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덕용의 티롤 알프스

글•사진 임덕용 EU주재기자      Fotocredit: vagardena.it  

삿쏘룽고(본지 10월, 11월, 12월호에 소개한 암군) Sassolungo 그룹의 봉우리 덕분에 깜삐뗄로Campitello는 주요 관광 센터의 중심지에 있다. 카나제이 Canazei와 같이 돌로미티 3대 미 마을에 속하며 돌로미티 마을의 모든 매력을 갖추고 있는데 돌로미티의 발코니라고 불리기도 한다.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마을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꼴 로델라Col Rodella(2,480m)까지 올라가서 삿쏘룽고와 셀라 암군, 건너편으로는 돌로미티 최고봉 마르몰라다가 펼쳐져 있다. 로델라에서는 유명한 장미 공원 로젠가르텐 Rosengarten의 트레킹이 가장 유명하다. 볼차노Bolzano와 코르티나Cortina의 교통 요지이며 돌로미티의 중앙에 있어 여러 방면의 산으로 갈 수 있는 갈림길이다.  

 깜삐뗄로 Campitello는 꼴 로델라 Col Rodella(Campitello di Fassa) 주차장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있는 아름답고 초현실적인 환경에 담긴 아름다운 마을이다. 마을의 좌우 협곡에는 많은 빙벽이 있으며 드라이 튤링 장소로도 유명하다. 빙벽 대회가 활성화되던 2010년경에는 깜삐뗄로 마을 중앙을 흐르는 개천 위에 나무로 삼각형의 경기장을 만들고 이태리 빙벽 대회와 국가 대표 선발전을 하기도 했었다.  

이번에 오른 빙벽은 펠루스 Pelous로 첫 번째 수직 구간 다음에는, 양옆의 어깨가 벽에 낄 정도로 좁은 걸리 (두 벽 사이에 있어 침니와 디에드로와 유사)로 좁은 살얼음이 이어지며, 세 번째 마디 마지막 수직 피치가 시작되는 곳에서는 다시 계곡의 경사가 완만한 빙벽으로 이어져 등반 가치가 낮아 대부분은 이 지점의 커다란 나무에 설치되어 있는 하강 포인트에서 하강한다. 하강해서도 로프를 풀기 어려울 정도로 등반 장비를 풀기 전까지 긴장감이 뇌와 정신줄을 간질 간질한 등반으로 감미롭기까지 했다.

 트렌토 Trento 주에 속하는 발 디 파사 Val di Fassa에는 이제 고전이 된 빙벽 루트에서 선구적인 빙벽 등반인 드라이 튤링 등 선두를 달리는 빙벽의 메니어들이 몰려들고 있다. 지난 몇 시즌 동안 새롭고 매우 흥미로운 라인이 만들어졌다. 현 지구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M15 루트인 마르몰라다 아래의 천정은 180도의 천정이 40m로 길게 이어져 있어 극한의 파워와 등반력이 아니면 불가능한 루트로 유명하며 아시아에서는 권영혜 선수가 초등을 하기도 했었다.

 추위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발 디 팟사 Val di Fassa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진행된 최신 혼합 및 빙벽 등반에 대한 자세한 등반 정보는 폰타나죠 Fontanazzo, 리오 페루스 Rio Pelous, 까시오페오Cassiopeo등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기존 고전 루트 외에도 새로운 혼합 루트가 등반되었다. 마을에서 15~30분이면 등반을 시작할 수 있어 얼어붙은 폭포를 처음으로 오른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렵기 때문에 초등자가 분명하지는 않다. 그러나 현대 빙벽은 매 시즌 얼음이 어는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초등에 대한 중요성이 그리 높지는 않다.

 깜삐뗄로에 살고 있는 귀요미 알파인 가이드 베네데타와는 벌써 5년째 같이 일하고 있다. 한국에서 오신 트레커들을 가이드할 때 같이 일을 하며 휴가철 트레킹이 끝나고 서로 시간이 맞으면 아르코와 돌로미티의 여러 등반을 같이하고 있다. 여성 알파인 가이드로는 최연소 (자격증 취득 당시 23세)라 기네스북에도 올라있는 미래 유망주이다. 18세에 이미 스노보드 국제 공인 강사가 되었고 주니어 이태리 국가 대표 클라이밍 선수였다. 나에게는 3번째 딸처럼 생각되는 귀요미이다.

 매일 클라이밍을 하는데 마침 파트너를 못 찾았나 보다. 베네데타의 문자를 받자마자 차고로 달려가서 빙벽 장비를 챙겼다. 다음날 새벽 5시에는 집을 나서야 하는데 전날 장비를 잘 챙겨두지 않으면 실수하는 일이 생기는 나이가 되었다. 볼차노에서 출발하여 약 1시간 30분을 산을 몇 개 넘어서 약속한 주차장에 도착했다. 집에서 걸어서 나온 그녀가 더욱 단단해 보였다. 이태리 식 볼 키스로 인사를 하고 경사도 있는 길에 올라섰다. 눈이 많이 내려있고 길은 얼어 있어 출발과 동시에 아이젠을 착용했다.

 첫 마디는 쉬운 각도의 얼음 슬랩을 올랐지만, 고드름이 심한 오버행 아래를 횡단하는 구간에서는 위험도가 많았다. 중단과 상단은 직벽이 수직으로 솟아올라 섬세한 혼합 섹션과 고드름 지대, 조명 기구 샹들리에처럼 천정에 달려 있는 날카로운 고드름이 위협적이었다. 첫 번째 암빙벽 혼합 섹션에는 볼트 1개와 페그 1개가 있고, 두 번째에는 볼트 2개가 있었다. 고정 볼트가 없었다면 확보물 설치가 불가능한 위험 구간이다. 다양한 자세를 요구하는 테크니컬한 등반이었고 기분도 아주 좋고 재미있었다. 짧은 마디의 등반이었지만 추운 날씨의 등반이라 그런지 간만에 근력이 팽팽해진 느낌도 들었다. 

 근력은 우리 몸을 움직이는 기운과 힘이다. 그 바탕에는 근육 건강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 몸의 건강 핵심은 근력에서 출발한다. 근육이 탄탄하면 여러 만성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줄어들고 갑작스러운 사고로 입원해도 회복 속도가 빠르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비타민,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의 균형을 잘 맞춰 식사해야 하지만 식욕과 입맛을 높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도 오래 살고 싶고 더 오랫동안 산행을 하고 벽등반을 하고 싶다면 몸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체력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산을 오르는 것을 유산소 운동이라고 한다. 오를 때 숨이 조금씩 차오르고 거칠어지는 유산소 운동을 잘하면서 호흡 곤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산에 가지 않는 날에는 간단한 조깅, 자전거 타기와 피트니스 센터의 러닝머신 달리기 등을 할 수 있지만, 내 경험으로 제일 좋은 방법은 한 번에 과한 산행을 하는 것보다 짧더라도 자주 산행을 계속하는 것이다. 균형 잡힌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스쿼트, 윗몸 일으키기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런 힘든 운동보다 더 좋은 것은 매일 산책을 하면서 몸을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다. 거친 운동보다는 부드럽고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을 매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등산은 전신 운동이다. 그중 등산의 꽃이라고 하는 클라이밍은 전신 운동과 온몸 스트레칭을 동시에 하는 정신 집중 운동이다. 여러 구기 종목은 운동을 하면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지만 무술의 대련과 클라이밍은 정신 집중만이 살 수 있는 길이다. 클라이밍이나 등산을 하기 전 발목을 풀어 주고 발꿈치를 땅에 떨어지게 걷는 대신 발바닥부터 발가락까지 전부 사용해서 걷는다. 이렇게 걸으면 미끄러지고 넘어질 확률이 줄어든다. 미끄러져도 크게 다치지 않는다. 이유는 발의 구조상 발바닥이 발뒤꿈치에 비에 넓기 때문. 몸의 무게 중심은 당연히 앞쪽으로 해서 나아가야 한다. 

 그러니 하루라도 쉬지 말고, 꾸준히 아내와 가족에게 험한 소리를 들을지라도 우리는 아니, 나는 산으로 간다. 그래야만 나는 자연스럽게 숨을 쉴 수 있고 나의 자유로운 영혼이 위로를 받는다. 혼자만의 고독한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을 몸을 통해서 뇌가 배운다고 하면 정녕 산에 미친 사람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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