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의 트라우마는 등반으로 극복한다 시티 오브 락스 주립공원 핑고라 피크솔트레이크를 지나 윈드 리버 레인지(Wind River Range)의 핑고라 피크(Pingora Peak)까지는 이틀을 달려가야 한다. 핑고라 피크는 나에게 트라우마에 가깝다. 몇 해 전 이곳을 찾았을 때 로컬 클라이머 두 명이 프로텍션 실수로 추락한 사고를 목격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가장 힘든 등반이었다. 등반의 결과는 어땠을까?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깃털처럼 가볍다. 글 사진 · 김정덕 본지 편집위원 윈드리버 레인지로 향하던 도중 아이
설악의 숨은 폭포를 찾아서 이번에는 국사대폭포와 갱기폭포, 허공다리폭포 그리고 두줄폭포에서 폭포 하강을 즐겼다. 폭포를 맞으며 하강하는 일은 여전히 위험하고 그래서 짜릿하고 그래서 설레는 등반이다. 국사대폭포는 평소에는 물줄기가 거의 없지만, 비가 많이 내려 물줄기가 굵어지면 훌륭한 폭포 하강 등반지가 된다. 글 · 최수찬(J3클럽) 사진 · 최수찬 이문수 이규상 이미주하강 기술 및 자문 · 박준흠 배병만 폭포 하강 시 점프는 금물“선생님 폭포의 높이가 대략 얼마입니까?”“첫 피치는 80m, 두 번째가 50m 정도 되네.”“저희는
이 가을 설악에서 히말라야의 방랑자가 되리! 글 · 최석문(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사진 · 주민욱 기자 필자는 10여 년 전부터 등반 루트 개척에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암벽등반 대상지가 적은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곳을 찾고 개척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자 문성욱, 이명희(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씨와 함께 기존 등반지에서 오랜 시간 등반하지 않은 루트 정리와 노후 된 볼트를 교체하는 개보수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구공길 우측의 아름다운 크랙 지난 8월 장군봉 구공길을 리볼팅 할 때였다. 첫 피치 좌측 아
나뚜르노의 신루트 ‘태양의 벽’을 오르다 글 사진 · 임덕용(꿈속의 알프스 등산학교) ‘태양의 벽’은 화산 폭발의 용암이 굳어서 만들어진 암벽이다. 오렌지와 붉은 색이 전반적으로 깔린 암벽으로 화강암처럼 둥글하지도 않고 백운암이나 석회암처럼 홀드가 각이 지지도 않다. 그러나 화강암처럼 번개를 맞아 터진 것 같은 크랙의 끝은 매우 날카롭다.악우회원들과 아르코 돌로미티 암장 순례 중 비아 페랏따 등반을 했던 나뚜르노(Naturno)에 신루트가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름이 한물 가는 날 나뚜르노에서 비교적 가깝게 사는 산 그림 화
새로운 등반세계가 펼쳐진다 폭포를 하강하는 건 등산의 새로운 장르다. 일반적으로 생소하고 자료가 없을 정도로 새롭다. 폭포가 얼었을 때 빙벽을 오르고 내리는 자료는 많지만 여름에 폭포수를 맞으면서 하강하는 자료는 없다. 폭포 하강에 대한 산우들의 시선은 대체로 ‘위험하다’에 가깝다. 하강 시 실수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새로운 등반 세계를 즐기고 그 자료를 남기기 위해 폭포 하강을 시작했고,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해 백업이란 방법을 택했다. 글 · 최수찬(설악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진 · 최수찬 이문수 이규상 이미주하강 기술
무자비한 고통의 길, 겸손을 배우는 길, 조금의 용기면 충분한 길! 글 · 최석문(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사진 · 주민욱 기자 아무리 더워도 추석이 지나면 산은 선선해지기 마련이다. 다시 말하면 등반하기 좋은 계절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가을이 오면 농민들은 추수를 하지만 등반가들은 계획했던 등반에 결실을 맺어야 하는 시간일지 모른다. 명쾌한 등반선, 취나드A이번 취재는 본지의 기자였던 민은주씨와 함께했다. 민은주씨는 등반에 대해 솔직하고 열정적이며, 자연을 대하는 남다른 감성을 가진, 그리고 그것들을 글로 유려하게 표현할 줄 아는
옛 볼트를 손보며 바위에 새겨진 선율을 느끼다 글 · 최석문(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사진 · 주민욱 기자 설악산 장군봉 ‘90(구공)길’ 보수를 8월 2일 금요일로 정한 것은 등반자나 금강굴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휴가철이라 주차장 도착 전부터 차량이 길게 줄을 서 있다.국립공원에 근무했던 지인을 통해 사전에 공단에 보수 계획을 알리니 차량을 지원해 줄 수 있다고 한다. 사전에 협조 요청을 하면 혹 발생할 수 있는 낙석 사고를 막고 원활한 보수 작업을 위해 암장 통제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무거운 보수 장비와
창공을 가로질러 붉은 벽으로 가라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협찬 · 레드페이스 그것은 위압감이었다. 하늘 높이 치솟은 100여 미터의 검붉은 벽을 처음 마주했던 순간, 나는 분명 그런 것을 느꼈다. 때는 지난해 8월, 등반 차 설악산을 찾았다. 옛 비선대 산장 건너편의 가파른 사면을 따라 10여 분 오르니 이내 머리 위로 조망이 트이고 적벽에 다다랐다. 가까이서 보니 적벽은 위로 오를수록 경사가 심해지는 오버행이었다. 턱을 높이 치켜들어 고개를 한껏 뒤로 젖혀야만 그 자태가 한눈에 담겼다. 그것은 바위(岩)도 봉(峯
탁 트인 하늘에 도드라진 바윗길 참으로 도드라졌다. 남북으로 뻗은 낮은 산줄기에 기암괴석의 봉우리들이 공룡 등짝의 가시처럼 솟구쳐 있다. 일명 저명산(猪鳴山)으로도 불리는 도드람산이다. 산머루산다래 산악회에서 2016년에 이 산에 바윗길을 냈다. 그 이름도 독특한 돼지리지다. 글 · 강윤성 편집장 사진 · 정종원 기자 경기도 이천시의 명산, 도드람산(349m)으로 향한다. 일명 저명산(猪鳴山, 돼지울음산)으로도 불리는 산이다. 하지만 대부분 ‘저명산’이라 하면 낯설어 하다가도 도드람산이라 바꿔 말하면 “아하, 이천 제일의 명산”이라
역사가 잊혀진 벽에서 개척의 미래를 보다! 글 · 최석문(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사진 · 주민욱 기자 필자가 등반을 시작하던 초기에는 루트에 대해 설명해주거나 안내해 줄 선배 등반가가 없었다. 1990년 발간된 북한산 일원의 가이드북 『바윗길』이 필자의 등반을 상상하게 하고 안내해주는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일요일 등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바윗길』 마지막 장에 있는 ‘난이도별 암벽루트 조건표’에 루트를 하나씩 표기해 나가곤 했다. 조금씩 실력이 늘면서 코끼리크랙에 도전할 시기가 다가왔고, 마침내 찾은 코끼리크랙에서 필자는
아아, 그 시절 서려있는 미륵장군봉이여! 글_최석문(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사진_주민욱 기자 “1990년 8월 26일, 곤하게 잠든 대원들이 깰 까 조용히 일어난다. 남보다 먼저 보고 싶은 욕심에 계곡에 오르니 바위는 어제 내린 비로 온통 폭포를 이루고, 한껏 그 자태를 뽐내며 의젓하게 내려다본다. (중략) 1차 정찰 당시 본 미륵장군봉은 나를 위해 남은 마지막 바위처럼 느껴졌다. 당시의 설레는 마음은 지금도 진정할 길이 없다.” - 『타이탄 산악회 50년』 중 등반가 최철산의 글 일부 발췌.58년 개띠인 최철산 선배가 청년 등반가
그대 내게, 사랑스럽고 단단한 사람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협찬 · 레드페이스 350여 키로 미터를 달려 경상남도 의령으로 간다. 경남의 소문난 스포츠클라이밍 등반대상지에서 귀여운 클라이머 커플을 만나기 위함이다. 서울 오산 평택 천안, 다시 청주 상주 구미 성주, 마지막으로 창녕군을 지나니 마침내 의령에 다다른다. 창녕 톨게이트 이후 좌우로 논밭이 펼쳐진다. 창문을 내려 기분 좋은 흙냄새를 들이마신다.신반 암벽공원은 경상남도 의령군 부림면 신반리 남방골산(147m) 자락에 있다. 암벽 바로 앞까지 차량진입이 가능
누가 승천하는 악어 등에 올라타랴!산머루산다래 개척팀, 2014년 불곡산 임꺽정봉 남서릉에 7피치 바윗길 개척 글 · 강윤성 편집장 사진 · 정종원 기자 “악어의 꿈길요? 바윗길 이름이 참 멋지네요.”“더군다나 마지막 피치를 이룬 암봉이 임꺽정봉이야. 악어능선을 타고 올라서면 한때 세상을 호령했던 임꺽정을 만날 수 있지. 그만치 불곡산에서 독보적인 봉우리야. 조망이야 더할 나위 없을테고….”임꺽정을 만나러 양주 불곡산으로 향한다. 홍길동, 장길산과 더불어 조선의 3대 대도로 손꼽혔던 임꺽정은 조선시대 명종 때 경기도, 황해도, 강원
끝내주는 크랙 위로 한 마리 새처럼 날아오르리 글 · 최석문(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사진 · 주민욱 기자 꼭 10년 만에 용화산을 찾는다. 5월 13일 월요일 아침 7시, 남양주 공설운동장 주차장에서 ‘용화산 큰고개 주차장’으로 네비게이션을 맞추고 서울 양양간 고속도로를 이용해 춘천으로 향한다. 그동안 춘천에는 외곽도로가 개설되었다. 이제는 시내를 거치지 않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어 더욱 가까워졌다. 교통 체증이 없다면 서울에서 2시간이면 용화산 큰고개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다. 큰고개 주차장에서 도보 15분이면 등반 시작 지점에
발굴리지 _ 수리산 경클리지 수리산에 10피치 바윗길이 있다!경기클라이밍센터, 수리산 매바위 일원에 ‘경클리지’ 개척봄이 오면 수도권의 대표적인 등반지인 북한산 인수봉과 도봉산 선인봉은 클라이머들로 붐빈다. 또한 서울 근교의 수리산 매바위, 남한산성 범굴암, 모락산 미래암장 등은 하드프리 클라이머들에게 큰 인기를 끈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마땅한 리지를 찾기란 쉽지 않다. 서울의 북한산이나 도봉산을 제외하면 대부분 대둔산, 삼악산, 설악산, 속리산 등 먼 곳이다.글 · 강윤성 편집장 사진 · 정종원 기자 하드프
최석문의 벽 _ 저승봉 어김없이 돌아온 봄에는 저승봉에 간다글 · 최석문(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사진 · 주민욱 기자, 최석문 “카톡”시작은 2014년 3월 3일 이른 아침이었다. 제천에 사는 장형원씨가 한 장의 사진을 보내 왔다. 사진은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암벽이었고, 자세히 살펴보니 크랙 등반선이 잘 발달해 있었다. 바로 전화를 걸었다. “형, 여기 어디에요?”, “응! 저승봉(596m)인데 개척해야겠어! 너도 내려와…!” 저승봉의 등반가치장형원씨는 제천에서 건설업과 부동산을 하며 살고 있다. 사업차 학현리에 들렀다가
최석문의 벽 _ 숨은벽 억수로 안고 싶은 숨은벽 첫 바위글 · 최석문(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사진 · 주민욱 기자 경칩이 지나면 빙벽은 생기를 잃어가고 저절로 바위 생각이 떠오르게 된다. 3월의 북한산은 등산로 주변에 잔설과 결빙구간이 아직 남아 있다. 암벽등반을 하기에는 좀 이르다 할 수 있겠지만 등반가는 달력의 숫자를 보고 등반지로 가는 것이 아니다.첫 바위 등반은 으레 볕이 잘 들고 바람이 불지 않는 곳이어야 한다. 겨우내 잃어 버렸던 발의 감각과 손끝에 걸리는 화강암의 까칠한 느낌을 빨리 일깨우고 싶어 첫 바위로 북한산 숨은
최석문의 벽 _ 인수봉 고독의 길 서로의 꿈을 아우르던 그때로 돌아가는 추억의 길글 · 최석문(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사진 · 주민욱 기자서울의 기온이 올 들어 가장 추운 영하 9도를 찍었다. 아침에 일어나 장롱에 있는 등산용 내복과 장갑 등 보온에 필요한 장비를 찾기 시작했다. 혹시 있을 눈과 얼음을 대비해 아이스 엑스 한 자루, 빙벽화도 챙겼다. 항상 취재에 동행했던 이명희씨는 이번에 참석하지 않는다. 부산에서 올라오는 후배와 오랜만에 오붓하게 등반하고 오라는 배려다.후배 박정용은 현재 부산에서 부산클라이밍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최석문의 벽(壁) _ 트라우트 크릭(Trout Creek) 황금 독수리가 머무는 주상절리글 · 최석문(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사진 · 등반팀스쿼미시에서 비가 그치고 바위가 마르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과 인내심은 우리에게 없었다. 이곳에 계속 있은들 목적을 이룰 수 없기에 차선 중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대안으로 트라우트 크릭을 선택했다. 여행에서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알기에 비가 잦은 스쿼미시의 날씨를 대비해 출국 전부터 염두에 두어두고 간 터라 이곳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국경을 넘고 좀 더 큰 차로
해외 등반 _ 미국 콜로라도 라이플 마운틴 파크 클라이머의 여행은 등반 그 자체다채현 5.14d, 찬우 5.14b, 민수는 5.14a, 수정·예주·유빈 5.13c 완등글 사진 · 전소영(서종국클라이밍센터)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간다고 하면, 보통 지도에서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내며 설레듯이 클라이머들은 등반지를 꿈꾸며 설렌다. 뚜렷한 등반루트를 세우고 출발한 채현이와 달리 다른 아이들은 아직 정하지 않은 등반지를 마음속에 그리며 설레었을 것이다. ‘서종국과 함께 하는 원정투어’는 늘 청소년클라이머들을 대상으로 해왔다. 스포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