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바위에는 그녀와 바람뿐이다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협찬 · 레드페이스 “동생은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오늘 선등은 제가 섭니다”지난달에 이어 남매 클라이머 김빛·김인해씨가 취재를 함께했다. 북한산 인수봉 멀티등반을 계획한 이번 취재는 전적으로 김빛씨의 리드로 진행한다. 김인해씨는 스포츠 등반에서 수준급 실력을 뽐내지만, 아직 그에게 멀티등반은 오르지 못하는 바위와 같다. 그와 반대로 김빛씨는 국내외 멀티 등반 경험이 풍부하다. 스포츠 등반에서는 동생과 실력을 앞다투지만, 멀티등반에서만큼은 김인해씨의 하늘 같은
등반의 즐거움은 오르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글 사진 · 최석문(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처음 이 루트를 봤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1997년 8월, 울산바위 돌잔치길 리지 등반 중 3봉쯤에 다다랐을 때였다. 울산바위 주위로 운해가 자욱하게 깔려있었다. 구름 위로 바위가 솟아 있었고, 바위 바다를 헤엄쳐 나가는 등반가가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한참을 바라보았던 기억이 난다.지금이야 정보가 너무 많아 옳은 정보를 선택하는 것이 어려움이 되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아 산악 잡지나 선배를 통하지
지구상에서 가장 어려운 비아 페랏따 “스테파노, 지구상에서 가장 어려운 비아 페랏따 루트가 개척되었는데 같이 가자. 한번 가 보았는데 마지막 오버행 등반이 너무 어려워서 나는 포기했었는데 다시 가보고 싶어….”“어, 그래? 그럼 선수가 당연히 죤코 할베님 모시고 가야지. 빨리 날 잡죠.”산악 스키 장인 프랑코 죠코(Franco Gionco) 할베가 산에 같이 가자고 어린이처럼 조르는데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글 사진 · 임덕용(꿈속의 알프스 등산학교) 티롤 왕국의 발 파시리아 스툴러 폭포에서 등반 시작발 파 시리아(Val Passi
진정한 등반은 실전이다!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협찬 · 레드페이스 이 정도면 징크스다. 꼭 여름을 앞두고 진행하는 등반 취재는 비가 내린다. 아니나 다를까 취재원 모두가 어렵게 시간을 맞춘 이번 촬영도 하필 비가 내린다. 갑작스러운 비 예보에 계획했던 인수봉 등반 일정을 급하게 스포츠 오버행으로 변경한다. 우중에도 촬영이 가능한 바위라…, 서해안 태안반도의 학암포로 간다. 사이좋은 남매 클라이머 “인해야, 자신 있게 트웰브클라이머(난이도 5.12급 등반을 하는 등반가)라고 말씀드려!”이번 취재는 남매 클라이머가
누구나 공정한 방법으로 오를 권리가 있다! 글 사진 · 최석문(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십여 년 전부터 필자는 문성욱(코오롱등산학교), 안종능(블랙다이아몬드), 이명희(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씨와 루트 보수 및 개수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우리 넷은 20년 넘게 국내 등반과 해외 원정을 함께한 오랜 등반 친구들이다.5월 초, 장군봉 루트 보수를 진행하자는 안종능씨의 얘기에 우리는 모두 주중에 시간을 내어 함께하기로 했다. 작년에 ‘나의 소중한 사랑 10월 1일생’과 ‘장군 97’을 보수하려고 했지만, 루트 개척자인 안종능씨의 일정이
진정한 모험, 새로운 자극, 끝없는 도전이 있는 곳! 글 사진 · 최석문(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요즘 세계적으로 대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 활동보다는 개인이나 소규모 활동 중심으로 생활이 바뀌었으며, 사방이 트여있어 비교적 도심보다는 안전하다는 생각 때문인지 이전보다 산을 찾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하지만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야외 등반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도 SNS를 통해 외국의 등반가들과 소통하고 있는데, 그들은 대부분 자가격리되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더 큰 등반을 꿈꾼다! 글 · 김빛 사진 · 김빛, 배진학, 전미현 “빛아, 멕시코 갈래?”“네! 갈래요!”지난 2020년 1월 10일, 한 아웃도어 행사에서 오랜만에 미현 언니를 만났다. 근황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우리는 서로가 현재 일을 쉬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해외 등반을 계획 중이었던 미현 언니는 내게 함께 떠나자는 제안을 했고, 나는 그 자리에서 덜컥 바로 가겠다고 답했다. 당시 나는 현실과 타협하며 취업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모험에 나 자신을 허락했다. 이렇게 좋은
불꽃같은 기개… 김개남 장군을 만나러 가는 길! 글 · 최석문(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사진 · 주민욱 기자 봄을 떠올리기에는 너무도 혼란스러운 3월이다. 코로나19는 사회의 모든 면에 변화를 가져왔다. 극장, 시장 등 도심에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예전처럼 북적이지 않는다. 실내 암장도 휴관을 하는 곳이 많다. 필자도 올해는 좀 더 다양한 등반 대상지를 찾아 볼 계획이 있었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모두 미뤘다.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람 사이의 접촉을 줄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시작된 이후 될 수 있으면 사
팔방미인 명품 암장, 이 어찌 좋지 아니한가!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협찬 · 레드페이스 내비게이션에 ‘양주 부흥사’를 입력했다. 경기도 양주, 서울 어디에서 출발하든 1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는 적당한 거리. 등산로를 따라 30분 정도 이어지는 무난한 어프로치와 스포츠, 트래드, 인공등반을 모두 즐길 수 있는 25개의 루트. 가까운 곳에 훌륭한 암장이 생겼다는 소식에 오매불망 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독립봉 암장, 또는 ER 암장지난 10월 개척보고회를 마친 독립봉 암장은 이제 막 입소문을 타고 있는 뜨끈뜨끈
팀의 첫 등반에는 삼촌 에릭의 검은 유혹이 있었다글 사진 · 임덕용(꿈속의 알프스 등산학교) “힐다는 손을 뻗어 톤투의 손을 잡았다. 힐다의 몸이 확 끌려 들어갔다. 높은 곳에서 뚝 떨어지는 듯한 울렁울렁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거실 전체가 힐다 주위에서 빙글빙글 돌더니, 망가진 우산처럼 힐다의 머리 위쪽에서 풀썩 접혔다.”루크 피어슨 지은 〈힐다의 모험 스토리 북> 시리즈는 그림과 애니메이션으로 화제가 된 모험 소녀 힐다의 이야기를 풍부하고 다채롭게 전해 주는 책이다. 신화와 상상이 어우러진 세계에서 힐다의 특별한 모험이 펼쳐진
바다와 산을 품은 붉은 바위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협찬 · 레드페이스 무의도(舞衣島)는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18km, 용유도에서 남쪽으로 1.5km에 있는 섬이다.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아 자가용으로든 대중교통으로든 한 시간 반이면 무의도에 들어선다. 섬의 모양이 무희가 춤을 추는 것 같다는 데서 섬 이름이 유래했으며, 9,432km2의 면적과 31.6km의 해안선을 자랑한다. 무의도는 ‘큰무리섬’이라고도 불린다. 무의도 부근에 소무의도, 실미도, 해녀도, 사렴도 등 작은 부속 섬들이 많아, ‘여러 섬을 거느리고
‘아마도 어쩌면’ 마지막일 우리의 겨울 등반 글 · 최석문(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사진 · 주민욱 기자 2월이면 전국의 모든 폭포가 얼어붙어 한창 빙벽등반을 할 시즌이다. 하지만 올해는 얼음이 귀해 찾아보기가 힘들게 되었다. 필자도 등반을 시작하고 처음 겪는 일이라 겨울 등반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울 정도다.하지만 운 좋게도 깜짝 추위로 폭포가 결빙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첫 빙벽등반이자 마지막 빙벽등반을 했다. 그리고 미련 없이 빙벽장비를 모두를 창고로 집어넣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기후변화가 온 듯하다. 한국에서
빙벽과 산악스키 페스티벌 에크린에 흠뻑 빠지다! 1월 9~12일 아르젠티에르 라 베씨(Argentiere la Bessee)에서 빙벽&산악스키 축제 개최글 사진 · 임덕용(꿈속의 알프스 등산학교) 국내 빙벽과 스키 애호가들에게는 잔인하기만 한 이번 겨울. 30살을 맞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빙벽과 산악 스키, 설피 트레킹과 프리 라이더 스키의 국제 행사인 프랑스의 에크린(Ecrins) 축제를 다녀왔다.길고 긴 에크린 계곡에 등반 가능한 얼음 기둥들이 약 250개가 매달려 있다. 지구 온난화로 모든 빙벽이 등반 가능하지는 않았지만 수백
별들의 축제를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 글 · 최석문(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사진 · 주민욱 기자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은 국내 등반 경기 중 가장 큰 규모의 대회로, 올해로 10년을 맞이했다. 제1회 대회 때부터 루트세터로 참여하고 있는 김종헌(안양 김종헌 클라이밍센터), 민규형(대전 월드컵경기장 인공암벽장)씨와 필자가 이번 대회에도 루트세터로 참여했다. 이번에는 서종국(서종국 클라이밍센터)씨도 루트세팅을 함께했다. 서종국씨는 지난해까지는 선수로서 월드컵에 참여했다가 올해 처음으로 루트세터로서 참여하게 되었다. 루트세터가 지녀야
차가운 바위와 추위가 나는 두렵지 않다 글 · 최석문, 이명희(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사진 · 주민욱 기자 최근 몇 년 동안 겨울에 눈다운 눈이 내린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적설량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만큼 한국에서 동계 등반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등반문화는 자연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 얼마나 다양한 등반지가 있는가에 따라 어떤 등반가가 나타날지 예상할 수 있다. 한국에 만년설과 거벽이 있었다면 세계 등반의 역사가 바뀌었을 거라는 말을 농담처럼 말하곤 하는데, 그만큼 자연이 문화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협찬 · 레드페이스 암벽등반은 혼자할 수 없다. 실내 클라이밍이나 볼더링, 맨몸으로 오르는 프리솔로 등반은 예외가 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장비를 착용하는 등반은 그렇다. 암벽등반 외에도 배드민턴, 탁구, 스포츠댄스와 같이 혼자서는 어려운 종목이 많은데, 이들의 공통점은 첫째, 파트너가 필요하다. 둘째, 파트너와의 호흡이 중요하다. 셋째, 그럼에도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함께 등반할 파트너가 있다면 등반의 기본 준비는 되었다. 파트너와 줄을 묶으며 호흡도
‘묵념의 가장자리 눈길’ 발 푸네스를 가다글 사진 · 임덕용 (꿈속의 알프스 등산학교) 눈길 따라 걷는 길이례적으로 11월 초부터 내리기 시작한 돌로미테의 눈은 12월이 되어서 보다 더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수년 간 눈이 많이 오지 않았던 티롤 알프스와 돌로미테의 산간 마을들은 눈의 축복을 받은 것처럼 푸근해 보였다. 인공 제설기를 통해 인공 눈을 만들어서 스키장 슬로프의 바닥을 다지던 스키장들도 11월 말에 이미 3~4m의 폭설이 내려 시즌을 앞당겨 스키장을 오픈하기 시작했다. 히말라야 8,000m 14좌를 신루트와 셀파를 사용
클래식 루트에서 느낀 산악정신 써도널드산 노스웨스트 아레떼 루트 써도널드산 노스웨스트 아레떼를 올랐다. 현지 정보의 가이드에 표시된 기간보다 단축해서 원데이로 올랐다. 자만이 아니라 그간 클래식 루트를 등반하며 깨닫게 된 몸의 감각이다. 고된 등반이었지만 젊은 시절의 열정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고, 그 시절의 산악정신이라 할 그 무엇을 느낄 수 있어 무엇보다 기뻤다. 글 사진 · 김정덕 편집위원 시애틀에서 인선과 며칠 간의 휴식을 끝내고 국경을 넘어, 부족한 정보에 의지해 새롭게 등반할 대상지 써도널드산(Mt. Sir Donald)
그대를 처음 만났던 가을이란 계절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협찬 · 레드페이스 11월은 한 해의 등반을 마무리 짓는 달이다. 겨울이 오고 추위에 손이 곱으면 쫑바위를 끝으로 등반가의 오름짓은 겨울잠에 든다. 어떤 이는 얼음을 오르고, 어떤 이는 휴식기를 가지며 저마다의 방식과 저마다의 마음가짐으로 돌아올 봄을 기다린다.올해 마지막 바위 취재를 어디서 진행할까 고민이 많았다. 그동안 자주 다뤄지지 않은 곳이면서 어프로치가 적당한 곳이면 좋을 텐데, 욕심을 조금 내자면 바위 곁으로 단풍까지 있으면 금상첨화고 말이다. 며
안개를 뚫고 햇살을 가르는 정적의 오름짓 글 · 최석문(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사진 · 주민욱 기자 어김없이 수능 한파가 찾아 왔고, 물 고인 작은 웅덩이에는 첫 얼음이 얼어 있다. 11월 초가 되면 대부분의 등반가는 소위 쫑바위라 부르는 마지막 등반을 한다. 하지만 평년 기온이 예전과 달리 높아져 올해는 암벽등반 시즌이 길어졌다. 20년 전에 추위가 빨리 찾아와 빙벽등반을 11월 셋째 주에 시작했던 기억이 있는데, 새삼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번 12월호까지 ‘최석문의 벽’으로 18번째 글을 연재하고 있다. 본 연재는 등반 대상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