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딕워킹으로 떠나는 전국 투어 _ 축령산

 

가평 축령산 잣향기푸른숲은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치유의 숲으로 노르딕워킹에 더할 나위 없는 명당이다.
가평 축령산 잣향기푸른숲은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치유의 숲으로 노르딕워킹에 더할 나위 없는 명당이다.

 

자연과 함께 숨 쉰 가평 잣나무숲길

글 · 남태식(노르딕워킹 인스트럭터)  사진 · 박요한((사)국제노르딕워킹협회 회장)


자연을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느낀 심상을 기억하는 것은 노르딕워킹을 시작하면서부터 얻게 된 새로운 습관이다. 예전에는 일상 속에서 잠깐 숨을 돌릴 때라도 삶의 고민들로 인해 주위의 자연환경이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노르딕워킹을 통해 바르게 걷는 자세를 생각하면서 자연 속을 다녀보니 그 속에서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연과 바르게 걷기 운동을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경기도 가평에 있는 잣나무숲길을 다녀온 이번 행사도 그래서 더 소중하고 의미가 컸다.   

 

국제노르딕워킹협회 회원들이 잣향기푸른숲 사방댐 부근 정돈된 길을 따라 노르딕워킹 자세로 열심히 걷고 있다.
국제노르딕워킹협회 회원들이 잣향기푸른숲 사방댐 부근 정돈된 길을 따라 노르딕워킹 자세로 열심히 걷고 있다.

 

잣향기푸른숲에는 개인의 능력에 맞게 노르딕워킹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코스가 조성되어 있다. 짧게는 30분부터 2시간 이상도 가능하다.
잣향기푸른숲에는 개인의 능력에 맞게 노르딕워킹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코스가 조성되어 있다. 짧게는 30분부터 2시간 이상도 가능하다.

 

잣나무숲 노르딕워킹의 즐거움

잣나무숲길은 경기도 가평 축령산과 서리산 자락의 해발 450~600m대에 위치하고 있다. 수령 90년 이상인 5만 그루쯤의 잣나무가 이룬 숲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방문자 센터를 지나자마자 ‘산악지형의 치유의 숲’이라는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아래 적힌 설명에 따르면 식물이 스스로 내는 항균성 물질인 피톤치드는 편백나무, 잣나무, 향나무, 소나무, 상록수 등에서 많이 나오는데, 일사량이 많아 식물이 무성하게 자라는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삼림욕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햇살이 강렬한 날이었음에도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이 불어 숲길을 걷는 내내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잣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고도와 기후 환경을 갖춘 듯, 길을 따라 빽빽하게 자란 잣나무들이 눈을 행복하게 했다. 그 기운이 좋아서 계속 머무르고 싶은 곳이었다. 겨울에 찾아도 오늘 본 청량한 느낌과 같이 숲의 정취가 계속 푸르를 것만 같았다. 특히 눈 내린 겨울날의 모습이 얼마나 운치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잣향기푸른숲길 중간의 흔들다리가 노르딕워커들을 즐겁게 맞이하고 있다.
잣향기푸른숲길 중간의 흔들다리가 노르딕워커들을 즐겁게 맞이하고 있다.

 

우리는 울창한 숲이 드리운 시원한 그늘 사이를 계속 지났다. 숲 사이로 비쳐든 햇살에 가끔 눈이 부셨지만 때때로 탁 트인 산자락 전망이 가슴을 시원하게 했다. 평평한 길이 대부분이었던 계족산 황토길과는 달리 중간중간 경사진 구간이 있어서 나무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조금씩은 변화하는 느낌을 주었다. 구간마다 길의 이름이 있는데 꽃향기길, 야생화길, 피톤치드길과 같이 자연에서 이름을 가져온 것이 예뻤다. 야생화길 같은 이름뿐만 아니라 실제로 산목련(함박꽃나무)과 붓꽃도 보았다. 울창한 잣나무숲 입구를 처음 봤을 때의 ‘이런 곳이 서울 근교에 있었나?’ 싶은 놀라움과 비슷한 강도로 ‘이런 데에 꽃이 피어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노르딕워킹으로 피곤할 즈음 중간의 화전민마을에서 잠시 쉬었다.
노르딕워킹으로 피곤할 즈음 중간의 화전민마을에서 잠시 쉬었다.

 

깊은 숲속으로 연결되는 코스에는 잘 정리된 데크가 편안함을 제공한다.
깊은 숲속으로 연결되는 코스에는 잘 정리된 데크가 편안함을 제공한다.

 

숲속에서 울려 퍼지는 새소리 또한 도심에서 듣는 것과 달랐다. 더 긴 호흡에서 나오는, 음색이 다양하면서 힘이 들어가지 않은 자유로움 같은 게 느껴졌다. 이 길을 걷는 우리 또한 숲길을 통해 좀 더 자유로워졌다. 숲에 설치한 여러 시설도 눈길을 끌었다. 먼저 숲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누워서 쉴 수 있는 산림욕대가 길 초반부와 중간에 설치되어 있었다. 나무침대에 누워 잣나무를 올려다보니 하늘을 찌를 듯 뻗어간 잣나무가 신기해 보였다. 산자락이 잘 보이는 곳에는 널따란 나무 데크와 의자가 있어 삼삼오오 모여 쉬기 좋았다. 데크로 오르는 계단 옆에 경사로를 설치해 휠체어도 오를 수 있게 배려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잣향기푸른숲길의 사방댐 주변을 노르딕워킹으로 지나고 있다. 노랗게 핀 야생화가 돋보인다.
잣향기푸른숲길의 사방댐 주변을 노르딕워킹으로 지나고 있다. 노랗게 핀 야생화가 돋보인다.

 

긍정에너지를 한껏 받은 하루

약간의 가파른 길을 지나 사방댐 전망대에 올랐다. 사방댐은 산사태와 토사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조성한 시설이다. 아담한 크기의 사방댐 너머로 보이는 완만한 산자락과 탁 트인 하늘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가을이면 더 환상적으로 변할 단풍나무 숲 사이로 노르딕워커들이 지난다.
가을이면 더 환상적으로 변할 단풍나무 숲 사이로 노르딕워커들이 지난다.

 

돌아 내려오던 흙길, 양옆으로 높게 자란 잣나무들이 마치 제주도의 사려니숲길인 양 한적하고 평화로우면서도 조화롭게 아름다웠다. 자연에 흠뻑 빠져드니 여운 가득한 행복감이 몰려왔다. 여기저기서 봤던 인상적인 장소들이 알고 보니 전부 공통적으로 ‘자연’에서 온 감동이었다는 생각을 하니 자연이 주는 다양한 혜택의 깊이와 넓이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노르딕워킹은 바른 자세와 균형을 통해 올바른 걷기에 탁월한 운동이다.
노르딕워킹은 바른 자세와 균형을 통해 올바른 걷기에 탁월한 운동이다.

 

노르딕워킹으로 지친 몸을 노르딕 레크레이션을 통해 회복하고 있는 국제노르딕워킹협회 회원들.
노르딕워킹으로 지친 몸을 노르딕 레크레이션을 통해 회복하고 있는 국제노르딕워킹협회 회원들.

 

물레방아를 지나 화전민 마을에 도착했다. 가을에 빨간 열매를 맺는 산딸나무가 눈에 띄었다. 40여 년 전까지 사람이 살던 옛집의 모습을 남겨둔 거라는데, 지붕이 낮은 집과 넓고 푸른 하늘이 대비되었다. 인상적인 볼거리는 없었지만 멍하니 하늘을 보며 정자에서 잠시 쉬었다.

자연이 주는 다양한 매력이 가득했던 가평 잣나무숲길. 그늘에 걸터앉아 청명한 하늘과 시원하게 트인 지평선을 바라보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한껏 받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무더워지는 시기에 시원한 산바람과 자연의 꽃향기, 숲향기가 가득한 잣나무숲길에서 바쁜 일상으로부터의 쉼과 치유를 받을 수 있어서 무엇보다 좋았다. 다만 계족산 황토길을 걸었을 때처럼 맨발로 걸으면 자연을 더 가까이, 깊게 체험할 수 있을 텐데 중간중간 아스팔트 구간이 있어 맨발로 걷는 게 어려워 보여 아쉬웠다. 또 데크가 깔려 편했지만 앞으로는 좀 더 자연친화적인 시공에 대한 고민을 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었다. 

 

 

저작권자 © 사람과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