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덕용의 티롤 알프스

글•사진 임덕용 EU주재기자      Fotocredit: vagardena.it  

해발 3,025m에 위치한 사스 리가이스(Sass Rigais) 정상을 오르는 것은 돌로미티의 새롭고도 놀라운 경험이었다. 푸에즈 오들러 Puez-Odle 자연 공원에서 사스 리가이스 Sass Rigais를 자주 보아왔지만 발 가르데나 Val Gardena를 통해 오르는 것은 독특한 경험이었다. 오르티세이 Ortisei의 세체다 Seceda를 백 번 넘게 한국 분들을 모시고 트레킹 가이드를 하면서 여기에 있는 비아 페라타를 등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지 오래였다.

 클라이밍 파트너를 찾기는 쉬워도 같이 페라타 등반 할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더욱이 어프로치가 워낙 길어서 그동안 동반자를 못 구했었다. 예전에야 혼자서도 돌로미티에서 어렵고, 어프로치가 멀고 힘든 페라타는 혼자서도 잘 찾아 다녔지만 암수술 6번과 항암 치료를 3개월째 받고 있는 중환자로서는 위험 요소가 많아 단독 등반을 금하고 있다. 지갑 안에는 내가 어디에서 쓰러지던 나를 발견한 사람이 즉시 헬기를 부를 수 있는 증명서와 그간 주요 수술 등,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되는 약과 복용 중인 약이 명시되어 있고 핸드폰에도 이런 상황이 저장되어 있어 어떤 의사던지 즉시 처방을 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  

 비아 페라타의 출발점에 도달하려면 우아한 오들스 타워를 배경으로 그림 같은 초원을 따라 약 1시간 30분 정도의 트레킹을 해야 한다. 오들(Odle)은 "바늘"을 뜻하는 라딘 (돌로미티와 남 티롤 사람들의 전통 언어로 지금은 사용하는 사람들이 돌로미티 거주 인구 중 약 30% 미만이다) 언어이다. 이 가느다란 봉우리를 한 번만 보면 왜 그렇게 이름이 붙었는지 이해하기에 충분하다.

 이 비아 페라타는 길고 탐험적인 요소가 많이 있었다. 일반적인 페라타는 와이어 로프를 잡고 따라 올라가면 되지만, 이 루트는 수없이 넓고 많은 구간에 와이어 로프가 없어 돌과 돌 사이에서 루트를 찾아야 했다. 비슷 비슷한 지역을 몇 번이나 돌면서 길을 찾기가 매우 어렵고 또한 지겹기도 했다. 최근 2년 간 나와 가장 많이 등반을 같이 하고 있는 볼차노 Bolzano 대학의 교수인 드미르티와 부인 리우다밀라가 동행해 주었다. 건장한 체격의 드미트리와 빨강색 머리의 미녀 리우다밀라는 사진 모델을 해주기에는 최고의 파트너였다. 특히 그들 부부는 나를 클라이밍과 스키의 대 사부님으로 모시는 덕에 나를 잘 따르고, 함께 위험 요소가 많은 곳을 간다고 해도 믿음직스러웠다. 특히 산에서 등반 중 나의 대동맥 파열로 헬기로 구조 된 사건과 간 이식과 6번의 암 수술 경과를 잘 알고 있어 이해력이 높았고 비상 시 나를 어떻게 처리(?) 해야 하는 지를 잘 알고 있었다. 

복을 지니고 사는 방법에는 15가지가 있다고 한다.

1. 기쁨을 가슴에 가득 담으면 담는 만큼 다 내 것이 된다.

2. 좋은 아침이 좋은 하루를 만들고 하루를 멋지게 만든다.

3.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면 천만 불의 가치가 있다.

4. 남이 잘되도록 도와주면 내가 잘된다.

5. 내 자신을 사랑하면 행운의 여신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다.

6. 세상을 향해 축복하면 세상은 나에게 더 큰 축복을 준다.

7. 간절한 기도는 소망성취의 열쇠다.

8. 힘들다고 고민 말아라 모든 정상은 가까울수록 힘이 든다.

9. 준비하고 살아가라. 준비가 안 되면 들어온 떡도 못 먹는다.

10. 어두운 그림자를 보지 말고 몸을 돌려 밝은 태양을 바라보라.

11. 남을 기쁘게 하면 나에게 10배의 기쁨이 돌아온다.

12. 끊임없이 베풀면 샘물은 퍼낼수록 맑아진다.

13. 안 될 이유가 있으면 될 이유도 있다. 될 이유만 말하자

14. 약속은 꼭 지키자. 사람이 못 믿는 사람은 하늘도 못 믿는다.

15. 불평을 하지 말자. 불평은 나를 스스로 파괴하는 자살폭탄이다.

 

 이 중 나는 몇 개의 복이 있는지는 몰라도 다행인 점은 항상 긍정적으로 살고 있다는 점이다.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기 보다는 인상을 쓰고, 아내와 자식들에게도 험한 말을 쏟아내거나 엄청난 불평 불만을 하지만 그래도 항상 낙천적으로 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7년간의 투병 생활과 몇 번의 목숨이 사선을 넘나드는 커다란 수술을 하면서 얻은 게 하나 있다. 이제는 베풀고 살고 싶다는 점이다.

 그 동안 껴안고만 살았다. 남의 것을 뺏고 싶었고 심지어 남에게 해를 줄지라도 내가 이익이 된다면 얻으려고 별 짓을 다했다. 아직도 내 자신을 사랑할 줄은 몰라도 다시 태어난다고 하면, 이번 생과 똑 같은 길을 걸어도 후회는 없고 열심히 살았다는 것만은 자신한다. 이제 불평을 하지 말자. 남을 도울 수 있다면 내 이익 보다는 남에게 배 푸는 것을 실천하며 살고 싶다. 몇 번이나 공짜로 다시 얻은 삶이라면 지나 온 내 길을 다시 걷는다고 해도 남에게 피해주는 일과 내 욕심만 생각했던 일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여러 어프로치 중 세체다 정상까지 케이블카로 올라가서 등반을 했다. 페라타 등반이라기 보다는 아트레자투라 센티에로 Attrezzatura Sentiero (매우 위험한 등산로에 안전을 위해 고정 로프를 설치 한 구간) 수준이었지만 고정 로프가 없는 구간이 길 찾기가 더 힘들었으며 1급, 2급의 암벽 등반을 아무런 확보 장비 없이 해야만 했다. 길에 널려져 있는 수 억 만개의 잡석들이 떨어지거나 앞에 가는 등반자가 본의 아니게 낙석을 유발할 경우 매우 위험했었다.

 입에서 몇 번이고 욕이 나올 즈음, 정상에 올랐다. 어느 정상처럼 등정에 대한 기쁨도 없이 내려 갈 길이 걱정되었다. 우리 보다 먼저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 내려가는 모습이 매우 위태롭게 보여 걱정이 앞섰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아름다웠다. 서쪽의 티롤 알프스의 최고봉 오르틀러(Ortler)에서 동쪽의 코르티나의 대표적인 암봉인 토파네(Tofane)까지 이어져 있다. 남쪽과 동쪽 모두에서 비아 페라타(via ferrata)가 이어져 있기 때문에 페라타 횡단 종주 등반인 셈이다.

 하강은 길이가 길고 끝까지 집중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절대로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남쪽에서 내려오려면 남서쪽 능선을 따라 강철 케이블을 따라야 한다. 곧 Sass Rigais의 넓은 남쪽 경사면에 도달하고 바위에 있는 천연 계단과 단단하고 확실한 계단이 필요한 다양한 비탈 경사면을 따라 계속한다. 초원을 지나면 짧은 수직 벽에 도달하고 그 뒤에는 나무 다리가 있다.

 최고의 페라타 등반을 위해서는 동쪽에서 오르고 남쪽에서 내려갈 것을 권장한다. 길은 처음에는 매우 가파르지만 Sass Rigais와 푸르켓따 Furchetta(분기점과 유사한 봉우리) 사이의 분기점(2,804m)까지 계속해서 평평해진다. 비아 페라타의 시작점은 포크의 왼쪽(서쪽)에 있다. 돌에 형성된 자연적인 계단은 비아 페라타의 첫 번째 와이어 로프에  연결되지만 협곡을 직접 오르다 보면 과연 여기에 페라타 루트가 있는지 아니면 길을 잃은 것인지 구분이 안되어 등반도 하기 전에 지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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