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페이스와 함께하는 아웃도어 파라다이스_무의도 하나개암장

글 · 곽명근 기자  사진, 협찬 · 레드페이스 

무의도는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18킬로미터, 용유도에서 남쪽으로 1.5킬로미터에 있는 섬으로 해안에는 간석지가 넓게 발달해 있고, 북서쪽 해안일부는 해식애가 발달했다. 그리고 하나개해수욕장과 사유지인 실미해수욕장 두 곳이 유명하다. 특히 실미해수욕장은 썰물 때 바닷길이 열려 영화로도 잘 알려진 실미도까지 걸어갈 수 있다.

하나개암장은 실내인공암벽장 애스트로맨 대표 윤길수(당시52세)씨와 회원 이종태(당시43세)씨가 3개월 동안 총 30개 루트를 개척하고 하나개암장으로 이름 지었다. 기본장비는 2인1조 50미터 로프 1동, 퀵드로 10개가 필요하다. 이곳 암장은 하나개월 22개, 고둥바위 11개, 호룡골 11개, 까치놀골 9개, 동죽골 9개 등 총 다섯 군대의 암장으로 62개의 루트가 만들어져 있다. 하나개암장은 한피치의 자유등반루트로 바다와 직접 닿아 있는 해벽이다. 다섯 군데의 암장은 20~30m 간격으로 떨어져 있고 난이도는 5.9부터 5.11d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있으며, 바위형태도 슬랩, 크랙, 페이스, 오버행 등 다양하다. 루트 길이는 짧은 곳이 7m부터 22m까지, 볼트 개수도 3개에서 9개까지 루트에 따라 다르다.

이곳은 예전에 배를 타고 들어와야 했으나 무의대교가 2019년 4월 30일에 임시개통되었고, 이후 영종용유도와 잠진도를 잇는 진입로 450m가 확장·개선되어 1년 뒤에 정식개통되어 인천광역시 중구 무의도(무의동)와 잠진도(덕교동)를 연결하는 다리로써 영종용유도를 거쳐 인천시 육지와 연결되므로 무의연륙교라고도 한다. 이름은 옛날 선녀가 내려와 춤을 추었다 하여 무의도라 했다고 전해진다. 이번 등반파티도 지난호에 소개한 곽명근씨와 김보미씨가 손발을 맞추어주었다.(편집자 주)

지난 주말 한바탕 폭우가 쓸고 지나가 그 영향이 오늘도 미치나 싶게 날이 흐려 이번에도 초조한 마음으로 하나개암장으로 향하는데 다행히 미팅하기로 한 11시에 다가가자 하늘은 언제그랬나 싶게 해맑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역시 바닷가는 햇빛이 맑아야 제 맛이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일행과 만나 생선구이로 이른 조식(각자 새벽에 출발하여 굶은 상태)으로 배를 채우고 슬슬 하나개암장으로 향한다. 파란 하늘과 탁 트인 갯벌에 대비를 이루듯 짙은 갈색의 해식애 절벽이 그 거친 외관을 뽐내고 있다.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랄까?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니 절로 마음이 상쾌해 진다. 다행히 썰물 때라 갯벌을 가로 지르며 작은 웅덩이 속 물고기도 보고, 게들이 만들어 놓은 수많은 모래 구슬도 보면서 보미와 함께 즐거운 담소를 나눈다.

하나개 암장이 처음인 나로서는 모든게 신기할 따름이다. 해벽은 등반 중에 갯강구들이 내 손을 타고 오를까봐 겁이 나서 잘 안가는 편이지만… 역시나 등반 중에 홀드 옆에서 꿈쩍도 안하는 녀석을 피해 가느라 난이도가 급상승한 듯한 느낌이다.

어디를 먼저 할까 고민하는 중에 <길거이>코스로 자리를 잡는다. 약간 오버행에 홀드는 그럭저럭 잘 보이는 것 같다. 시작 부근이 약간 젖어 있고 그늘져서 미끄럽진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해벽은 홀드가 거친 듯 하면서도 매끄러운 곳이 많아서, 시작 전에 보미에게 클라이밍 테이프 감는 방법을 알려 준다. “클라이밍할 때는 주로 엄지, 검지, 중지 손가락을 쓰지. 테이핑을 하면 마찰력도 높여주지만 찰과상을 입지 않게하는 효과가 있어. 자 감는 것 잘 봐.”

일단 시범을 보이면서 잘 감아야 하는 포인트를 설명해 준다. “손가락에 그냥 감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이 굽은 상태로 엑스자 형태로 감아야 테이핑의 효과가 있어. 바로 편 상태에서 감으면 잘 굽혀지지 않겠지?” 그러자 보미는 “그냥 펴고 감으면 안돼요?”라며 괜한 버티기(?)를 시도한다. 이제 제법 바위 좀 같이 해봤다는 건가?

첫 발을 떼고 홀드를 잡으니 느낌이 좋다. 오버행이지만 밟고 잡는 곳이 양호하다. 그늘져서 그런지 두 번째 볼트 걸고 나니 손가락에 감각이 무뎌진다. 첫 볼트를 두고 오른쪽 크랙으로 진입을 시도했는데 각이 안나오고 홀드도 마땅치 않아 왼쪽으로 빠져나와 자세를 바로잡으니 훨씬 더 안정된 자세가 나왔다.

위로는 햇볕이 들어 따뜻해지니 몸이 후끈하게 달아 오른다. <길거이>코스는 후배인 보미가 오르기엔 힘을 너무 뺄 것 같고, 그늘져서 옆으로 볕이 잘 드는 <황발이>코스로 이동한다. 한눈에 보기에도 쉬운 코스다. 보미도 무리없이 잘 오른다. 쉬운 곳인 만큼 손발 온 몸을 쭉쭉 펴서 자세를 만들어 보라 주문을 하지만 아직 그럴 여유는 많지 않은가 보다. 내 생각에 등반은 절반 이상이 마음가짐이다. 난이도나 규모나 들은 얘기로 미리 겁먹으면 시작 전부터 기가 눌리고 이후 아무리 잘해도 밖에 자기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바위를 오르는 실력이야 오랜 경험과 훈련이 동반돼야 하겠지만, 마음가짐은 순전히 본인의 의지다. 오르기로 한 이상, 오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면 이미 반은 이루고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나도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래도 꼭 해야만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자주 강조하면서 동시에 나 또한 나 자신을 상기시키며 매번 마음가짐을 새로이 하는 것이다. 

 동굴 속에서 모두 추웠는지 다음 장소는 햇볕이 잘 드는 애스트로맨 월로 이동한다. 애스트로맨은 이곳을 개척할 때의 팀이름이라지만 <2월29일생>은 개척자의 생일인가? 개척한 날인가? 알 수는 없지만 꼭 이날에만 등반해야 한다면 말 그대로면 4년마다 한번씩은 와야 하는가보다. 약 10미터 높이의 벽이 키가 182cm인 나에게는 몇 번 움직임으로 끝나는 느낌이다. 게다가 보미는 못 잡는 홀드를 나는 몸을 쭉 펴면 닿는다. 여기는 두 번째 볼트를 잡을 때 바위의 배가 약간 나와서 크럭스를 이룬다. 한번에 잡지 못하는 보미는 억울한 듯 반칙이라고 아무리 따져들어도 소용없다. 그저 조상님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결국 보미는 우회해서 겨우 루트를 마친다.

바로 오른쪽에 있는 <별천지>코스도 손발 홀드가 좋다. 홀드가 좋으니 레이백을 해도 쉽게 오른다. 여기는 세 번째 볼트 근처가 크럭스다 . 볼트는 5개로 길이가 짧은 것이 아쉽지만 또 길면 길어서 힘들다고 투덜댈 것이기에 조용히 오른다. 몇 번을 더 오르고 쌍볼트에 설치해 놓은 확보물을 보미가 회수한다. 아무리 짧고 톱로핑이라해도 등반의 시작과 마지막을 정리하는 것은 대부분의 등반과 비슷하다. 순서상 마지막에 오른다고 단순한 라스트가 아닌 등반의 전체를 보고 조절하고 모두가 안전하게 하산하도록 진두지휘하는 진정한 산악인이 되기를 사랑하는 후배 보미에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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