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 이규태(등산안전협회 회장)지난 7월 27일 친구와 운길산을 올랐다. 올해 6월호에 소개했던 ‘내 마음의 그 산길 - 운길산 쪽동백골’을 다시 올랐다. “그때는 여기 울타리가 있었던 것 같았는데 없어졌네?” “기억력이 아직 좋구먼.” 10여 년 전, 친구와 함께 오른 적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간 것이다. 나의 제안으로 우리 둘은 준비해간 표시기를 등산로가 분명치 않은 곳 나무에 매달면서 올랐다. 얼마 전 그 코스로 오르던 여러 팀이 도중에 길을 못 찾아 되돌아 내려왔고 혹은 휴대폰을 분실하기도 했다고 들었다. 중년의
글 사진 · 이규태(등산안전협회 회장)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뀌면서 산의 성깔도 달라진다. 봄산이 희망과 감동의 산이라면 겨울산은 자신을 드러내는 솔직한 산이다. 가을산은 화려함 속에 쓸쓸함을 감추고 있고 여름산은 풍요로운 듯 앙칼지다.등산을 잘 모르는 사람은 겨울산행이 가장 위험할 것이라 생각한다. 허나 겨울산은 자신을 솔직하고 단순하게 드러내므로 여러 위험에 대비하기가 쉽다. 흰 눈이 산을 덮어 생물들을 잠재우고 계곡과 폭포는 정지한 듯 얼어붙어 바위산은 그대로 알몸을 드러낸다. 우리는 그렇게 자신을 드러낸 산에 겸
글 사진 · 이규태(등산안전협회 회장) 한반도에는 성산(聖山)과 삼신오악(三神五嶽)이라는 숭산(崇山) 문화가 있다. 백두산을 성산으로 삼고 삼신산은 한라산, 지리산, 금강산이며 오악은 삼각산, 금강산, 묘향산, 지리산, 백두산을 말한다. 광복 후 남북이 갈린 지 70년이 넘었고 통일의 기약은 없다. 같은 민족이라지만 서로 총을 겨누고 다른 나라보다 더 극심한 원수지간이다. 산악인의 입장에서 백두산 금강산 묘향산을 ‘우리’ 산이라 말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오르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남의 산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삼신오악을 꼽으
사건이 역사가 되려면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유전학에서 말하는 돌연변이 중에는 후대에 유전되는 것도 있고 유전되지 않는 것도 있다. 후대에 유전되지 않는 것은 한 번의 돌연변이로 끝난다. 허나 하나의 사건으로 말미암아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고 그 목적이나 정체성이 일관성을 유지하여 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행위를 반복하면 그것은 역사가 된다.작은 물줄기가 합류하여 큰 강이 되듯 각 분야의 역사가 모여 한 나라 전체 역사가 되므로 각 분야 역사를 잘 정리함은 중요한 일이다. 등산사는 한국사의 한 분야이니 시대를 구분함에 있어 연계성이 있어
한국의 문화재관람료, 부처님은 어찌 생각할까? 글 사진 · 이규태( 등산안접협회 회장)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낸 문화재관람료는 얼마나 될까? 50만원은 넘을 거 같은데, 100만원도 될까? 산을 찾는 우리나라 등산객이 연 300만 정도라면 그동안 낸 소소한 관람료를 합친다면...?’ 계산이 잘 안 나온다. 산에 가면서 관람료 내고 들어선 사찰의 문화재를 떠올리려니 잘 생각이 나질 않는다. 오히려 관람료 없는 작은 사찰에서 느꼈던 소박한 기억은 새롭기만 하다. 지난가을 아내와 함께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용문사를 찾
「영혼을 품다, 히말라야」 글 사진 · 이규태(등산안전협회 회장) 그들은 왜 계속 산에 오르는가? 1985년 영국 산악인 조 심슨과 사이먼 예이츠는 안데스산맥 시울라 그란데(6,400m)를 등정한 후 조가 추락하여 다리가 부러진 채로 매달렸다. 둘 다 죽느냐, 로프를 끊고 한 사람만이라도 살 것이냐의 극한상황에 직면했고, 사이먼은 결국 로프를 절단하고 홀로 베이스캠프로 귀환했다. 사이먼은 자신이 살기위해 조를 죽였음을 고백하고 자책하고 있던 중, 죽은 줄 알았던 사이먼이 3일을 기어서 기적의 생환을 했다. 한 사람이라도 살기 위해
영원히 머물 수 있는 정상은 없다 글 사진 · 이규태(사람과 산 전 편집주간) 등산이란 일차적으로 높이를 추구한다. 높은 곳, 더 높은 곳으로 향한다. 올라갈수록 더 멀리 볼 수 있어서 좋다. 탁 트인 전망, 사람 사는 곳을 저 아래로 내려다보는 재미도 있다. 정상이라면 더욱 좋다. 360도 사방을 둘러보는 재미는 보통 재미가 아니다. 게다가 그 풍광이 좋을수록 감동적이다. 하얀 구름바다 위에 무인도처럼 불쑥불쑥 내민 낮은 봉우리들을 바라보노라면 계속 머물고 싶다.능선 너머 온산을 불태우는 듯한 서쪽 하늘 벌건 하늘을 바라볼 땐 불
산악연맹과 스포츠클라이밍연맹은 분리되어야 한다!글 사진 · 이규태(사람과 산 전 편집주간) ‘무능하다’ 라는 말이 있다. 능력이 없다는 말인데, 사람들은 보통 지나간 일을 돌이켜보며 “왜 그런 결과밖에 얻지 못했을까…” 자신의 무능을 자책하다가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책임을 회피하지는 않았다.’고 스스로 달래면서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 살다보면 좋은 결과를 쉽게 얻기도 하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은 경우가 많다. 그것이 사람 사는 것이다.수확이 좋아야 능력 있는 농사꾼이고, 물고기를 많이 걷어 올려야 능력 있는
스포츠클라이밍을 말하다글 사진 · 이규태(사람과 산 전 편집주간) 지난 7월 7일 대한산악연맹(회장 손중호)에서 이번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Sport Climbing)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한 선수에게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금메달 1억 원, 은메달 5천만 원, 동메달 3천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스포츠클라이밍이 2021 도쿄하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종목이 되었고 남녀 각 1개씩의 메달이 걸려있다. 대한산악연맹은 ‘스포츠클라이밍 선수들이 올림픽 무대에서 좋은 기량을 펼치는 동기부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포츠클라이밍
‘精進의 山’ 서울문리대산악회글 사진 · 이규태(사람과 산 전 편집주간) 지난 5월 29일 속초시에 위치한 국립산악박물관에서 의미 있는 기획전시회 개막식이 있었다. ‘정진精進의 산山’이란 주제로 3개월간 전시되는 이 특별전은 서울문리대산악회가 보관하고 있던 자료와 회원 개인이 소유하고 있던 자료를 한데 모아 박물관에 기증한 것이 계기가 되어 마련된 것이다. 1954년 창립한 서울문리대산악회서울문리대산악회는 1954년에 창립했다. 서울대학교 전신인 경성제국대학교에 1933년 예과(2년 과정) 스키산악부와 1935년 본과(4년 과정)
배낭을 꾸려 그냥 올라보세요! 글 사진 · 이규태(사람과 산 전 편집주간) 집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아내가 트로트를 본다고 채널을 돌린다. “도대체 트로트가 뭐야?” “트로트가 트로트지 뭐. 노래만 들으면 되었지 뭘 물어요.” 모른다는 말이군. 트로트 열풍이 불고 있다. 2년 전부터 시작된 이 광풍은 매스컴의 좋은 소재가 되어 각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거액의 상금을 유치하여 다양한 프로를 방송하고 있다. 한국 고유의 정서를 담은 대중음악 ‘트로트’찾아보니 트로트(trot 트롯)란 191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댄스음악의 한 장르인
비박, 자연과의 밀접 글 사진 · 이규태(사람과 산 전 편집주간) “별지붕 아래 바람이불 덮고서 비박에 들어간 어젯밤. 누에고치 속 번데기처럼 침낭 속에서 꿈틀거리다 잠이 들었다. 불편한 잠자리에 ‘선잠을 자겠지…’ 했는데 한 번도 깨지 않고 단잠을 잤다. 아침 해가 능선 너머에서 살짝 얼굴을 내밀며 따스이 비춘다. 겨울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햇살은 뺨을 어루만진다.”옛 메모를 뒤적이다 보니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이 있어서 혼자 웃음도 나고 좀 쑥스럽기도 했다.‘비박’이란 야생에서 텐트 없이 자거나 밤을 지새우는 일종의 불시노영이다.
선구적 등반가 황욱과 김정태의 글 사진 · 이규태 (사람과 산 전 편집주간) “금강산이 기교로 아름답다면 오대산은 기교가 없이 아름답지요. 높은 산이라 하니 그저 기암괴석으로 된 바위산이나 사태가 남직한 험산으로 여기겠지만, 기실은 뭐랄까 어머니의 품처럼 인자한 산입니다. 그저 부드럽고 인자하고 착하고 다정해보이지요. … 대개 명산이나 고산은 말하자면 앙칼진 인상을 주는데 오대산은 사람에게 압박감을 주면서도 부드러워요. … 산악에서 여러 날 천막을 치고 오대산부터 설악산까지 백여 리를 바로 갔지요.”1937년 신문
한국 알피니즘의 발상지, 금강산 글 사진 · 이규태(사람과 산 전 편집주간) 알피니즘이란 빙, 설, 암이 있는 조건에서의 등산을 의미한다. 그 어원은 알프스지역 등산에서 연유되었으나 지금은 지역에 관계없이 고산등산을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고산이란 대략 3,000m 이상 만년설이 있는 산을 일컫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비록 3,000m 이하의 산이라도 겨울철 빙, 설, 암 조건을 충족시킨다면 우리의 겨울산도 고산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한국 근대등산에 있어서 북한산의 인수봉(810m)과 도봉산의 만장봉(718m)은 암벽등반의 시발점이다
산악 학회(學會)의 출범 글 사진 · 이규태(사람과 산 전 편집주간) 역사란 의미 있는 과거 사실에 대한 인식이다. 등산사란 의미 있는 과거 등산에 관한 기록이며 그에 대한 인식이다. 과거의 인식은 미래의 예측도구가 된다. 지구 최고봉을 측량하고 신들의 영역으로 치부되던 히말라야 8천미터 상에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고 외치던 근대등산의 황금기. 등산이 추구하는 가치인 탐험과 도전정신은 최고의 빛을 발했다. 등산의 최고가치, 탐험과 도전정신의 퇴색1953년 에베레스트 인류 초등에 이어 1977년엔 우리나라 고상돈도 정상에 섰
학교산악부창립 90여년, 아직도 오르고 있는가? 글 사진 · 이규태(사람과 산 전 편집주간) 1920년부터 1940년까지 대략 20년을 근대등산 여명기로 본다면 그 시기는 나라를 빼앗긴 암울한 시대였다. 사회활동은 물론 교육의 기회조차 차별당하면서 모든 문화활동은 감시의 대상이었다. 일본인은 강산을 약탈하고 휘젓고 다니는데, 정작 이 땅의 주인은 우리 산악을 마음대로 갈 수도 없었다.근대 암벽등반의 출발점인 북한산 인수봉 초등에 관한 역사를 명확하게 결론내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시대적 배경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1925년경, 인수봉
등산문화 글 사진 · 이규태(사람과 산 전 편집주간) 근대등산이 있다면 근대등산문화도 있을 것이다.인간이 알프스, 히말라야를 오르지 못했던 시대, 그곳은 신들의 영역이었다. 허나 등산장비의 발달로 오르지 못할 산이 없게 되자, 산은 신들의 영역이 아닌 인간의 탐험과 도전의 대상이 되었다. 거처할 장소를 잃은 신들은 이산저산을 떠돌고 있다. 인간이 오르지 못할 봉우리는 없고 아무리 어려운 루트라도 첨단 장비를 이용하면 오를 수 있다. 보다 높은 정상을 추구하던 등정주의시대를 지나, 보다 어려운 루트를 추구하는 등로주의 시대도 막을 내
산악인의 함정‘무릎 관절’ 글 사진 · 이규태(사람과 산 전 편집주간) 경기도 성남시와 광주시 오포읍 경계에 불곡산(佛谷山)이라는 야트막한 산이 있다. 성남시 분당구를 들머리로 하면 주차장에서 바로 100미터 거리에 골안사(骨安寺)라는 작은 절이 있다. 창건된 지 250여년 된 조선 후기 사찰이라는데, 지금은 서너 평 남짓 낡은 대웅전과 대웅전 뒤꼍에 작은 산신각만 있는 절이다. 대웅전 앞에는 요사채가 있는데 절집인지 빈집인지 모를 정도의 초라한 건물이다. 겉보기에 그렇다는 말이고 어떤 면에서는 ‘아직도 이렇게 소박한 절이 있나?’
‘국립공원’ 산악박물관의 뜬금없는 전시물 글 사진 · 이규태(사람과 산 전 편집주간) 필자는 지난 호(사람과 산 2020년 6월호)에서 등산자 안전을 내세운 국립공원공단의 등산로 출입금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국립공원공단법 제1조 설립목적에 분명히 밝힌 바와 같이 국립공원공단은 ‘자연생태계, 자연·문화경관 및 지형·지질 자원을 체계적으로 보전·관리’ 하는 것이 공단 본연의 임무이지 등산자 안전을 우선시 하는 것이 공단의 주된 임무가 아님을 지적한 것이다. 국립공원공단에서 왜 등반장비를 전시하는가?필자는 이번 호에서는 공
국립공원공단은 ‘길’을 막아서는 안 된다 글 사진 · 이규태(사람과 산 전 편집주간) 국립공원공단에 건의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산은 어프로치가 용이하고 사계절 다양한 풍광이 펼쳐진다. 깨끗한 화강암과 맑은 물은 안정된 등산로와 식수를 제공한다. 기상변화에 따른 야생의 위험은 지구상 어디든지 있는 현상이다. 인류는 악천후를 극복하면서 문명을 꽃피워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도전과 극복의 등산가치가 평가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배낭을 메고 산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위험에 노출됨을 전제한다. 국립공원공단은 사람이 아닌 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