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페이스와 함께하는 아웃도어 파라다이스_남한산성 범굴암

글 장병태 기자  사진협찬 레드페이스 

드디어 봄이 코앞까지 왔다는 것을 요즘 실감한다. 그러니 슬슬 바위를 시작해야 할 때가 왔다고 몸의 여기저기가 근질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아직 멀티피치는 성급하니 만만한 곳에서 하드프리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범굴암을 찾기로 했다.

 물론 표현이 ’만만하다‘는 것 뿐이지 사실 몇 루트를 빼고는 전체적으로 난이도가 있는 암장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어프로치가 짧고 암장이 남쪽을 향하고 있어 해가 잘들어 등반하기 편해서 겨울철에도 마음만 먹으면 등반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한편 여름에는 주변의 숲이 울창하여 하루종일 그늘이 져니 사시사철 등반이 가능한 곳이라 보면 된다.

 차량으로 가려면 네비게이션에 ’불당리 주차장‘이라고 치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혹시 업그레이드가 안되서 주소를 입력하려면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면 불당길 2-5‘로 치면 된다. 서울에서는 하남시를 거쳐 광주방향으로 43번 국도를 타고 가다 광주 못미쳐 305번 지방도로를 타고 남한산성쪽으로 우회전하고 동문방향으로 약3km를 가면 불당리마을 간판이 보인다. 입구로 들어서면 주차장이 바로 있고 주차비는 무료이다. 여기엔 공용화장실도 있으니 여러 가지로 편의시설이 다 갖추어진 샘이다.  

 만약 등반을 마치고 ’하산주‘를 즐기고 싶어 차를 안가져가고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지하철 8호선 산성역에서 하차하여 2번출구 버스 정거장에서 9번 또는 9-1번 버스(휴일만 운행) 버스 탑승 남한산성 남문안로터리 종점하차해서 광주행 15-1번 버스로 환승한 다음 불당리 벌교집앞에서 하차하면 된다. 소요시간은 대기시간을 포함하여 1시간반정도를 감안할 것. 

초보자보다는 다양한 난이도를 갖춘 중•상급 암장 

 범굴암장은 남한산성과 가까운 검단산 자락에 있으며 폭이 약 50m정도이다. 걷는 거리가 짧아 주차장에서 15분이면 갈 수 있어 접근성이 좋다. 불당리 마을로 50m정도 가면 두갈래 길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우측도로를 따라 작은 다리를 건너 200m정도 가면 호두나무집이 보이고 산쪽으로 난 오른쪽 길로 틀면서 1미터폭의 산길로 따라 올라가면 된다. 묘지를 세 개정도 지나면 우측으로 60m정도가면 암장에 도착한다.

 굴바위에 있는 18개의 루트는 2002년 산사랑산악회(8개)의 조정환, 안종능, 문성욱, 김낙인, 박희웅씨등이 개척했고 우측 벽은 석우산악회(10개)의 우정영, 정동진, 장형원, 김영미, 신문희씨등이 참여하였고 이 작업에 안주환씨등이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3월 15일에 시작하여 1개월만에 개척하였으며 그해 5월5일에 개장하였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루트의 볼트는 4개에서 7개, 길이는 8m~25m, 난이도는 5.8~5.13c까지 다양하게 개척되어있어 자신의 기량에 맞게 등반을 즐길 수 있다. 전반적으로 루트의 길이가 길지는 않지만 페이스와 약간의 오버행으로 이루어져있어 손가락힘과 발기술을 섬세하게 구사해야 하며, 유연성, 순발력, 지구력 등이 요구된다. 상단의 포겟홀드를 잘 이용해야하며 키가 크다면 아웃사이드를 사용하면서 팔을 멀리 뻗어 해결하야 하는 다이나믹한 동작이 필요하다. 특히 5.11이상의 난이도가 많아 중급자나 상급자에게 더 인기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에 호흡을 마출 클라이머는 지난번 명성산에서 위킹을 했던 김승연(성신 21)씨와 이재호(외대 21)씨이다. 본격적인 등반이니 만큼 충분히 준비운동을 하고 손목이나 발목을 잘 풀어주고 등반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겨울동안 두 사람 다 운동을 게을리 한 것을 고백(?)하며 역시 클라이머에게는 끊임없는 체력단련과 자기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범굴암이 우리에게 다시 말해주는 것 같았다.

 오늘도 두 사람의 소감을 풀어놓으며 먼저 김승연씨부터 옮겨본다.

“완연한 봄 날씨가 기분 좋게 느껴졌던 날, 남한산성 범굴암에 다녀왔다. 평일 오전에 찾은 범굴암은 우리를 제외한 한 팀 말고는 아무도 없어서 참 좋았다. 범굴암은 어프로치가 짧고 쉬워서 접근성이 좋다. 루트는 짧은데 홀드가 작고, 순간적인 큰 힘을 요구하는 동작들이 있어서 쉽게 봤다간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어떻게 알게 되었냐면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장비착용을 마친 후 몸풀이로 반석 (5.10b)에 붙어보았다.

 재호와 상호 체크를 하고 출발! 이라고 당차게 등반 구호를 외쳤는데 웬걸 출발이 되지 않는다. 아주 당황스러웠다. 옆에서 등반하시던 로컬 분께서 조심스럽게 손과 발 홀드를 알려주셔서 얼렁뚱땅 출발은 했는데 밑에서 힘을 너무 뺀 나머지 끝까지 올라가지 못했다. 어이가 없고 슬퍼서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어서 재호가 올랐다. 재호도 고전하긴 마찬가지였다. 재호의 빌레이를 보는데  불과 몇 분 전 나의 모습이 겹쳐 보이며 민망해서 괜히 큰소리도 쳤다.

 ’장난해? 지금 1m 올랐어. 빨리 올라가!’

 그렇게 우리는 힘겨운 몸풀기 등반을 끝내고 커피도 마시고 샌드위치를 먹으며 형들과 수다를 떨었는데 햇살 아래에서 보낸 그 시간이 좋았다. 올 겨울 동안 정말 자주 봤던 대학산악부 형들인데 언제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흘러 봄이 온 건지, 또 계절은 바뀌었어도 하네스를 차고 늘 하는 산 얘기를 하는 여전한 우리.

 이후에 북장대지 (5.10d) 루트에 톱로핑으로 도전했다. 크럭스 구간을 넘기면 바로 힐 훅 동작으로 이어지는데 이 움직임이 참 재밌다. 개인적으로는 반석보다 쉽게 느껴졌고 다음에 오면 리딩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석재형이 줄을 걸어줄테니 한번 해보라고 하셔서 산적 (5.11c)도 톱로핑 등반을 해보았다. 시작하자마자 손가락 힘을 빡빡 써야 하는 게 아주 힘들었다. 그래도 여러번 시도하니 작은 홀드들이 얄밉게 잡히긴 했다. 하지만 금방 펌핑이 나서 중간에 하강을 해버렸다. 더 강해져서 올해 안에 완등하겠다고, 완등하고 맛집으로 소문난 두부 식당에서 파티를 하자고 석재형과 이야기했다. 그날 나의 빌레이를 보실 영광을 드리겠다고 농담을 던졌는데 형께서 "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라고 답하셔서 다 같이 크게 웃었다.

 마지막 등반으로 5.10(5.11d)도 시도해보았는데 정말 숨이 턱턱 막히게 어려웠다. 이번 범굴암 등반은 빙벽 시즌을 마무리하고 처음 하는 하드프리 등반이라 더 어렵게 느껴졌지만 그만큼 더 재미있었다. 좋아하는 이 등반을 더 꾸준히 즐기고 싶다.”

 그리고 이어서 이재호씨의 소감을 적으며 이번 기사를 마치려 한다.

“올해 첫 바위를 위해 남한산성 범굴암장으로 떠났다. 멀티피치 등반은 자주 했었지만, 하드프리 경험은 한 번 있던 지라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됐다. 도착을 해서 장비를 차고 5.10b 난이도의 ‘반석’ 루트를 준비했다. 승연이가 먼저 해당 루트를 오르고 내가 다음으로 오를 준비를 했다. 보기와 다르게 쉽지 않았다. 발자리가 애매하고 조금 미끄러웠다. 사실 이런 문제는 차치하고도, 내 등반 실력이 너무도 형편 없었다. 발도 제대로 못 디디고 몸도 무거워 손으로 버티지도 못했다. 시즌 첫 바위여서 적응을 못한 수준을 넘어서,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울 정도로 고전했다.

 결국 해당 루트는 포기하고 옆에 있는 5.11a ‘하부님’ 루트를 톱로핑으로 등반했다. 오히려 이전 반석 루트보다는 괜찮았지만 결코 쉽지 않았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어떻게든 올라갔다. 등반을 마치고 내려왔는데, 내 등반에 화가 났다. 그 다음으로 올랐던 5.10d ‘북장대지’ 루트는 거의 끌려가듯이 올랐다. 약간의 오버행이 나오니 발을 제대로 디뎌 힘을 주는 게 어려웠고, 코어도 많이 안 좋아졌는지 매달려 버티는 것도 잘 못했다. 3가지 루트의 등반을 마치고 식사를 하며 잠깐 쉬는 중에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나고 부끄러웠다.

 내가 의기소침해 있던 것을 주변에서 아셨는지, 승연이와 형들이 괜찮다고 응원해주셨고 난이도가 낮은 루트부터 천천히 올라보자고 이야기해주셨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좌측의 ‘연무관’, ‘현길’, ‘산사랑’ 등 5.8~5.10a 난이도의 초급자 루트를 오르며 다시 자신감을 채우려고 노력했다.

 이번 등반기는 참회록에 가깝다. 멀티 피치 등반을 다니며 실력이 늘었다고 생각했던 스스로의 자만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더 운동하고 노력해야겠다는 열정에 불을 지피는 계기도 되었다. 깨지고 무너지며 다시금 도전의 의지를 돋우는 등반의 매력에 오늘도 여전히 빠져있다. 더욱 노력해서 다음 번에는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주변 동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행복한 등반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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