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페이스와 함께하는 아웃도어 파라다이스 _ 홍성 오서산

금북정맥 최고봉 오서산(791m).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장쾌한 조망이 일대장관을 일룬다.
금북정맥 최고봉 오서산(791m).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장쾌한 조망이 일대장관을 일룬다.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협찬 · 레드페이스

 

예쁜 미소가 닮은 예비부부와 함께한 오서산. 종일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예쁜 미소가 닮은 예비부부와 함께한 오서산. 종일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능선에서 만난 소나무 고사목. 백색의 나뭇가지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능선에서 만난 소나무 고사목. 백색의 나뭇가지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금북정맥 최고봉을 품은 오서산(烏棲山·791m)은 까마귀가 많이 산다고 하여 이름 지어진 산이다. 서해안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옛날부터 뱃사람들이 뱃길을 잡을 때 등대처럼 여겨 ‘등대산’이라 불리기도 했다. 등대산이라는 별칭에 맞게 오서산 정상에 오르면 사방 어디로나 조망이 막힘없다. 서해의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전망대가 바로 이곳이다.

뛰어난 조망을 품은 오서산은 충남을 대표하는 백패킹 성지다.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백패커들이 오서산을 찾는다. 능선부 곳곳에 다양한 박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인기가 좋은 곳은 오서정 전망대다. 전망대가 위치한 평평하고 부드러운 능선길에 오르면 입에서 자연스레 튀어나오는 감탄사를 막지 못한다.

 

쉰질바위에서 시작하는 오서정 최단시간 코스. 철제울타리를 지나 산행을 시작한다.
쉰질바위에서 시작하는 오서정 최단시간 코스. 철제울타리를 지나 산행을 시작한다.

 

우리의 숲속결혼식에 초대합니다

“오는 9월 17일에 저희 지리산에서 결혼해요.”

오늘 취재를 함께하는 양우영(28)씨와 최선희(27)씨는 결혼을 3개월 남짓 앞둔 예비부부다. 큰 반달의 눈웃음이 꼭 닮은 두 사람은 전주대학교 산악부에서 처음 만나 5년간 사랑을 키워온 연인으로, 지난해부터 국립공원공단에서 전개하고 있는 숲속결혼식 프로그램에 선정되면서 올가을 산 중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다.  

“지리산은 저희가 가장 좋아하는 산이에요, 그래서 의미가 더욱 남다른 것 같습니다.”

두 사람에게 ‘산’은 사랑의 시작이자 종착점이다. 산이라는 공간에서 그들의 인연이 시작된 만큼, 두 사람은 백년가약도 산에서 맹세하겠다는 낭만적인 선택을 했다. 결혼소식을 알리며 두 사람이 연신 해사한 함박웃음을 짓는다. 알콩달콩 우영씨와 선희씨의 러브스토리를 라디오 삼아 이른 아침 서해의 등대산이 있는 충남 홍성으로 향한다.

홍성군과 보령시에서 출발하는 다양한 오서산 등산로가 있다. 취재진은 그중 홍성 내원사 방면 쉰질바위에서 시작하는 최단시간 코스를 선택했다. ‘사람 키의 50배에 달하는 만큼 높고 큰 바위’라는 의미를 갖는 쉰질바위는 해발 약 500m 지점에 위치한다. 바위까지 도로를 따라 차량으로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산행으로 고도를 200m만 오르면 능선에 닿는다.

서울을 출발한지 2시간, 광성리 마을회관을 지나자마자 가파른 비포장도로가 시작된다. 급격하게 난이도가 높아진 거친 도로에 취재진 모두 긴장감에 안전바를 더욱 움켜쥔다. 때때로 도로 옆으로 아찔한 낭떠러지를 지날 때는 속도를 최대한으로 줄여 고도를 천천히 높인다. 초보운전자는 산행이 길어지더라도 산 아래의 광성리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방법을 추천한다. 이후 10분여 이어진 짜릿한 드라이브 끝에 무사히 쉰질바위에 도착한다.

 

충남을 대표하는 백패킹 성지. 홍성 오서산에 오른 취재진.
충남을 대표하는 백패킹 성지. 홍성 오서산에 오른 취재진.

 

임도 따라 오르는 오서산 최단시간 코스

바위 옆 공터에 주차를 하고, 철제 울타리를 지나 오르막길을 따른다. 길은 시작부터 잘 정돈된 임도로, 1.5km 거리의 능선까지 이어진다. 꼬불꼬불 휘어지는 임도길에서 수차례 울창한 나무동굴을 지난다. 숲이 만들어준 자연의 그늘 아래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취재진의 땀방울을 식힌다. 오늘 산행의 목적은 ‘오서산 백패킹 맛보기’다. 텐트와 침낭, 의자와 테이블 등 각종 백패킹 장비로 가득채운 묵직한 배낭을 메고 양우영씨와 최선희씨가 여유롭게 산행을 이어간다.  

“잘 할 줄 아는 게 걷는 것 뿐이던 시절이 있어요. 학부시절 대외활동으로 해남에서 파주까지 국토대장정을 하고, 제주도를 걸어서 한 바퀴 종주했죠. 열정 가득하던 그때의 고생을 생각하면, 이정도 산행쯤이야 거뜬해요.”

“저는 이래봬도 운동 마니아예요. 산악부에 들어갔던 것도 ‘진짜배기’ 운동을 하고 싶어서였어요. 아직도 체육학을 복수전공하지 않은 게 후회될 정도라고요~”

3년여 간 전국 각지 수천 킬로의 길을 두 발로 걸은 양우영씨, 체육학 복수전공을 고민했을 정도로 운동마니아인 최선희씨. 두 사람이 “체력 하나는 자신 있다”며 더욱 씩씩하게 걸음을 옮긴다. 들머리를 떠난 지 30여 분, 수다삼매경 중 어느덧 길 옆으로 조망이 트이면서 광활한 풍경을 만난다. 이후 다시 10여 분, 금세 능선에 오르며 정상 삼거리에 도착한다.

오서정의 너른 나무데크에 배낭을 내려놓는다. 오서정은 정상이 아님에도 정상석이 있다. 데크 옆으로 2m 높이의 우뚝 선 거대 정상석이 그 존재감을 마구 뽐내며 전망대를 지키고 있다. 오서산의 진짜 정상과 정상석을 만나려면 삼거리에서 취재진과 반대방향으로 표지판을 따르면 된다. 거리는 약 0.9km로 30분 정도 소요된다.

“학부 졸업 후 선희와 서울로 올라오기 전에 전주에서 같이 백패킹 크루 활동을 했었어요. 기억에 남는 곳은 군산 관리도 섬백패킹이었는데, 해벽 사이로 보이는 일몰이 아주 장관이었죠.”

“관리도 기억난다. 참 좋았지~ 오서산도 관리도 못지않은 일몰 맛집일 것 같아요. 서해가 이렇게 가까이 보이다니! 기대이상의 풍경이에요.”

 

오서산의 부드러운 능선에는 멋스러운 암릉이 가득하다. 편안함과 짜릿함을 고루 느낄 수 있는 재밌는 길이다.
오서산의 부드러운 능선에는 멋스러운 암릉이 가득하다. 편안함과 짜릿함을 고루 느낄 수 있는 재밌는 길이다.

 

사방으로 장쾌한 조망이 펼쳐진다. 북쪽으로 홍성, 서남쪽으로 보령의 들판과 산하가 한눈에 담기고 망망대해 서해안의 끝없는 수평선이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날이 좀 더 맑았다면 푸른 하늘과 대비되는 초록의 산하가 더욱 장관일 터였다. 무난한 등산로와 막힘없는 조망, 부드러운 능선과 거친 암릉까지. 명산의 매력을 고루 갖춘 서해 최고봉의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각종 백패킹 장비로 가득 채운 일명 '박배낭'을 메고 양우영씨와 최선희씨가 앞장서 씩씩하게 산을 오른다.
각종 백패킹 장비로 가득 채운 일명 '박배낭'을 메고 양우영씨와 최선희씨가 앞장서 씩씩하게 산을 오른다.

 

자연의 암릉 전망대에 오르면 서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자연의 암릉 전망대에 오르면 서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능선길 전체가 명당인 오서정

“선희야, 내가 본체에 폴대 설치할게, 여기 좀 잡아줄래?”

“알았어 오빠, 의자는 저쪽에 두면 되겠다. 테이블도 챙겼지?”

전망대 옆 헬기장에 텐트를 설치한다. 오서정 전망대 전후의 능선길은 내리 길이 넓고 평탄하여 어느 곳에 텐트를 설치하더라도 명당이다. 다정히 오가는 대화 속 두 사람이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며 뚝딱 백패킹 세팅을 마친다. 이내 우영씨와 선희씨가 캠핑의자에 편히 기대앉으며 여유로운 산중 휴식을 즐긴다. 수년의 산악부 활동과 백패킹 동호회 출신 경력답게 산 속에서의 모든 행동이 자연스러운 둘이다.  

“제가 처음 산악부에 들어갔을 때, 우영오빠가 등반대장이었어요. 첫눈에 반한 건 아니었는데 오랫동안 지켜보니 늘 열심히 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이 멋지더라고요. 무엇보다 속이 참 넓고 깊은 사람이에요. 점차 오빠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갖게 되었어요.”

“선희와 연애를 시작하고 몇 개월 지나지 않아서부터 결혼을 생각했어요. 아직 저희가 둘 다 사회초년생이고 어리다면 어리지만, 그렇다고 결혼을 미룰 이유도 없더라고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앳된 20대의 예비부부가 서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며 결혼을 앞둔 설렘을 전한다. 고요한 평일의 능선 위, 두 사람의 한마디 한마디가 메아리 되어 주변 산하에 울려 퍼진다. 반나절 두 사람을 바로 옆에서 지켜봐서인지, 3개월 뒤 순백의 드레스와 검은 턱시도를 입고 숲속 웨딩마치를 올리는 우영씨와 선희씨의 모습이 눈앞에 선명히 그려지는 듯하다.

 

"이쯤이야 거뜬하지!" 백패커이자 암벽등반가인 두사람. 가파른 암릉에서도 거침없다.
"이쯤이야 거뜬하지!" 백패커이자 암벽등반가인 두사람. 가파른 암릉에서도 거침없다.

 

텐트를 치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양우영씨와 최선희씨. 두 사람은 대학산악부 출신이자 백패킹 동호회에서 활동했다.
텐트를 치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양우영씨와 최선희씨. 두 사람은 대학산악부 출신이자 백패킹 동호회에서 활동했다.

 

텐트를 치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양우영씨와 최선희씨. 두 사람은 대학산악부 출신이자 백패킹 동호회에서 활동했다.
텐트를 치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양우영씨와 최선희씨. 두 사람은 대학산악부 출신이자 백패킹 동호회에서 활동했다.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곧 있으면 시작될 서해의 일몰을 뒤로하고 짧은 백패킹을 마무리한다. 텐트를 재빨리 정리하고 하산을 준비하는 모습에서도 능숙함이 묻어나는 아웃도어 커플이다. 어둠을 피해 다시 쉰질바위로 내려서는 길, 예비부부와의 끝나지 않은 수다가 길벗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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