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페이스와 함께하는 아웃도어 파라다이스_양주 가래비 빙장

글 장병태 기자  사진협찬 레드페이스 

요 며칠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이어져 내심 얼음이 짱짱하겠구나 싶어서 이번 빙벽등반을 앞두고 기대가 컸었다. 그런데 막상 촬영을 하는 오늘의 기온은 야속하게도 영상을 웃돌아 잘못하다간 샤워(?)하면서 등반을 해야할 걱정이 앞서니 날씨가 늘 받혀주는 것이 아니라 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등반이든 사진이든 모든 것은 하늘의 뜻에 달린거야!

 오늘은 수도권에서 너무나 인기가 있는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가납리에 있는 빙벽장, 이름하여 가래비 빙장에서 빙벽등반을 하는 날이다.

 이곳은 도락산 구 채석장 터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빙벽장으로 전국에서 가장 빨리 얼음이 언다고 한다. 1990년대부터 전문가들 사이에 알려지기 시작하여 이제는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유명하다. 통상적으로 약 30m의 빙폭이 형성되어 빙벽을 등반하려는 초보자들에게 적당하고 난이도에 따라 중급 코스까지 즐길 수 있다.

 참고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찾아갈 경우 1호선 양주역에서 하차하여 백석, 가래비 행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가래비주유소에 하차하고 나서 약 2㎞를 걸어서 들어가면 된다. 승용차를 이용하려면 양주시청 사거리에서 좌회전한 후 국도를 타고 가납리 사거리를 지나 가납교 바로 전에 우측으로 내려가는 도로로 진입하여, 약 1㎞쯤 가면 가납리에서 넘어오는 다리가 좌측에 나오는데 계속 1㎞쯤 더 가면 오일 뱅크 주유소가 있다. 오른쪽에 있는 대지 교회 입구에서 올라가면 가래비빙벽장이 나온다. 

다양한 난이도를 갖춘 초중급 빙벽장

 가래비 빙장은 사용이 중지된 도락산의 채석장으로 운동장보다 조금 작은 두 개의 넓은 마당이 위쪽과 아래쪽에 형성되어 있다. 산 쪽으로 보면 채석장 절개벽이 있는데, 위쪽에 형성된 빙벽은 높이 약 25~30m, 경사 85~90도이며, 빙질은 고드름질이다. 대개 두 개의 빙벽이 얼어붙는데 오른쪽이 더 쉽고 빙질도 좋다. 가래비빙폭은 매해마다 강수량과 기온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앞서 언급한 빙벽 중 채석장 우측 절개벽 빙폭은 전장 25m, 폭 4~5m, 모양 2단, 경사도 80~85도, 난이도 중급이며 빙질은 고드름질이다. 그리고 채석장 좌측 절개벽 빙폭은 전장 30m, 폭 3m, 모양 2단, 경사도 85~90도, 난이도 중급이며 빙질은 고드름질이다.

 빙벽의 좌우측에는 바위 표면에 얇게 덮고 있는 박빙(薄氷)이 있어서 등반이나 난이도 높은 믹스 클라이밍을 할 수 있다. 아래쪽 하단폭은 빙벽은 높이 5~10m, 폭은 20m정도의 단일폭 모약을 하고있으며, 경사 70~85도 정도로 난이도 초급정도이며 빙질은 역시 고드름으로 빙벽 타기 연습에 적당하다. 그 앞에 있는 얼음판에서는 생초보자들이 아이젠 웍이나 백스탭을 연습하기가 좋다.

 

 이번에 등반할 젊은 친구들은 대학산악연맹의 김호준(성균관대 19)과 김승연(성신대 21)이다. 호준이는 암벽등반에서는 선등을 서지만 빙벽은 경험이 부족하다. 역시 승연도 이번 빙벽이 두 번째란다. 그래서 그런지 함께 만나 아침식사를 할 때도 긴장하는 기색이 드러났다. 물론 오늘은 날씨도 풀려 빙장 상태도 좋지 않을 것이고, 안전상 상단에 줄을 걸어 톱로핑을 하기로 했으니 크게 문제될 것은 없을 터였다.

 그런데 막상 얼음판에 다다르자 이건 아이들처럼 눈을 던지며 장난끼가 발동하지 않는가. 역시 눈과 얼음은 동심으로 이끄는 매개체인가 보다. 몸도 풀겸 노는 대로 두고 우회로를 따라 빙벽 상단에 올라 줄은 설치하고 하강하면서 빙질을 확인해 보았다. 역시 새로 찍을 자리가 없을만큼 사방이 다 타격자국 투성이이다. 피크를 가격한다기보다 그냥 구멍에 걸고 바란스를 잡는 연습이 더 좋을 듯 싶을정도다. 이곳은 어프로치가 편하긴 하지만 제대로 된 얼음을 찍으려면 설악산 깊은 계곡으로 가야 제 맛이 날것이다.

펌핑을 펌핑으로 푼다는 근성이 빙벽을 이긴다

 일단 호준이부터 등반을 시켰다. 바일을 쓰는데 힘이 너무 들어간다. 저러다 금방 펌핑이 올 텐데... 그 다음 승연차례. 몸이 가벼워서인지 무브는 더 자연스러우나 역시 빨리 지친다. 빙벽에서 펌핑이 오면 펌핑으로 푸는 수밖에 없다. 힘들다고 투덜거리는 두 사람을 억지로 얼음에 붙인다. 힘들다고 하면서도 승연이는 틈만 나면 웃는다. 얼음이 튀어도 웃고, 하강을 하면서도 웃고, 타격이 안되도 웃고. 호준이도 오후 쯤에서는 자세가 제대로 잡히고 자신도 뭔가 감이 오는지 이제야 표정이 여유로워 보인다.

 무슨 운동이든지 마찬가지겠지만 기본기를 제대로 탄탄하게 배워야 수준높은 기량을 습득할 수 있다. 여기에서 다양한 자세와 타격, 그리고 빙질에 대한 특성, 발란스 감각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토왕폭처럼 큰 빙벽을 선등하는 꿈을 키워야 한다. 특히 북반구에서 4천미터급 이상의 산을 오르려면 설벽이나 빙벽을 피할 수 없이 만나게 된다.

 어느새 하루해가 넘어가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철수를 준비하는데 두 사람은 또 장난치고 웃고 떠든다. 얼음 맛을 제대로 본건가?

 나중에 호준이가 톡으로 소감을 보내왔다. ’말로만 듣던 가래비 빙장에 처음 가봤다. 나에게 빙벽 등반은 작년 1월 대학산악부 동계 아카데미에서 3박 4일동안 경험했던 것이 다였다. 동계 아카데미때만해도 장비도 비싸고 무겁고 춥고 몸도 둔하고..이 불편한 동계 등반을 내가 계속 할까?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개인장비도 하나씩 마련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1년만에 다시 얼음 벽 앞에 서니 배웠던 것을 몸이 기억하고 있을지 긴장되었다. 게다가 손가락 부상 이후 재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더 자신감이 없었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출발을 외치고 얼음을 찍었다. 바일로 호를 그리며 얼음을 찍고 팔을 펴서 어깨 뼈로 완전히 매달린 다음 발을 가볍게 차 올린다!! 라는 이론은 알고 있지만 막상 내 몸은 뚝딱거릴 뿐이었다. 몇 번의 병태형의 코칭 끝에 서서히 ‘아 이거구나’ 하는 느낌이 왔지만 그 땐 이미 양 팔에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을 때였다. 최근 운동을 쉬는동안 지구력이 다 죽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첫 빙벽 시즌의 스타트를 재미있게 끊었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을 등반이었다.‘

 소질도 있고 근성도 있는 친구인데 졸업을 하면 부산에서 장사를 하시는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받기로 했단다. 그럼 산을 계속다니기가 힘들텐데... 내 아쉬움도 크지만 호준이의 마음이 더 가볍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산을 꾸준히 오르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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