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산 < 기사목록 - 사람과산

탐세르쿠 눈구름 속 아름답고 운명적인 신화

가느다란 물줄기 한 가닥이 수직으로 떨어진다기보다 오색 깃발의 타르초처럼 흩날리는 비폭(飛瀑)을 지나, 쑥 앞으로 기울어 들이덮칠 칼벼랑 밑을 후딱 잰걸음으로 통과하자 한 마을이 나타난다. 느긋이 좌우로 에굽는 길 왼쪽에 쀼죽쀼죽 거친 막돌을 쌓아 올린 돌담이 꺼무트름하고, 오른쪽엔 글자 하나하나가 한 아름의 뭉우리돌 크기로 뭉글거리는 마니석이 희끗희끗하다. 쿰부의 찬바람을 막아 주리만치 높지는 않은 돌담은, 여리고 무른 발바닥의 먼뎃손들을 위해 히말라야인들이 너덜길을 비단길로 만드느라 그러모아 쌓은 거 아니겠나.벵칼(Benkar)
히말라야 배두일 2024.02.23 00:00
제1차 세계대전 스키 돌로미티 그란 궤라 투어

글•사진 임덕용 EU주재기자 Foto.APT Val di Fassa 1914~1918년, 제1차 세계대전 투어 격전지를 걷는 것도 좋지만 겨울철에 스키를 타면서 도는 것도 제맛이다. 얼마나 멋지고 환상적인가. 유네스코 자연 유산 (2023년 12월 26일)에 등제된 돌로미티 자연과 역사상 전쟁의 참혹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오스트리아, 헝거리, 이탈리아의 치열했던 산악 전투를 반성할 수 있는 역사 공부도 된다. 3국의 산악 부원들과 스키 부대원들의 격전지였던 카이저예거 “피의 산”인 꼴 디라나 COL di Lana 를 돌아본다. 이 스
해외트레킹 임덕용 2024.02.14 00:00
Forcella Sassolungo Via Ferrata 포르첼라 삿쏘 룽고 비아 페라타 신 루트 등반

글•사진 임덕용 EU주재기자 Fotocredit: vagardena.it 2021년에 만들어진 삿쏘룽고 비아 페라타 “포르첼라 디 삿쏘롱크” Sassolungo via ferrata "Furcela de Saslonch"는 확 트인 전망과 쉬운 어프로치와 하산 방법으로 기분 좋게 다양한 다섯 손가락 봉을 감싸며 500m를 올라가는 멋진 루트이다. 어린이들과 가족 등반하기에는 조금 어렵지만 성인들에게는 매우 신선한 새로운 돌로미티의 명품 페라타가 생겼다. '옥골선풍(玉骨仙風)'은 무엇보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표현이 담겨 있는 성어이다.
해외트레킹 임덕용 2023.11.13 07:30
남알프스를 밝히며 후지산을 빛나게 비춰주는 산

글•김동규(경희대 산악회 OB) 사진•우제봉((주)한진관광). 남알프스의 첫 번째 거점마을은 히로가와라(広河原)이다. 좁은 계곡을 타고 흐르는 노로가와(野呂川)의 강물이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곳으로 안내 센터 건물과 버스 정류장 터를 제공하고 있다. 호오산(鳳凰山) 들머리가 되는 야사신 고개, 가이고마가다케와 센조가다케의 들머리가 되는 기타자와(北沢) 고개, 아이노다케(間ノ岳) 하산 지점인 나라다(奈良田) 온천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는 곳이다. 물론 여기서 하쿠후(白鳳) 고개를 통하여 호오산을 오르고 노로가와 강에 걸친 다리를 건
해외트레킹 김동규 2023.10.30 00:00
하늘의 왕, 칸텡그리

글•사진 이재호 기자원정대원 : 김태관(아주대학교), 최선홍(인천대학교), 이재호(한국외국어대학교) 칸텡그리(7,010m, 첨봉) 천산산맥의 산으로 중국,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의 국경에 위치.1931년 우크라이나 팀, 미하일 포그레베츠키 초등. 세계 최북단 7,000m대 봉우리로 상대적으로 등반 시즌이 짧고, 날씨가 혹독하며 공기가 희박한 편이다.-편집자 주첫 고산이다. 지금까지 나에게 가장 높았던 산은 1,947m의 한라산이었다. 초면 술자리에서 피어난 용기로 시작된 것이 이번 원정이었다. 처음 해보는 원정 준비는 혼돈 그 자
해외트레킹 이재호 2023.10.27 00:00
히말라야 구름밭엔 가슴 찡한 대파, 청경채, 치커리

글•사진 배두일 편집위원소용돌이치는 흙탕물이 뭐라도 집어삼키려 발밑에서 으르렁대고, 골바람 따라 춤추는 출렁다리가 좀만 기다려 보라며 엉거주춤한 몸뚱이를 떨구려 나부대는, 해묵은 기억의 영상이 머릿속에서 출렁거린다. 히말라야 트레킹의 명물 출렁다리가 처음으로 눈앞에 나타나, 타도코시(Thado Koshi) 계곡의 아찔한 허공을 가로질러 건들건들 먹잇감을 기다린다. 좁다란 쇠 판때기를 다닥다닥 다릿널로 잇댄 바닥과, 촘촘한 철망으로 어깨높이까지 올려 막은 양옆 난간을 오롯이 지탱하는 두 가닥 쇠줄은, 그 많은 쇳더미 등쌀에 등골이 휘
히말라야 배두일 2023.10.25 00:00
치라이산입구-치라이주북봉(奇萊山登山口-奇萊主北峰) 2박3일 산행기

글ㆍ사진 송한의 힐링투어대표 [대만 치라이산(奇萊山)개요] 대만은 오랜 지각 운동으로 웅대한 산봉우리와 언덕, 평평한 분지, 구불구불한 해안선등이 만들어져 때묻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대만은 국토의 70%가 산으로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3/1 크기에 3,000m가 넘는 봉우리들이 240개나 있는 등산의 보고이다, 한국에도 많이 알려져 있는 옥산(玉山,3952m)은 대만 최고봉이자 동북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대만인은 물론 전 세계인이 즐겨 찾는 트레킹 코스중 하나이다. 사계절 내내 눈으로 덮여 있는 정상은
해외트레킹 송한의 2023.10.23 00:00
블랙 치라이산 이야기(黑色奇萊傳說)

글ㆍ사진 송한의 힐링투어대표 우리에게는 가깝지만 대만의 산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3,000m급의 산이 240개나 있으며 동북아 최고봉인 옥산(3.952m)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기괴한 전설이 전해지기도 하는 등 신비로운 등반지이기도 하다. 이번 특집은 그러한 이야기와 필자가 시간과 거리 등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 주어 누구라도 치라이산에 도전할 수 있게 잘 정리해 주었다. 등반허가 등 좀 더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볼 때 가성비가 좋은 해외 등반지로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치라이산(
해외트레킹 송한의 2023.10.20 00:00
티롤 알프스와 돌로미티의 경계벽 치아바제스 Mesules (Ciavazes Ovest) - Via della Ferrata

글•사진 임덕용 EU주재기자 요즘 매일 들리는 학교 선생님들의 인생 마감 소식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존경받고 사랑받고 어린 시절부터 대학생까지 삶의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어떤 선생님을 만나서 배우는가가 우리 인생의 기둥이었다. 부모님 다음으로 중요한 인생의 미래를 만들어 주시던 분들이었다. “학교 가는 게 무섭고 싫다고요?말도 안 돼! 선생님이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고?”새 학기 등굣길이 마냥 즐겁기만 한 친구들은 아마 없을 거예요.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새 학교생활을 시작해야 한다는 건 누구에게나 커다란 걱정거리일 테
해외트레킹 임덕용 2023.10.09 00:00
‘선달’을 데려올 신화속의 인물, 선동과 선인, 그리고 신선

글•김동규(경희대 산악회 OB) 사진•우제봉((주)한진광광). 새해의 첫날을 우리나라에서는 ‘설날’이라 부른다. 지난해의 묵은 때를 씻고 새 옷을 입으며 새로운 마음으로 맞이한다. 섣달 그믐밤은 하얗게 새야 한다. 빌린 돈이 있으면 전날까지 모두 갚아야 하고 묵은 원한도 청산해야한다. 동쪽에서 떠오르는 해도 어제의 해가 아닌 새로운 해다.‘설다’는 ‘깨끗이 정화하다,’를 말한다. 여기서 파생한 ‘설거지하다’가 있다. 깨끗이 정화시키는 것,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태초에 하늘에서 태어나던 때로 돌아가는 것이다.
히말라야 김동규 2023.09.27 00:00
고산병보다 무서운 히말라야 감기라니

글•사진 배두일 편집위원 루클라에서 차우리카르카를 지나 북서쪽으로 줄곧 엇비슷이 내려가던 길이 툭 앞이 트이며 가슴까지 열리는 산코숭이에 닿는다. 왼쪽 끄트머리에 아담하지만 창 넓은 카페 하나가 햇살 비끼는 골짜기를 그윽이 굽어보고 있다. 커피 향 은은히 감도는 히말라야를 음미해 보고픈 맘이 굴뚝같지만, 다리쉼하기엔 너무 이른 때라 코만 킁킁거리며 지나친다.카페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북향길로 접어들자, 멀리 하늘이 열리며 한 덩이 솜구름인 양 흰 봉우리가 뭉실하다. 지금껏 왼쪽에서 내내 동행한 누플라보다 더욱 미끈한 삼각형의 하얀
히말라야 배두일 2023.09.25 00:00
위대한 말이 첫 발을 디딘 곳은 성지이자 포구(天津)

글•김동규(경희대 산악회 OB) 사진•우제봉((주)한진관광). 가이고마가다케를 오르기 위한 길목 치쿠우고마가다케(竹宇駒ヶ岳) 신사의 이름이 심상치 않다. 치쿠(竹)는 음차이며 보통 다케(竹)로 읽는다. 다케는 한국어 산이란 옛 말인 돌에 그 기원을 둔 오늘날의 다케(岳)를 말하는 것이다. 이미 독도(獨島)의 일본 이름 죽도(竹島)에서 확인한 바 있듯이, 다케(竹)는 한국어 돌의 음차이다. 치쿠우(竹宇)는 산의 처마로 해석해야 한다. 예고편이 그러하듯 쿠로도야마(黒戸山)는 또 한 번 마음을 가다듬게 한다. 쿠로는 우리말 ‘크다’에서
해외트레킹 김동규 2023.08.31 00:00
히말라야 소녀가 생긋 날려 주는 손가락 '쌍V'

글•사진 배두일 편집위원 싱그러운 햇살 속에 루클라 동네 어귀서부터 내리막길이 부드럽게 굽어 돌아 금세 발길이 사뿐해진다. 고산병, 체력, 추위 걱정으로 어수선산란하던 마음도 어느새 히말라야의 품으로 빨려든다. 바로 옆 산기슭엔 우북수북 늘푸른나무가 우거지고, 널찍한 길바닥엔 여전히 널돌이 깔려 발부리에 걸리적거릴 게 없다. 길섶 사이사이의 갈잎나무들은 3월도 중순이건만 어느 가지에 움튼 잎사귀 하나 없이 앙상하다.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보다 아래쪽인 네팔은 아열대몬순기후인데, 하늘이 사뭇 가까운 쿰부 히말라야에선 봄이 많이 늦나
히말라야 배두일 2023.08.29 00:00
티롤오스트리아 솔덴의 폭포페라타

글•사진 임덕용 EU주재기자 山으로 가는 길에는 登山이 있고 入山이있다. 登山은 땀흘리고 運動하는 山길이라면 入山은 궁지에 몰렸을 때 해답을 모색하고 구원을 강구하는 길이다. (入山修道)骨山(바위산)은 精氣를 얻으러 入山을하고 肉山(흙으로덮인산림)은 靈氣를 맞기위해 登山을 한다. 통즉등산(通卽登山)이요. 궁즉입산(窮卽入山)인 것을. 높은 산만이 장한 산이라 네가 말했을 때 깊은 산일수록 좋은 산이라 내가 말했다. 산이높아야 사람이 오를만하다고 네가 말했을 때 산이 깊어야 사람이 들만하다고 내가 말했다. 너는 젊어올라가려고만 하고 나
해외트레킹 임덕용 2023.08.10 00:00
두 신(神)을 낳은 에나산, 그리고 이 땅의 할머니 마고할미

글•김동규(경희대 산악회 OB) 사진•우제봉((주)한진관광)조선 중기 이문건(李文楗, 1494~1567)의 『양아록(養兒錄)』에는 당시 어떻게 태(胎)를 묻었는지 기록이 나온다.‘태를 냇가에서 깨끗이 씻어 기름종이로 싼 뒤 태운다. 나흘째 되는 날 북산에 묻는다. ’태는 어머니 뱃속에서 태아를 둘러싸고 있는 조직이다. 마을로 뻗어 나온 산줄기는 탯줄이고 봉긋한 봉우리는 자궁이다. 우리를 이 세상에 내놓기 위해 필요했던 태(胎)는 다시 어머니의 자궁인 산속으로 돌아가야 한다. 오늘날의 개념으로는 태어나자마자 그 탄생의 매개체인 태가
해외트레킹 김동규 2023.07.31 00:00
히말라야에서 아내에게 띄우는 연서

글• 사진 이태옥 프리랜서 (청맥산악회) 출발하는 날선옥 씨와 배웅 나와 준 친구들을 뒤로하고 들어서는 길은 참으로 어색했습니다. 언제나 항상 모든 일을 함께했던 이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의 여정이 기대도 걱정도 됩니다. 인도 공항에서의 차별적인 대우와 우리나라와는 다른 시스템에 당황하기도 하였지만,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니 어찌저찌 진행이 되어 갑니다. 낯선 곳에서 그리고 아직은 낯선 이들과 하루를 보냅니다. 카트만두에서선옥 씨와 많은 추억이 깃들어있는 네팔에 들어가는 날입니다.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비행기 차창 너머 저 멀리에
히말라야 이태옥 2023.07.18 00:00
하얀 머리를 지닌 신령스러운 하늘의 성

글•김동규(경희대 산악회 OB) 사진•우제봉((주)한진관광)이즈(伊豆) 반도라는 이름은 어딘지 친숙한 느낌이 든다. 이(伊)는 이(사람에 기생하는 곤충), 이(이빨), 이팝(흰 쌀밥) 등에서 보듯이 ‘희다’를 나타낸다. 과일 배는 흰 색이므로 한자 이(梨)로 읽어 이천, 이평, 이산 등의 지명을 낳는다. 즈(豆)는 두모계 지명의 ‘두’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즈(伊豆)는 백두(白頭)이다. 백두산에서 등뼈를 뻗어 한반도가 형성된 것처럼 이즈반도 동편은 반자부로다케(万三郎岳)와 반지로다케(万二郎岳)를 대표로 하는 아마기산이 우리의 백두대
해외트레킹 김동규 2023.06.28 00:00
Route BUSAN EXPO

글•사진 박정용 (부산클라이밍센터)10여분째 구역질이 멈추지 않는다. 며칠째 먹은게 없어 나올 것도 없는데 말이다. 7mm로프의 끝으로 한 명씩 대원들이 내려온다. 서로 눈길을 주고받으며 이제 캠프2로 터덜터덜 비틀대며 내려왔다. 그렇게 5년 여를 준비했던 등반이 마무리 되었다. 지난 2021년 봄에 부산산악연맹 최재우회장님과의 식사중에 6,000m대의 초등원정을 제안하였다. 최회장님께서는 그것을 흔쾌히 받아주셔서 원정계획을 진행하게 되었다. 복진영(원정대장),박정용(등반대장),김대일,정지훈,박소정,손호성대원 등 선발을 시작으로 본
히말라야 박정용 2023.06.14 00:00
한스 카멜란더 비아 페라타에서 만난 카멜란더

글•사진 임덕용 EU주재기자 대부분 국제적인 유명한 산악 수상식이나 이벤트, 새로운 루트 이름이나 새로운 초 대형 암장이 만들어지면 항상 타계한 유명 산악인의 이름이 헌사 된다. 고인의 등반에 대한 후세 산악인들의 존경심과 그의 등반에 대한 노고에 감사하는 뜻이다. 그런데 아직도 현역이며, 극한 등반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알피니스트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비아 페라타가 2022년 처음으로 만들어졌다.그래서 지구상에서 가장 가장 어려운 난이도로 만들어진 비아 페라타 신 루트를 안 가볼 수 없었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볼자노에서 약
해외트레킹 임덕용 2023.06.07 00:00
마법의 창으로 떠 올린 물방울이 빚어내는 영원함

글•김동규(경희대 산악회 OB) 사진•우제봉((주)한진관광)파도는 끊임없는 움직임이 본질이다. 움직임을 떠나 한 순간의 정지된 동작을 보이는 파도는 이미 파도가 아니다. 거대한 괴물은 입을 쩍 벌리고 자기 앞에 놓인 것은 여차하면 무엇이든 삼킬 듯이 노려보고 있다. 그러나 그림의 주인공은 파도가 아니다. 후경의 연약한 모습을 하고 있는 하얀 후지산이 그 주인공이다. 앞에서는 괴물의 아가리에서 나오는 침에 녹아버릴 것 같고 위로는 뿔까지 돋아난 먹구름이 금방이라도 덮칠 것 같지만 반듯한 삼각형의 후지산은 늠름하다. 자세히 보면 먹구름
해외트레킹 김동규 2023.05.3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