 스위스’라는 마날리. 해발 2,000m의 산간 마을로 겨울에는 고즈넉하고 여름에는 야생화가 지천인 마을. 사방을 둘러싼 히말라야 덕에 여름에도 선선하고 아름다운 설산의 풍경은 덤이다. 고된 일정이었던 마카벨리 트레킹을 마치고 마날리를 찾았다. 글 사진 · 윤지영(㈜포카라 대표) 힘들었던 마카벨리 트레킹을 끝내고 하루를 쉰 후, 다음날 마날리로 가기로 결정하고 아침 일찍 레에 있는 뉴버스 스테이션을 찾아갔다. 이곳 지리를 모르는 나는 마카벨리 트레킹을 했던 에이전시에 찾아가 도움을 청했으나 현재
히말라야를 다시 찾는 이유 친구와 메라피크를 가고 싶다는 전화에서 이번 여행은 시작됐다. 트레킹 경험도 있고 산을 좋아해 휴학까지 했다는 두 친구의 등반은 그러나 마냥 순탄하지는 않았다. 나중에는 컨디션도 난조를 보여 많이 힘들어했다. 다행스럽게도 상태는 호전됐고 정상에도 도전했다. 이들은 메라피크 정상에 올랐을까? 이들에게 히말라야는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글 사진 · 윤지영(㈜포카라 대표) 인도 트레킹을 마치고 돌아와 밀린 업무를 하던 무더운 7월 어느 날, 사무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젊은 목소리의 남자분의 전화였다
3패스에서 만난 나의 아름다운 히말라야 EBC 트레킹을 하는 이들이 즐기는 코스로는 12일 정도 걸리는 EBC 베이스캠프·칼라파타르, 1패스 1리로 알려진 EBC 베이스캠프·칼라파타르·촐라패스·고쿄리 코스가 있다. 그리고 체력이 좋은 분들은 EBC 3패스와 3리를 모두 거치는 구간도 있다. 이 가운데 3패스를 다녀왔다. 3패스는 쿰부 히말라야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두루 볼 수 있는 코스로 꼽힌다. 글 사진 · 윤지영(㈜포카라 대표) 에베레스트 쿰부 히말라야 3패스는 쿰부 히말라야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3대 패스인 콩마라패스
히말라야 트레킹 _ 쿰부히말 사가르마타 국립공원① 루클라~추쿵 구간 임자체로 향하는 아름다운 길 사가르마타 국립공원(Sagarmatha National Park)은 네팔 북동부 솔루쿰부주 지역에 있는 산악국립공원으로 세계최고봉 에베레스트의 2분의 1정도가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웅장한 산맥과 빙하, 희귀 동물 등을 볼 수 있다. 공원 이름인 ‘사가르마타’는 산스크리트어로 ‘우주의 어머니’라는 뜻으로, 네팔에서는 에베레스트를 그렇게 부른다.글 사진 · 이재성(㈜포카라 대표) 에베레스트에
2018년 한국여성산악회 메라피크(Mera Peak) 원정 신이 허락해 잠시 다녀온 히말라야 글 · 김세옥(한국여성산악회) 사진 · 원정대 참으로 기막힌 대륙이다. 인도 북부와 중국 연안 평지 사이에 과도하게 융기된 직사각형 모양의 땅덩어리. 그 길쭉하고 네모진 융기 안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8,000m대 산이 14개나 있는 나라. 마을과 마을이 높은 산으로 이어져 평생 자신이 태어난 산기슭 오지를 떠나지 않고 사는 백성도 많은 땅. 하루 혹은 반나절은 걸어야 다음 마을에 닿을 수 있는 땅. 척박한 토지에 그림 같은 다랑이밭을 개간
히말라야 트레킹 _ 네팔 카드만두 & 포카라 사람과 산이 만나는 신계神界 글 사진 · 이재성(㈜포카라 대표) 처음 네팔을 여행했을 때 내가 느꼈던 감정은 ‘불편함’이었다. 인터넷은 물론이고 전기, 온수 등 기본적인 편의시설이 어딜 가나 좋지 않아 힘들었다. 그런데도 계속 네팔을 찾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그 답은 네팔의 사람들과 히말라야의 자연인 것 같다. 오늘도 나는 설레는 마음을 추스르며 네팔행 짐을 챙긴다.신의 보호를 받는 땅히말라야의 나라 ‘네팔(Nepal)’은 인도와 중국 티베트 자치구 사이에 있다.
해외 원정 _ 김홍빈의 안나푸르나 등반기 악천후 뚫고 빛난 희망 글 · 김홍빈(전라남도교육청) 사진 · 원정대 4월 3일 새벽 6시, 뜨거운 환송을 받으면서 선발대로 광주광천터미널에서 출발했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발대로 합류한 내 친구 정두철과 쉐펠에 홍보이사로 있을 때 인연이 된 김부현 내외가 환송을 위해 나와 있었다. 나는 식량과 장비를 구입하고, 24명의 안나푸르나 시민원정대를 마중하기 위해 공항으로 갔다. 눈사태로 데포한 장비 모두 유실4월 10일 우리는 따또바니에 도착했다. 전날
해외 원정 _ 발달장애 청소년들의 히말라야 간잘라피크 등정기‘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정상에 서다 경기도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세계의 지붕’인 히말라야산맥 간잘라피크(해발 5,675m) 등정에 성공했다. ‘2018 경기도 발달장애 청소년 극기캠프 히말라야 원정대’의 박태원 대장을 비롯한 19명의 극기캠프 대원들은 4월 27일 새벽 하이캠프(4,500m)를 출발, 오전 7시쯤 간잘라피크 등정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글 · 윤미연(발달장애 청소년 극지캠프 지도자) 사진 · 원정대 박태원 대장이 이끄는 ‘2018 경기도 발달장애 청소년
해외 트레킹 _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히말라야오지학교탐사대 글 · 김강은 사진 · 김강은, 김영식 대장 Prologue낯선 땅에서의 도전, 히말라야오지학교탐사대여기, 낯선 이국의 땅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려는 자들이 있다. 히말라야의 다양한 지역을 탐사하고 히말라야 산자락에 있는 작은 학교를 위해 의미 있는 나눔을 하려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히말라야오지학교탐사대’. 히말라야오지학교탐사대는 김영식 대장이 이끄는 팀으로, 중학교 1학년 학생부터 70대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선생님과 청소년들로 이루어졌다. 사실, 히말라야오지학교탐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