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딕워킹으로 떠나는 전국 투어_북한산 둘레길

 

글 · 남태식(노르딕워킹 인스트럭터)  사진 · 박요한((사)국제노르딕워킹협회 회장)

 

(사)국제노르딕워킹 회원들이 1919년 기미년 삼일독림운동 때 사용된 백초월 스님의 태극기가 발견된 진관사코스를 지나고 있다.
(사)국제노르딕워킹 회원들이 1919년 기미년 삼일독림운동 때 사용된 백초월 스님의 태극기가 발견된 진관사코스를 지나고 있다.

 

3월 ‘노르딕워킹으로 떠나는 전국투어’는 여느 때와는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이번 국제노르딕워킹협회(INWA KOREA) 주월리(Juwalli) 행사는 3월 1일, 삼일독립만세운동 103주년을 맞아 북한산둘레길 내시묘역길~우이령길~순례길~구름정원길(31km) 구간에서 삼일독립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며 진행했다.     

 

몽환 속의 내시묘역길

밤새 비가 내린 터라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오늘은 삼일독립만세운동 103주년 기념일로, 31km, 21km 두 구간에서 노르딕워킹을 진행했다. 나는 31km 구간을 지원한 다른 이들과 함께 봄비로 몽환적 분위기가 가득한 ‘내시묘역길’을 걸었다. 북한산둘레길 제10구간 ‘내시묘역길’ 중간에 원효봉으로 이어지는 여러 갈림길이 나오는데, 그 중에 효자리계곡에 자리한 청담골로 갈 수 있는 길도 있다. 날씨가 풀려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모습을 기대하면서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밤골을 통과, 사기막골 야영지 조성공사가 진행 중인 곳이 나타났는데, 앞으로 멀리 가지 않아도 가깝고 자연환경이 빼어난 북한산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을 듯해 기대가 크다.

돌이켜보면 옛날엔 여기저기 다니며 사진 찍기 위주의 여행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가고 싶은 곳만 정한 뒤 훌쩍 떠나서 쉬고 오는 힐링여행이 주를 이루는 것 같다. 자연 속에서 쉬는 것만으로도 지친 마음이 치유 받는 행복감을 주지만, 운동을 하면 또 다른 성취감과 분위기가 환기되는 신선한 느낌 때문에 개인적으로 노르딕워킹을 지속하게 되는 것 같다.     

3.1 운동 때 민족 대표 33인 중 한 분이셨던 손병희 선생 묘역 앞에 (사)국제노르딕워킹협회 회원들이 모여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3.1 운동 때 민족 대표 33인 중 한 분이셨던 손병희 선생 묘역 앞에 (사)국제노르딕워킹협회 회원들이 모여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아직 꽁꽁 얼어 있는 우이령길

자신만의 탬포로 자연을 즐기고 싶거나 산 오르막을 치고 올라가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이번 기회에 각자 개인의 컨디션에 맞게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북한산국립공원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의 총 길이가 얼마나 되는지를 걷기 전까지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 ‘우이령길’을 기준으로 서울 방향으로 한 바퀴를 도는 데에 45km, 송추방향으로는 68km가 나온다고 한다.

도봉산의 오봉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충의길’(북한산둘레길 제12구간)은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어 긴 호흡으로 치고 나가야 꾸준히 갈 수 있다. 크게 어려운 구간이 없고, 중간의 흔들다리가 동심을 자극하며 전체적으로 수월하다. 중간에 인수봉과 백운대, 염초봉 등 북한산의 정상부가 한눈에 들어오는 작은 전망대가 있어서 쉬어가기도 좋다.

‘우이령길’ 입구를 알리는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은 후 완만한 오르막을 따라 올랐다. 겨울의 끝자락이어서 아직도 녹지 않은 얼음이 간간히 보였다. 올라가는 동안 안개가 조금씩 짙어져갔다. 함께 걷는 이들의 윤곽선이 살짝 번져 보이며 실제보다 더 멀어지는 듯한 묘한 느낌이 들었다. 함께한 이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7km쯤을 오르니 우이령 정상의 도로 통제용 군사시설이 보였다. 이제부터는 서울의 우이동으로 내려간다.

 우이령길이 끝나는 지점에는 오랜 분쟁 끝에 문을 연 에코 럭셔리 리조트 파라스파라와 엄홍길 대장의 히말라야 원정 관련 기념물을 전시한 산악문화허브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음식점이 늘어선 이곳에서 시원한 막걸리를 곁들여 간식을 먹으며 잠시 쉴 것일 기대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꽤 남아서인지 다들 발걸음을 재촉하는 분위기였다.

 

삼일절 노르딕워킹행사 31km, 21km 구간에 각각 참가한 회원들이 손병희 선생 묘역 일원에서 서로 교차하고 있다.
삼일절 노르딕워킹행사 31km, 21km 구간에 각각 참가한 회원들이 손병희 선생 묘역 일원에서 서로 교차하고 있다.

 

삼일절에 만난 독립운동가

북한산둘레길 제1구간 ‘소나무숲길’ 들머리에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이셨던 손병희 선생의 묘소가 있다. 묘소 근처에 태극기가 있는 것을 보고 처음에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희생하신 분을 모신 곳이라는 설명을 들으니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북한산둘레길 제2구간인 ‘순례길’은 순국선열의 묘소가 많은 곳으로, 오늘 삼일절 노르딕워킹의 하이라이트 구간이다. 평화롭고 한적하기만 한 북한산둘레길에 조국이 위태로울 때 자신을 헌신한 이들의 묘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곧 솔밭근린공원을 지나 4·19 민주묘지에 다다랐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나 보았던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인물이 잠든 장소를 직접 와 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둘레길 중간에 북한산성 대동문으로 가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우이동 쪽 북한산둘레길은 처음이어서인지 익숙한 12성문 이름 중 하나를 보니 왠지 그쪽으로 올라가야만 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음에 대동문에서 이쪽으로 한번 내려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통일교육원이 위치한 수유동 둘레길안내소에 닿았다.     

 

진관사 백초월 스님의 삼일절 태극기 기념 조형물을  지나면 이처럼 빼곡한 은행나무 숲이 나온다.
진관사 백초월 스님의 삼일절 태극기 기념 조형물을 지나면 이처럼 빼곡한 은행나무 숲이 나온다.

 

북한산의 다양한 모습을 감상했던 하루

오늘 삼일절을 맞아 총 거리를 31km에 맞추다 보니 산길이 많은 정릉동 일대와 포장도가 많은 평창동 구간은 패스하고 제8구간 ‘구름정원길’부터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계속 걷다가 차에 오르니 피곤이 몰려와 바로 취침? 너무 편히 쉰 탓일까, 다시 걸으려니 몸이 늘어졌다.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을 생각하며 정신 차려 발길을 재촉하니 불광동의 빌딩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오르막 내리막길이 반복되는 구름정원길을 지나 삼일독립운동 때 사용한 백초월 스님 태극기가 발견된 진관사까지 가는 코스다. 진관사까지만 가면 아침에 출발한 곳이자 오늘 도착지점인 북한산성이 지척이다. 다소 힘에 부쳤지만 하루 동안에 북한산둘레길을 돌며 여러 지점에서 북한산의 다양한 모습을 감상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오늘 함께한 멤버들과 남겨둔 송추 쪽 북한산둘레길의 도전을 기약했다. 분명 다시 걷을 때 새로운 풍경과 감상을 만나게 될 것 같다. 31km라는 긴 거리가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자연과 사람, 그리고 역사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을 노르딕워킹을 통해 가질 수 있어서 보람찬 삼일절이 되었다. 

 

불광동 도심의 빌딩이 잘 보이는 전망대에 오르니 가슴이 절로 펴졌다. 그 동안 코로나19로 이곳 전망대는 폐쇄되어 있었다.
불광동 도심의 빌딩이 잘 보이는 전망대에 오르니 가슴이 절로 펴졌다. 그 동안 코로나19로 이곳 전망대는 폐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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