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고령에도 무릎 통증없이 매일 달리기 등산 즐겨
“산에 오를 때는 숨이 찰 정도로, 내려올 때는 꼭 스틱 사용을”

 

이동윤 원장은 어릴적부터 산과 달리기를 즐겼다. 지금은 '매일 달리기' 캠페인을 벌이며 자비로 제작한 티셔츠를 나누어 주고 있다.
이동윤 원장은 어릴적부터 산과 달리기를 즐겼다. 지금은 '매일 달리기' 캠페인을 벌이며 자비로 제작한 티셔츠를 나누어 주고 있다.

이동윤 (사)소아암환우돕기마라톤대회조직위원장·대한육상연맹의무위원장·이동윤외과의원장 

글 · 선주성 기자  사진 · 정종원 기자

 

이동윤 원장은 2002년부터 소아암환우돕기 서울시민마라톤대회를 만들어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더불어 소아암환우돕기 행복트레일런축제를 12년간 주최하며, 소아암환자를 돕는 일에 두 팔 걷고 힘쓰고 있다. 서울시민마라톤대회와 행복트레일런 축제는 모두 기부행사이다. 이동윤 원장은 '일년 중 하루는 다른 사람을 위해 달리자'를 대회 구호로 삼고,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동윤 원장은 2002년부터 소아암환우돕기 서울시민마라톤대회를 만들어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더불어 소아암환우돕기 행복트레일런축제를 12년간 주최하며, 소아암환자를 돕는 일에 두 팔 걷고 힘쓰고 있다. 서울시민마라톤대회와 행복트레일런 축제는 모두 기부행사이다. 이동윤 원장은 '일년 중 하루는 다른 사람을 위해 달리자'를 대회 구호로 삼고,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산에 가면 자유를 느꼈다. 산에서 태어나 산에 둘러싸여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자랐기에 산은 고향과 같은 포근함도 준다. 이동윤. 70세인 지금도 산과 길을 달린다. 어릴 적부터 산을 걷는 것이 좋았지만 달리는 것은 더 좋았다. 달리는 것이 그냥 좋은 정도가 아니다. 작년  2021년 한 해 동안 한달 평균 약 800킬로미터 넘게 달렸다. 일 년 동안 1만킬로미터를 넘게 달린 것이다. 물론 지금도 한 달에 800킬로미터 이상 달린다.

한 달에 800킬로미터 넘게 달린다면 무릎이 괜찮을까. 산을 좋아하지만 무릎통증 걱정되어 못 간다는 사람들에게 도움되는 조언은 무엇일까. 과학적 소견대신 일단 그가 외과의사라는 것을 말한다. 잠원동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외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동윤 외과의원. 그는 “나이들어 건강한 무릎을 가지려면 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른 자세, 적당한 강도로 달리고 잘 쉬면 나이들어서도 아프지 않고 건강한 몸, 튼튼한 무릎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자신이 몸으로 직접 보여주고 있다.

이원장은 군의관으로 18년 7개월을 근무했다. 청와대 의무실장, 국군지구병원장 등도 역임했다. 전방부대 병원장으로 일할 때나 청와대에서 일할 때나 그는 언제나 산에 갔고 달리기를 했다. 전역후 2002년부터 소아암환우돕기 서울시민마라톤대회를 주최하고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20여년 동안 약 6억원 이상을 모금해 기부했다. 
 

이원장은 토요일 진료를 끝내고 우면산을 달린다. 트레일러닝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는 이원장.
이원장은 토요일 진료를 끝내고 우면산을 달린다. 트레일러닝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는 이원장.

 

Q. 산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나는 산에서 태어났다고 생각해도 된다. 지금은 영남알프스라 불리는 고헌산 가지산 운문산 간월산 신불산이 둘러싸고 있는 울주군 상북면에서 태어났다. 그것도 면사무소에서 걸어 1시간 이상 걸리는 산골짜기 마을에서. 초등학교 때는 동네를 못 벗어나봤고, 면소재지가 있는 중학교에 가서야 조금 더 큰 세상을 보았다. 높은 산이 가로 막고 있어 하늘과 면사무소 있는 방향으로만 세상이 뚫려 있었다. 그래도 산이 좋았다. 어릴 적 나무하러 산에 가면 그 때만큼은 아무런 간섭도 없는 자유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높은 산에 혼자 앉아 먼 곳을 바라보며, 저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혼자 상상하곤 했다. 면에 있던 중학교에 다닐 때에도 집에 올 때 혼자 산길로 돌아오곤 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산을 달리고 걷는 것이 좋았다.”     

Q. 어릴 적 산에서 자유를 느꼈다는 말을 들으니 거꾸로 산골 마을에서 탈출을 꿈꾸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5~6살 때부터 가지산 자락 석남사 동인암에서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살았다. 어릴 적 탁발하던 스님이 어머님께 내게 잠재되어 있는 운명적 불행을 피하기 위해서는 절에 데리고 가야 한다고 했단다. 그것이 불교와 나의 평생 인연의 시작이다. 그 어릴 적 동인암에서 살면서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가 참 좋았다. 마음이 편해졌다. 지금도 그 풍경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그렇게 평화를 느끼면서 살았기에 고향에서 탈출을 꿈꾸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만 바깥 세상이 궁금하기는 했다. 전기도 안 들어오는 마을에서 가끔씩 듣게 되는 바깥 세상 소식은 신기하기만 했다.”     

이동윤 원장은 중학교 졸업할 무렵,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당연히 공업고등학교로 진학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한다. 중3때 형님 친구들이 건네준 인문계 고등학교 입학지원서를 받고 결국 부산의 동래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고향에서 떨어져 혼자 자취생활을 하면서 외롭거나 힘들 때 산에 갔다고 한다. 산은 늘 자유와 위안을 주었다고.     

Q. 부산대 의대에 진학해서 산악부에 들어갔다고요. 산이 지겹고 산을 벗어나고 싶었을 것 같은데요.

“부산대 다닐 때는 금정산 너머에 살고 있었다. 거의 매일 금정산을 넘어 다녔다. 어떤 때는 훈련 삼아 30킬로그램 넘는 배낭을 메고 다니기도 했다.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산에 더 많이 다니고 싶어 산악부에 들어갔다. 당시 육체운동이 자유를 느끼게 해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부 보다는 산에 다니는 시간이 많았다. 그 덕분에 한 학년 유급되기도 했다. 산악부와 함께 내가 열심히 활동한 써클은 불교학생회였다. 거기서 두 학년 후배인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Q. 의대를 졸업하고 바로 군의관으로 입대해 장기복무를 신청하셨다는데, 개업해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은 없었나요?

“나는 외과의사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었다. 돈 보다는 남을 돕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다. 그래서 군병원에서 전문의 과정까지 마쳤다. 전방부대는 다 산을 끼고 있다. 늘 산을 가까이 할 수 있어 좋았다. 시간이 날 때 마다 산을 달리거나 걸으며 휴식을 얻을 수 있고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청와대 의무실장으로 근무할 때도 아침이면 주변 학교에 가서 달리기를 했다. 당시에는 달리는 사람을 좀 정신나간 사람으로 보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렇지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은 하면서 살아왔다.”     

 

우면산의 포토존 소망탑.
우면산의 포토존 소망탑.

 

이동윤 원장은 43세 때인 1995년, 대령으로 예편했다. 당시 초등학교와 유치원 다니던 아이들(2남 1녀)과 아내 등 가족에게 충실하고 싶어서였다. 그가 삶의 가장 중심에 두는 것은 가족이다. 군의관 생활을 그만두고 개인병원을 개업한 이후에도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산을 다니고 달리기를 했다. 토요일 오전 업무를 끝내면 아들 둘과 자주 북한산 대남문까지 다녀왔다. 정규 등산로로 가다가도 바위가 나오면 일부러 바위길을 오르기도 했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힘들어 했지만 나중에는 즐기게 됐다고 한다. 지금도 아들들과 가끔 산에 가고 달리기를 같이 한다고 한다.     

Q. 산을 그렇게 좋아하면 외국 고산 등정도 다녀오셨거나 전문 클라이밍도 즐기시겠네요?

“나는 전문 클라이밍을 즐기지는 않는다. 해외 원정 산행도 가지 않았다. 산 그 자체가 좋은 것이고 즐거움 그 자체가 좋은 것이다. 산에 가서 느끼는 해방감, 자유 그 자체가 좋다. 그렇기에 굳이 어떤 산을 가는가는 내게 중요치 않다. 북한산에 가서도 설악산에서 느끼는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어떤 장소나 특정 무엇에 얽매이면 그것이 충족되지 못할 때 불행감을 느낄 수 있다.”

 

우면산은 서울 강남권 사람들이 자주 찾는 산이다. 트레일러너들도 좋아한다.
우면산은 서울 강남권 사람들이 자주 찾는 산이다. 트레일러너들도 좋아한다.

 

Q. 2002년에 소아암환우돕기 서울시민마라톤대회를 만들어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또 소아암환우돕기 행복트레일런축제도 12년간 주최하고 있네요. 의사로서 굳이 소아암환자를 돕는 이유가 따로 있나요?

“소아암환우돕기 마라톤대회나 행복트레일런 축제 모두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시작했다. 대회 구호는 ‘일년 중 하루는 다른 사람을 위해 달리자’다.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 타인의 의식이 바뀌길 기대하거나 기다려서는 안된다. 내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우리 세대가 의식을 바꾸어야 다음 세대와 대화가 된다. 기부는 다음 세대와의 대화라고 할 수도 있다.

왜 하필 소아암환우를 돕기 위해 기부금을 모으는가 묻는 분들이 있다. 어린 환자는 미래 가능성이 많다. 어린 환자가 사망하면 가족이 깨지는 경우가 많다. 소아암은 80~90퍼센트가 치료 가능하다.

돈이 없어 치료를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내가 모든 소아암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힘이 나마 보태고 싶다. 지금까지 20여년 동안 6억원 이상을 모아 기부했다.  

앞으로 대회가 얼마나 더 지속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내가 여력이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다른 좋은 분들이 이어갈 수 있길 희망할 뿐이다.”

이동윤 원장은 토요일 진료가 끝나면 달리기 복장으로 갈아 입고 우면산으로 향한다. 산을 달리기 위해서다. 평상시에는 출근길에 양복 정장을 입고 한강을 달린 후 곧바로 병원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시내 약속 장소에도 양복을 입고 달려서 가는 경우가 많다. 별도로 시간을 내서 달리는 경우도 많지만 생활 속 이동시간을 달리기 시간으로 이용한다. 이렇게 하루에 20~30킬로미터를 달려 한달 평균 800킬로미터 이상을 달리는 것이다.  

 

이원장은 산은 물론 도심의 도로, 한강 자전거 길 등 달릴 수 있는 길은 어디든 달린다.
이원장은 산은 물론 도심의 도로, 한강 자전거 길 등 달릴 수 있는 길은 어디든 달린다.

 

Q. 많은 의사들이 많이 달리면 무릎에 안좋다고 말린다.

“무릎 관절의 퇴행은 누구에게나 온다.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나이들어서도 무릎 통증 없이 살아갈 수 있다. 의사들 중에는 지식만 중요하게 여기고 과학과 경험을 소홀히 하는 분들이 있다. 불편함(discomfort)과 부상(injury)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환자의 증상호소를 듣고 구별해낼 수 있는 의사의 조언을 들어야 한다.”     

Q. 무릎 통증 예방과 보호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사람의 몸은 자극과 반응하면서 보호 메커니즘을 발달시킨다. 무릎 통증 예방 뿐 아니라 심장병 예방을 위해서도 운동의 강도를 조절하면서 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약하게 천천히만 운동하는 것이 좋은 방법은 아니다. 예를 들어 산에 오를 때 숨이 가빠질 만큼 빠르게 오르다가 편한 속도로 가고, 그러다 다시 빠르게 가다 천천히 가는 것을 반복해야 심장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특히 산에 오를 때 좀 더 빠르게 오르는 것은 무릎 주변 근육을 강화해 무릎 통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단, 내려올 때는 천천히 부드럽게 걸어야 한다. 특히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꼭 스틱을 사용해야 한다.

사용법을 제대로 배워 스틱을 단순히 균형잡는 용도 뿐 아니라 충격분산을 위한 보조도구로 사용해야 한다. 산에서 달릴 때도 가능한 스틱을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 내가 내 인생 거의 대부분을 산에 다녔고 달리기를 해왔지만 무릎 통증이 없는 이유는 이런 것을 늘 실천했기 때문이다.”  

 

이동윤 원장에게 달리기와 산은 삶의 일부다. 그는 산을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도로를 달리는 것도 좋지만 산은 변화가 있어 더 큰 즐거움을 준다. 가끔은 자신을 한계치까지 밀어부치기도 한다.풀코스 마라톤을 달린다든가 100km 울트라 트레일 달리기를 한다든가. 산이냐 달리기냐 어느 것에 집착하기보다 그냥 그 상황에서 가능한 것 그 자체로 즐기려고 한다.
이동윤 원장에게 달리기와 산은 삶의 일부다. 그는 산을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도로를 달리는 것도 좋지만 산은 변화가 있어 더 큰 즐거움을 준다. 가끔은 자신을 한계치까지 밀어부치기도 한다.풀코스 마라톤을 달린다든가 100km 울트라 트레일 달리기를 한다든가. 산이냐 달리기냐 어느 것에 집착하기보다 그냥 그 상황에서 가능한 것 그 자체로 즐기려고 한다.

 

Q. 바보 같은 질문 하나만 하겠습니다. 산에 가는게 좋나요, 달리기 하는게 좋나요?

“젊었을 때는 산에서 죽고 싶었다. 이제는 ‘9988234’, 즉 사는 날(99세)까지 건강(88·팔팔)하게 살다가 짧게(2~3일) 앓고 죽고(4) 싶다. 달리기와 산은 내 삶의 일부다. 나는 산을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도로를 달리는 것도 좋지만 산은 변화가 있어 더 즐겁다. 가끔은 내 몸을 한계치까지 밀어부치기도 한다. 풀코스 마라톤을 달린다든가 100킬로미터 울트라 트레일 달리기를 한다든가. 산이냐 달리기냐 어느 것에 집착하기 보다 그냥 그 상황에서 가능한 것 그 자체로 즐기려고 한다.”     

이동윤 원장은 산과 관련해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산은 산에 가는 사람들만의, 전문 산악인만의 산이 아니다. 모든 국민의 산이고 앞으로 태어날 모든 후세들의 산이다. 그렇기에 전문 등반을 하다고 주말 등산객을 얕잡아 보고 마치 산의 주인인양 행세해서는 안된다. 산을 아끼고 산에 다니는 모든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 산이 있기에 세상사가 생기는 법이다. 산에 다니는 사람들이 세상 사람들을 더 포용하고 사랑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사람과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