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페이스와 함께하는 아웃도어 파라다이스_드름산 춘클릿지

글 장병태 기자 / 사진 협찬 레드페이스  

춘클릿지는 강원도 드름산에 위치한 7피치로 이어지는 암릉이다. 2008년 3월 1일 부터 같은 해 12월25일에 걸쳐 춘천클라이머스에서 개척한 릿지이다. 4인기준으로 등반시간은 4시간이 소요되며 이 경우 소요장비는 퀵드로우 11개, 로프 2동,슬 링 4개를 장비해야 한다. 1피치는 길이가 30미터이며 5개의 볼트가 있으며 난이도는 5.9이다. 2피치와 3피치는 각각 길이 가 30미터이며 난이도는 5.10a~5.10c 정도이다. 4피치는 볼트가 11개, 거리는 25 미터 난이도는 5.10b~5.11b 정도이다. 5피치와 6피치는 각각 4개의 볼트, 30미터의 길이이며 난이도는 5.9정도이다. 그리 고 두 피치사이에는 40미터의 워킹구간이 있다. 마지막 7피치는 볼트가 7개 길이 30미터 난이도는 5.10a로 보면 된다.

이 코스는 어프로치가 짧고 의암호가 내려다보이는 풍광이 아름다기로 유명해서 오늘 같은 가을날의 등반은 신선이 부 럽지 않을 만큼 멋질 것 같아 출발부터 마음이 설레었다.

그런데 웬일? 하늘의 시샘인가 춘클로 향하는 길은 안개가 제법 끼어있다. 그동안은 너무도 맑고 푸른 하늘을 봐서 일기 예보도 보지 않았는데, 이러다 영영 날씨가 좋아지지 않으면 기대했던 환상적인 (?) 사진 한 장 건지기 힘들어지는 건 아닌 지 심사가 불편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강 안개는 옅어지면서 산을 넘어가는 안개가 폭포마냥 흘러내리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그리고 조금씩 안개는 물러가고 이제 하늘만 좀 열리면 좋으련만. 

우리 일행은 두 팀이 차량을 가지고 와서 춘클릿지의 만남의 광장이라 할 수 있는 인어 동상앞에서 만났다. 시간은 예정보다 한 시간 가량 늦어 출발은 오전 10시. 아무래도 시간이 촉박할 것 같아 1~3피치는 우회하기로 하고 11시에 4피치 본격적인 등반을 개시했다.

 

스승과 제자가 한 팀이 되어

오늘 취재를 함께하는 등반조는 한국대학산악연맹 등산아카데미에서 스승과 제자 사이로 만나 북한산 인수봉과 설악산 토왕폭 등에서 함께 등반하며 자일 파티를 꾸려온 곽명근씨 (성균관대, 96학번)과 김보미씨(세종대, 19학번) 두 사람이다. 선배인 곽명근씨가 워낙 잘생기고 동안이라 얼핏 보면 선후배사이로 다정해 보인다. 해외원정을 위시해서 국내외 등반경 험이 다양한 곽명근씨는 이번 춘클릿지 등반이 세 번째이지만 선등은 처음이라 신중한 자세로 등반에 임한다. 물론 김보미씨도 작년에 알프스 등반을 다녀왔고 기초를 잘 배운 탓에 등반속도도 그리 딸리지 않는 듯 하다. 

다행히 날은 어느덧 맑게 개어 우리의 등반욕구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4피치는 춘클릿지에서 가장 멋진 뷰포인트를 갖추고 있어 등반보다 멋진 사진을 찍으려 서 두르지 않고 가능한 천천히 등반하기로 했다. 초크를 바르는 것부터 너무 진지해 보인다. 홀드는 양호해보이지만 암벽이 직벽에 가까워 올라갈수록 고도감이 얄얄하게 느껴지는 피치이다. 몇 개의 볼트를 통과하고나서 긴장이 풀리는지 곽명근씨가 이제야 과묵하던 입을 연다.

“세 번째 등반인데 이번이 제일 재미있네.”

아무래도 후등일 때의 경우보다 선등을 설 때의 바위맛이 더 진한 법. 김보미씨 역시 다음에는 선등을 서볼 것을 눈으로 다짐하는 듯하다.

“우리 작년 토왕폭에서 너무 쉽게 등반해서 남들 앞에서 함부로 말하기 창피해요.”

김보미씨는 곽명근씨과 함께한 토왕폭 빙벽완등을 이야기하며 그때 날씨가 너무 좋고 빙질부터 모든 조건이 양호한 상태에서 후등으로 쉽게 빙벽을 등반한 것이 아쉽다고 토로한다. 역시 클라이머의 기질이 있다면 불리한 여건에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는 것이 당연할 터이니 다음에는 김보미씨가 춘클의 선등을 서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등반 중간 중간 의암호를 내려다보며 지나간 등반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는 여유로운 모습이 편안해 보인다.

청출어람의 그림을 머릿속에 그리며

기계적이라고 할 정도로 단순반복을 이어가는 듯하더니 4피치를 어느덧 끝내 고 5피치에 임한다. 앞서 등반한 것에 비 하면 심심할 정도로 가볍게 끝내고 걸어서 이동한 뒤 간단한 행동식을 먹기로 했다. 우리는 초코파이와 에너지바, 그리고 오렌지를 준비했는데 언제나 준비성이 뛰어난 곽명근씨는 배낭에서 간단한 도시락을 꺼낸다. 거기에 고추와 쌈장까지. 아침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우리는 너무 맛난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6피치로 향한다. 중간부분에 만난 약간 오버행이 있는 부분 에서는 직등 하는 볼트를 피해 우회하기로 했다. 크랙 부분에서는 곽민영씨가 김보미씨에게 아낌없는 지도를 해준다.

“너무 안으로 들어가려하지 말고 몸을 바깥으로 빼서 어퍼지션을 써봐!” 역시 암벽이 서있어서 과감한 동작이 나오지 않고 움츠려 들려는 김보미는 바로 말귀를 알아듣고 자세를 고쳐 잡는다. “홀드가 벙어리인 것이 있으니 잘 골라잡아.” 아무리 다정해 보여도 역시 스승과 제자사이는 어쩔 수 없는 걸까? 알아서 잘하는 것 같아도 역시 곽명근씨의 눈에는 뭐든 미덥지 못한 듯싶다. 그리고 마지막 7피치.

두 사람은 어느 덧 호흡을 척척 맞추며 사진 찍을 시간이 촉박하리만큼 등반을 끝내버렸다.

정상 테크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이 너무도 아름다웠지만 의암호 중간섬에 있는 태양광 솔라판 장치는 너무도 흉물스러워 보여 예전에 보던 맛을 시들게 했다. 하산을 마치고 우리는 저녁을 거 하게 닭갈비로 먹었다. 오늘의 등반이 흡족했는지 곽명근씨는 맥주잔을 연신비우고 김보미씨는 또 토왕폭이야기를 하며 다음엔 정말 제대로 하고 싶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빙벽이 정말 재미있지. 내가 가고 싶은 루트를 골라가며 스크류를 박아가는 맛이 너무 좋아.” 하지만 토왕폭에서 추락을 했던 경험은 아직도 그를 긴장하게 만든다. “스크류를 네 개를 설치하고 오르다 아차하고 떨어지는데 내가 박았던 스크류가 하나씩 터져 추락이 멈추지를 않는 거야.” 결국 확보용으로 박았던 두 개의 아이스 스크류가 버텨줘서 10미터를 남기고 매달렸다는 대목 에서는 김보미씨도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다.

산에서 만나 등반을 배우고 이제는 서로의 확보를 보며 앞으로의 등반을 꿈꾸는 두 사람은 언젠가 김보미씨가 앞서 곽명근씨를 이끄는 사이가 될지 모른다. 그런 날을 잡아 다시 이 곳 춘클리지에서 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면 얼마나 멋질까? ‘청출어람’이라는 단어가 머리를 맴돌며 상상하는 사이에도 두 사람의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렇게 우리의 등반도 끝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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