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벽 전남 남원 고남산 딴바위 상사바위 이름 없는 고수에게 묻는다 글 · 민은주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불이 꺼졌다.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다. 반평생 몰두했던 등반을 접고 고향 남원으로 내려와 오이 농사를 시작했다. 한 시절이 뭉실뭉실 흘러갔다고, 이제는 끝났다고 받아들였다. 몇 년 후 동네에 인공외벽이 생겼다. 오가며 괜스레 심장이 뛰었다. 어느 날 슬쩍 로프를 묶어보았다. 손끝의 세포가 생선처럼 팔딱거렸다. 2016년 봄, 확장된 광주대구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고남산 기슭에 어른거리는 커다란 암벽을 보았다. 당장 산비탈을
레드페이스와 함께하는 아웃도어 파라다이스 _ 양양 죽도 폭풍우 치는 날에는 볼더링을! 글 · 민은주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협찬 · 레드페이스 고속도로를 침수시킬 기세로 비가 쏟아졌다. 양양 죽도 볼더링을 계획한 취재팀의 낯빛이 폭풍우 치는 하늘처럼 새카매졌다. 비바람은 갈수록 난폭해졌고 기상청에서는 동해안 전역에 호우주의보를 발령시켰다. 11km의 인제터널이 길고도 어두웠다. 낭패감에 잠겨 바라본 죽도해변은 컴컴한 무채색이었다. 문득 풍경에서 이질감을 느꼈다. 으르렁거리는 거친 파도 사이로 수트를 입은 서퍼들이 수표처럼 동동
국내 등반 _ 도봉산 선인봉 도봉산 선인봉 크랙루트 ‘주먹 쥐고 일어서’ 개수보고"두 주먹 불끈 쥐고 어금니 꽉 깨물고!”글 · 민은주 기자 사진 · 안종능(블랙다이아몬드코리아 이사)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독특한 방식으로 이름을 짓는다. ‘곰이 노래해’, ‘새를 걷어차’, ‘시끄럽게 걸어’, ‘아침에 따라가’ 등등 타인과 구별되는 인상적인 행위나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서 자신만의 이름을 획득하는 것이다. 영화 [늑대와 춤을(Dances with Wolves)]에 등장하는 ‘주먹 쥐고 일어서(Stands With A Fist)’ 역시 두
국내 등반 _ 수우도 해벽등반트레킹 내년에도수우도에서지혜를 구하리라글 사진 · 정승권(정승권등산학교 교장) 오래 전 설악산 대청봉 정상에는 두 개의 빗돌이 있었다. 하나는 대청봉을 상징하는 지리적 위치를 나타내는 붉은 글씨의 화려한 ‘대청봉’ 빗돌이었고 또 하나는 산악인을 상징하는 인문학적 위치를 나타내는 빛바랜 ‘요산요수(樂山樂水)’ 빗돌이었다. 필자는 1980년 겨울 대청봉을 처음 올랐을 때 대청봉의 빗돌만이 반가웠지 요산요수 빗돌은 눈에 들어오지가 않았다. 등산 초보자가 다 그렇겠지만, 그 이후 대청봉을 오를 때 마다 요산요수
화제의 산행 _ 어센트 산악회 창립 55주년 행사 전 세계에서 모인 30여 명어센트 회원들의 요세미테 등반글 · 윤희수, 김수영, 김한재, 김학용 사진 · 어센트 산악회 55주년이라는 말을 듣고 보니 상당히 긴 세월이 흘렀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가 있었다. 사회적 시점에서 보더라도 1962년부터 오늘날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바뀌어 왔던가. 사회전면에 걸쳐 변화하고 있는 문화 그리고 기술의 발달 등. 우리주변을 본다면 공중전화에서 스마트폰으로 편지에서 이메일로 등등 지난 50여 년간 정말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마찬가지로 등반 기술
한국의 벽 경상남도 의령군 큰덤바위“큰덤 만댕이까지 함께 가입시더예!”글 · 민은주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이건 우리 스타일이 아닌데.” 농후한 원두커피를 받아들고 노상봉(부산빅월클럽)씨가 불퉁하게 말한다.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던 김규철(진주스카이클라이밍 센터장)씨가 무슨 말인지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일단 벨트 차기 전에 고기 몇 판 굽고! 술도 한 잔씩 쭉쭉 들이키고! 그게 경남스타일이죠.” 위압적인 벽을 앞에 두고 술 한 잔 고기 몇 점으로 투지를 북돋는 여유는 만용일까 낭만일까. 장비를 챙기는 내내 리듬
레드페이스와 함께하는 아웃도어 파라다이스 _ 태안 학바위 언젠가 떠오를 그날 그 해벽의 눈부심 글 · 양승주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협찬 · 레드페이스 학바위는 서해안 태안반도의 학암포해변에 있는 해벽이다. 해변의 북쪽 끝에 작은 산이 있는데, 이 산의 서면에 학바위가 있다. 클라이머들이 등반과 해수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최적의 피서 등반지로 꼽는 곳이다.학바위는 2003년 봔트클럽에 의해 개척됐다. 암장은 15m 정도 높이의 오버행과 페이스로 이루어져 있고, 크고 둥근 홀드가 많으며, 난이도 5.8~5.12c에 이르는 루트
한국의 벽_서울 수락산 내원암장노장은 죽지도사라지지도 않는다글 · 민은주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그냥 연습바위지, 뭐.” 세상천지 특별한 거 하나 없다는 듯 조용준(써미트산악회 회장)씨가 어깨를 으쓱한다. 그래도 내원암장만의 개성이 있지 않겠느냐 재차 물으니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 “돌가루가 부서지는 통에 갈 때마다 슬랩이 달라져” 무심한 어조로 답한다. “인수나 선인이 문 닫는 초봄에는 여기도 찾는 이가 제법 많지.” 김정덕(써미트산악회, 본지편집자문위원)씨가 약간의 설명을 보탠다. “그래봐야 연습바위야, 뭐 별 거 있나.”
동행취재 _ 인헌고 자유과 학생들의 도봉산 암벽등반 도전기 “떨어져도 괜찮다는 선생님 말을 믿어요!” 글 사진 · 민은주 기자 ‘호연지기’는 책상 앞에서 자라나지 않고 ‘창의력’, ‘모험심’, ‘도전정신’처럼 진취적인 단어는 영문법이나 수학공식 위에 머물지 않는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어른들은 아이들을 네모난 교실 안에 가둔다. 대학입시, 취업준비, 모두가 경쟁하듯 달려가는 이 길에서 한 발자국만 미끄러지면 영원한 실패자가 될 거라고 협박하면서. 이처럼 비정상이 뿌리 깊은 대한민국 교육계에서 암벽등반이 정식 교육 과목으로 운영되는
한국의 벽 충북 제천 금수산 저승봉여보게, 클라이머는 저승 갈 때 무얼 가져가나? 글 · 민은주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저승봉, 그 어감처럼 생김새도 으스스하다. 새붉고 거무께한 절벽의 균열이 거칠고 매혹적인 등반선을 그린다. 험악한 난이도에 볼트마저 귀해 등허리가 절로 오싹해진다. 저승봉을 등반하려는 클라이머들은 반드시 캐밍 장비를 넉넉하게 준비해야 한다. 캐멀롯 2세트 이상, 루트에 따라서는 옵셋 캠도 유용하다. ‘어떻게든 되겠지’가 좀처럼 통하지 않는 바윗길이니 치열하게 단련한 신체와 강인한 정신력, 냉철한 루트판단능력 역
FOCUS _ 북한산 인수봉대보수사업 조사·진단 인수봉 바윗길, 무엇이 바뀌었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글 · 민은주 기자 사진 · 사람과산 DB, 한국대학산악연맹 제공 북한산 인수봉 바윗길이 크게 변했다. 2016년 4월부터 약 7개월 동안 ‘북한산 인수봉 안전점검 및 안전장비 설치·보수 사업(이하 인수봉대보수사업)’을 진행하며 총 82개 루트 299피치의 볼트, 체인 및 하강용 피톤 등을 제거, 교체, 신설하고 등반선을 재정비한 것이다. 이번 사업은 (사)한국대학산악연맹(회장 김정원)이 주관하고, 윤길수(한국안전등반협회 회장) 기
한국의 벽_북한산 노적봉 중앙벽 ‘8년만의 만남’바람이 마지막 퀵드로를 걸었다글 · 민은주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무자비한 바람이 분다. 희끗희끗 잔설 덮인 북한산 북사면 위로 검은 먹구름이 낄낄대며 몰려온다. 어찌할까나, 노적봉 꼭대기에서 내려다보이는 200여 미터 허공이 어긋난 일기예보만큼 암담하다. “괜찮아요, 아직 우리 머리 위는 파랗잖아요.” 손정준(손정준클라이밍연구소) 소장이 하늘을 가리키며 쾌활하게 웃는다. 60미터 로프가 오싹한 소리를 내며 낙하한다. 손끝에 닿는 바위는 섬뜩하게 차갑고, 바들바들 떨리는 발목을 바
한국의 벽 충남 아산시 고용산 채석장채석장 절개지? 이젠 등반벽으로 불러다오! 글 사진 · 주민욱 기자 악산임이 틀림없다오늘따라 서해안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뚫렸다. 청명하고 차가운 겨울 날씨는 정신을 번쩍들게 만드는 묘한 에너지를 제공한다. 송악 나들목을 빠져나와 10여분 달리니 삽교천 방조제가 쭉 뻗어있다.고용산 채석장은 어디쯤 있을까 하는 순간 저 멀리 채석장의 하얀 바위가 이빨을 드러내 보인다. 들판에 서있는 고용산이라 먼 곳에서 보아도 허연 바위들이 많아 보인다. 정상까지 한 시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나지막한 산이다. 낮은
한국의 벽남 한 산 성 범 굴 암 가을 범굴암에서 자유를 만끽하다 글 사진 · 주민욱 기자 범굴암은 남한산성 동문매표소와 동문 중간쯤에 있는 불당리 마을 뒷산인 검단산 자락에 있다. 그러나 보통은 ‘남한산성 범굴암’으로 불리운다. 예전부터 불당리 마을 사람들은 바위굴에 범이 살았다 하여 범굴암 또는 굴바위라고 불렀다고 한다.경기도 광주와 성남시에 면해 있는 남한산성.남한산성은 백제, 통일신라, 고려, 조선 등 오랜 시대에 걸쳐 한강유역 및 수도에 대한 방어를 하였던 곳으로 단 한 번도 함락당한 적이 없는 천혜의 요새이다. 그러나 1
특집 / 암벽등반의 천국 요세미티 ②레벨에 따라 다양한 조합 가능한 루트글 사진 · 스기노 타모츠 번역 · 송지화 감수 · 김동수 편집위원 요세미티 ① 로스트럼 노스 페이스(Rostrum North Face)5.11c, 총 8피치, 지역=더 로스트럼(The Rostrum) 멀세드강의 하류에는 그 강 건너에도 거대한 벽들이 늘어서 있는데, 그 중에서 눈에 띄게 특징적인 암탑이 이 로스트럼이다. 그 북면을 지면으로부터 정상까지 가로지른 크랙이 이 ‘노스 페이스’ 루트로, 어려운 트레드 멀티 피치를 좋아하는 클라이머에게는 빠뜨릴 수
한국의 벽_인수봉 서면 멀고도 가까운, 그래서 조금 낯선그리고 그것이 좋은1969년에 개척된 인수봉 서면벽 글 · 김규영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언제나 그렇듯 짧지도 길지도 않은 지긋한 오름을 마치고 하루재에 오르자 인수봉이 낫낫하면서도 옹골진 위용을 드러낸다. 이른 아침 산 아래에서 희끄무레한 연무를 삿갓처럼 머리에 얹고 있던 인수봉은 여름날 태양빛을 온전히 받아 언제 그랬냐는 듯 반반하게 위용 넘치는 모양새다.하루재 지나 경찰구조대까지 완만한 걸음을 걷고 본격적으로 바위를 향한 두발 오름. 간단히 차려입은 등산복이 금세 땀으
한국의 벽_ 부산시 강서구 가덕도 해벽 무엇이 그들을 부르는가 김철규씨가 단독으로 개척한 50여 개의 가덕도 해벽 루트글 · 김규영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네모반듯한 녹산국가산업단지를 지나 가덕대교를 건넌다. 가덕도 서쪽 천성항을 경유해 가덕해저터널로 향하는 58번 지방도 아래 굴다리를 지났다. 대항마을로 향하는 오르막 중간, 급하게 왼쪽으로 꺾이는 도로 오른편으로 산을 오르는 길이 자그마하게 나있으니 이곳이 바로 가덕도 해벽 어프로치 시작지점이다. 차를 대놓고 로프 올린 배낭을 업어 걸음을 시작한다.가덕도 해벽 암장은 배로 접근
한국의 벽 경남 사천시 삼천포 진널해벽바다로 떨어지는 한여름 등반의 추억‘딥 워터 솔로 클라이밍’이 가능한 19개 루트글 · 김규영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등반 전날 도착한 진주시내 ‘스카이암장’. 서울에서 머나먼 거리를 달려와 이미 해가 저무는 저녁. 조금 지친 눈동자에 암장 안에 가득찬 어린아이들이 들어온다. 벽에 붙은 홀드 위를 입체 정글짐에서 놀듯 이리저리 자유롭게도 움직인다. 자고 나면 커 있는 유연한 몸이 피로를 알 리 없다. 하루하루 성장을 위해 온몸으로 펌프질해대는 어린 몸짓은 ‘펌핑’도 모른 채 홀드를 찾아 팔과
한국의 벽 울릉도 장군수 바위&노인봉 출렁이는 쪽빛바다 흔들리는 나의 바위새로 개척된 울릉도 노인봉 리지글 · 김규영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협찬 · 신안그룹 아름연화장품 쌍동쾌속선이 좌우로 번갈아 들썩거린다. 새벽 배를 타기 위해 밤새워 동해 묵호항에 도착한 우리는 이미 녹초가 되어 있었는데 파도에 요동치는 배안에서는 오히려 그것이 도움이 되었다. 워낙 피곤하고 졸린 탓에 흔들리는 새벽 배안에서도 잠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멀미보다는 잠이 더 강한 모양이다.배를 타고 3시간. 울렁거리는 울릉도 도동항에 도착하자 나가고 들어오는
山野 교환기사 ③ 콜로라도의 황량한 사막에 우뚝 솟은 타워30개 사막탑 등반하는 두 여성 클라이머2015년 10월 13일부터 36일간 류윈칭 그리고 대만 클라이머 이쓰팅은 날씨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북아메리카 콜로라도 고원에서 30개 타워 등반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는 중국인이 최초로 연속적으로 타원 등반을 진행한 사례이다.글 · 차이팡팡 사진 · 왕숭 블랙 걸리와 허니컴 걸리(지난호에 이어) 더이상 차량으로 접근이 안 되면 걸어가야 한다. 보행을 시작하면 아득한 사막에서 거리에 대한 오차가 생긴다. 옷과 신발에는 금방 사막 식물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