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만의 가뭄이 농토뿐 아니라 사람들 마음까지 옥죄고 있었다. 신남리에는 급기야 이장들이 보다못해 기우제를 올린다며 이른 아침부터 소치 아래 골짜기로 몰려들 갔다. 하필이면 이런 때에 신남장 고갯길을 취재하러 나서게 된 일행의 발걸음이 더욱 무겁기만 하다. 신남리의 가장 깊은 골짜기에 자리한 정자리(亭子里). 신남장을 보려면 정자리 사람들은 두 개의 고개를 넘어야 했다. 정자리와 소재 마을 사이의 소치고개(마을에 따라 정자리고개로도 부른다), 다시 소재와 신남리 사이의 노가치고개(지형도에는 소치고개라 표기되어 있다). 두 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