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문의 벽(壁) _ 선인봉 양지길 볕드는 바위선에서 자유등반을 외치다글 · 최석문(노스페이스클라이밍팀) 사진 · 주민욱 객원기자 필자는 등반하러 가지 못하거나 갑자기 등반하고 싶어지면 가끔 암벽 가이드북을 본다. 바위 형태와 난이도를 보면 재미가 있다. 그래서 해외 등반을 가거나 돌아올 때 꼭 가이드북 몇 권을 사곤 하는데 언젠가 갈 것이라는 믿음과 그곳에서 펼쳐질 등반을 상상하기 위해서다.8월 말 인수봉에서 처음 등반을 시작한 개미산악회 선배들과 알프스 3대 북벽 등정 20주년 기념 등반을 했다. 20여 년 전, 암벽등반을 시작
레드페이스와 함께하는 아웃도어 파라다이스 _ 구미 청화산 암장바위에서 찾은 진짜 나글 · 양승주 기자 사진 · 주민욱 객원기자 협찬 · 레드페이스작년 8월 여름 구미의 산과 암장을 취재한 적이 있다. 그중엔 구미 인동에 새로 생긴 실내암장 취재도 포함돼 있었다. 취재할 실내암장은 인동 번화가에 위치한 포시즌클라이밍짐이었다. 이 암장을 운영하는 김기만 센터장을 만난 것도 그때였다. 취재는 회사원이었던 그가 사내 산악회에서 활동하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24시간 운영하는 실내암장을 차린 이야기에 대한 것이었다.“구미에 청화산 암장이라고 작
최석문의 벽(壁) _ 강적크랙(짱구바위) 강적크랙은 무시무시하면서아직 저평가 되어있다 글 · 최석문 사진 · 주민욱 객원기자 역대 최고 더위가 한창이던 8월. 접근이 먼 곳을 등반 대상지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에 땀이 흥건해진다. 가깝고도 상대적으로 해가 덜 드는 곳을 찾으니 이런 날씨만큼이나 강력한 짱구바위가 떠올랐다. 바위의 생김새가 짱구처럼 튀어나왔다 하여 이름 붙여진 짱구바위는 도봉산 입구에서 20여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이지만 등반 길이가 짧고 루트가 적은데다 고난도 루트라 현재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다. 왜 강적
최석문의 벽(壁) _ 도봉산 주봉 돌아오라, 빼어나게 아름답던 등반선이여글 · 최석문 사진 · 주민욱 객원기자 도봉산 주봉은 암벽등반을 하는 나에게는 참으로 멀고도 먼 곳에 있었다. 내년이면 1929년 남면 침니로 초등한지 90주년을 맞이하는데 지난 6월에서야 처음으로 주봉 정상에 올랐으니 말이다. 그래서 최석문의 벽 두 번째 이야기는 주봉으로 잡았다. 최고 클라이머 등용문 K크랙7월 둘째 주 주말 아침부터 열기와 습도 가득한 도봉산 만남의 광장 앞에서 오늘 함께 주봉을 오를 일행인 나의 오랜 산친구들을 만났다. 여느 때처럼 갈림길
해외 등반 _ 알래스카 무스투스 햄 앤 에그 등반기 햄 앤 에그 18피치 완등…그러나 끝이 아니었다글 · 주영(용악회, 미국 주재기자) 사진 · 주영, 정호진(넬슨 스포츠) 내가 정호진을 처음 만난 것은 1970년 용산고등학교 산악부에서였다. 그리고 우리는 거의 50년 간 함께 등반을 하며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호진이가 말없이 연등을 시작했다. 그도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이 얼마나 한심한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상황은 30년 전 아이
레드페이스와 함께하는 아웃도어 파라다이스 _ 영덕 블루로드 해벽 바위 안의 파도글 · 양승주 기자 사진 · 주민욱 객원기자 협찬 · 레드페이스 영덕 블루로드 해벽을 포항에 사는 클라이머들과 오르기 위해 경북 영덕군 축산면으로 갔다. 축산항 근처 마트 앞에서 피부가 검게 탄 두 남녀 조주영, 구민정씨를 만났다. 승합차에서 내리는 군더더기 없이 균형이 잡힌 몸을 보자마자 며칠 전부터 전화로 연락했던 그 포항의 클라이머들이라는 것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한여름의 태양이 이글거린다. 마트에서 꽁꽁 언 얼음물이 담긴 2리터짜리 페트병을 두
최석문의 벽(壁) _ 선인봉 설우길 상단, 타이탄길 용이 승천하는 선인봉 최난도 코스 글 · 최석문 사진 · 주민욱 객원기자 언제부턴가 선인봉(708m) 정상벽의 바위띠(암맥)를 보면 그 형태가 용이 승천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가까운 곳에서 보고 싶었지만 막상 그곳에 가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언제부터 생긴 등반 관습인지는 모르겠지만, 선인봉 등반은 정상에 오르지 않고 일정 피치에 이르러서 하강한다. 그 이유인 즉 대체로 중하단 벽의 등반성이 좋고 상단으로 갈수록 벽의 각도가 완만해져 등반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확보물
해외 등반 _ 알래스카 무스투스 햄 앤 에그 등반기 알래스카 대암벽 오르며 ‘노익장’ 과시하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다. 햄 앤 에그(Ham and Eggs, V, 5.9, AI4) 루트에서 가장 어려운 8피치의 빙벽을 선등하는 정호진에게 65세 노인의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른발로 빙벽을, 왼발로 암벽을 디디며 우아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그는 아직도 젊고 싱싱한 준치였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 그의 육신은 대승폭을 등반하던 젊은 시절로 되돌아가 있었다. 나는 우리의 성공을 확신할 수 있었다. 글 · 주영(
임덕용의 춤추는 알프스 _ 돌로미테 셀라 산군 로베르타 83 헌터 북벽에서 시작해서 로베르타 83에서 내림춤을 추다글 사진 · 임덕용(꿈속의 돌로미테 등산학교) 공감3 원정대의 목표는 꿈을 현실화하는 것이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알파인 스타일로 올라가는 것. 헌터(4.441m) 북벽 수직 고도 1,900m 벽에 새로운 등반 라인을 만드는 것. 이미 많은 유명한 루트가 벽에 있었지만 그들만의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이었다.이미 6개의 루트는 모두 알래스카 등급 6급에 해당하는 알래스카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루트들이다. 베르그슈른
한국의 벽 북한산 숨은벽‘넷이 하나 되어’ 가자! 글 · 민은주 기자 사진 · 안종능(블랙다이아몬드) 길은 없다. 누군가 만들어내기 전까지. 바위야 광물알갱이가 뭉쳐진 거대한 무기물일 뿐, 애초에 거기 무슨 길이 정해져 있겠는가. 첩첩산중 기암절벽에서 가능성을 점치고, 로프에 매달려 이끼와 낙석을 제거하고, 유려하고 자연스러운 선을 이어 하나의 길을 탄생시키는 것은 모두 사람의 몫이다. 클라이머가 오르는 바윗길은 모두 누군가의 안목, 상상력, 강력한 의지의 산물이다. 그 고맙고 아름다운 행위를 우리는 ‘개척’이라 부른다. 지난해 늦
한국의 벽 고창 선운산 속살바위 투구바위거의 완벽 글 · 민은주 기자 사진 · 주민욱 객원기자 완벽이라 일컫는다. 선운산, 그중에서도 질박한 화강암벽 속살바위와 투구바위를. 5.7급부터 5.14급까지 100여 개 루트가 개척된 이 암장은 지난 24년 동안 가장 치열하고 첨예한 스포츠클라이밍 아레나였다. 찬란한 고통과 참담한 기쁨이 난무했고, 무수한 클라이머들의 피와 땀과 혼이 이 벽에 깃들었다. 무정세월은 가장 용맹한 전사의 귀밑머리도 희게 물들였지만 선운산 암벽은 여전히 새파랗게 젊다. 환갑을 바라보는 개척자가 새로운 등반선을 고
한국의 벽울산 문수산 병풍바위봄 바람 햇살 그리고 클라이밍 글 · 민은주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남촌서 남풍 불면 클라이머들은 신난다. 동면하던 장비들을 깨우고 모처럼 주말 일기예보를 확인하면서 떠올리는 지명도 대개 비슷하다. 초봄 귀한 햇볕이 오래 머물고, 바람에 쉽게 다치지 않는 안온하고 양지바른 암장, 개중에서도 경상남도 끝자락 문수산 허리를 휘감고 펼쳐진 병풍바위는 짤막한 어프로치와 목가적인 풍경, 독특한 암질의 다양한 루트까지 갖춰 삼라만상이 깨어나는 봄날 첫 암벽등반지로 안성맞춤이다. 산 너머 남촌에는 클라이머들이 살
Season Special 한국의 벽제주도 무수천 야외음악당 억겁의 바위 앞에서 시름을 잊었노라 글 · 민은주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제주는 화산섬, 둘러보면 온통 바위투성이다. 남한 최고봉인 한라산을 비롯해 해변과 계곡을 따라 주상절리, 판상절리, 온갖 기암괴석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막상 클라이머들에게 허락된 바위는 그리 높지도 넉넉하지도 않으니, 제주도 방방곡곡 암벽등반개척사는 무수한 도전과 패퇴의 역사다. 70년대 후반 한라산 각지에 바윗길이 생겼으나 현재는 모두 등반금지구역이고, 80년대 초반 개척된 산방산, 마라도, 일
Competition 청송, 아이스클라이밍의 중심이 되다 경북 청송군 얼음골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경기장에서 ‘2018 청송 전국아이스클라이밍 선수권대회 겸 제99회 전국동계체육대회’가 2월 3일부터 4일까지, ‘2018 청송 아이스 클라이밍 월드컵 및 아시아 선수권대회’가 2월 9일부터 11일까지 열렸다. 아이클라이밍 센터 준공으로 세계 최고의 아이스 클라이밍 경기장 면모를 갖추고 세계적인 산악스포츠 메카로 거듭난 청송에서 2018년 겨울, 가장 빛나는 얼굴들을 만나보자.글 사진 · 주민욱 기자 2018 청송 전국 아이스클라이밍
한국의 벽 강원도 원주 판대 아이스파크누구를 위하여 판대는 얼어붙는가! 글 · 민은주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얼음이 끓어오를 기세다. 수십 동의 로프가 알록달록 겹쳐지고 아이스툴 한번 휘두를 기회를 찾기 위해 무수히 많은 이들이 빙벽 앞을 오매불망 서성인다. 1월 첫 주 일요일에만 4백여 명의 클라이머가 찾았다니, 판대 아이스파크의 그 오싹한 밀도에 할 말을 잃는다. 원주클라이머스 회원들이 파이프와 양수펌프를 이용해 2002년부터 인공적으로 얼리기 시작한 판대 빙벽은 이제 명실상부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이자 전국 각지 등반가들
레드페이스와 함께하는 아웃도어 파라다이스 _ 설악산 용대리 매바위 꿈을 꾸자, 우리 글 · 민은주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협찬 · 레드페이스 어떤 꿈은 운명이다. 이를테면 세븐 써미츠(Seven Summits). 일곱 대륙에서 가장 높은 산을 모두 오르겠다는 열망은, 개를 키우고 싶다거나 마당 딸린 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온화한 꿈과는 그 종류가 전혀 다르다. 그런 꿈은 필연적으로 추위와 극도의 고통, 무한한 실패와 좌절의 가능성을 끌고 온다. 그래서 때로는 꿈이 사람을 고른다. 긴 시간에 걸쳐 천천히 삶의 방향을 지시하고 꿈꾸는
해외 등반 _ 알프스 엘브르너 에귈레 마르브레 & 브라이트호른 폭풍의 알프스, 꿈꾸는 클라이머글 사진 · 임덕용(꿈속의알프스등산학교) 은 19세기 영국작가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이다. 목사 패트릭 브론테의 딸로 북부 요크셔의 황량한 벌판(Top Withens)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에밀리는 폐결핵으로 사망하기 1년 전, 29살의 나이로 캐서린 언쇼(Catherine Earnshaw)와 히스클리프(Heathcliff)의 거칠고 격렬한 사랑을 묘사한 을 썼다.알프스의 ‘캐서린
한국의 벽 금정산 부채바위 남벽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부산행 글 · 민은주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남도라고 겨울이 따실까. 금정산 밤길이 검푸르고 차디차다. 바다냄새는 나지 않고 온산을 베어버릴 듯 광포한 바람만 왕왕 달려든다. 다행히 부채바위 남벽 앞자락은 운두가 낮은 그릇처럼 오붓하고 안락하다. 하루치 비박용으로는 과하게 큰 대형배낭에서 술과 음식들이 끝없이 나온다. 어둠 속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클라이머들은 끊어지지 않는 등반 얘기로 동짓달 기나긴 밤 한 허리를 베어낸다. 트랑고 타워, 요세미테, 인디언크릭, 부가부, 키르
해외 등반 _ 그랜드 티턴 노스리지 Grand TetonNorth Lidge거인과 함께 보낸 이박삼일 글 사진 · 염승찬 2017년 여름, 일주일간의 시간을 마련했다. 미국 이민생활에서 7일의 휴가는 한 달 근로시간과 비슷할 정도로 소중하다. 손바닥이 닳고 허리가 휘어지고 몸이 망가지도록 근로에 몰두하는 것이 곧 이민자의 삶이다. 일이 곧 휴식이자 취미인 평범한 동포 이웃들은 소중한 일주일을 금전까지 지출해가며 산에서 소비하는 우리를 별로 옳게 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등반 장비를 챙겨 원정길을 나섰다. 시애틀에서 와이오밍 잭슨
한국의 벽 경기도 용인 조비산어린 날개들은 모두 하늘 가까이 글 · 민은주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오르려는 열망은 어디서 기인하는가. 어떤 본능이 우리를 까마득히 먼 산, 깎아지는 절벽으로 내모는 걸까. 답은 알 수 없다. 그저 내면의 깊은 공동 어디선가 “오르라” 명령하는 소리가 들릴 뿐. 등반은 강력한 내적 욕구이고,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바에 거침없이 솔직하다. “내가 먼저 올라갈래!” “한번만 더 해볼게요!” 팔 다리 덜 여문 청소년 클라이머 한 무리가 일체의 주저 없이 조비산(鳥飛山) 바위에 달려든다. 어린 새들 날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