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연재 | 노르딕워킹으로 떠나는 전국 투어_오대산 선재길

멈출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글 · 남태식(노르딕워킹 인스트럭터)  사진 · 박요한((사)국제노르딕워킹협회 회장)

 

‘노르딕워킹으로 떠나는 전국 투어’는 국민 건강 걷기 프로젝트다. (사)국제노르딕워킹협회가 진행하는 주월리(Juwalli) 프로그램이며, 참가자들은 매월 11일로 지정된 노르딕워킹데이에 전국의 걷기 좋은 노르딕워킹 장소로 함께 투어를 떠나 전문 노르딕워킹 강사로부터 원포인트 레슨을 받는다. 이달에는 오대산국립공원 선재길을 다녀왔다. 상원사에서 월정사로 이어지는 10km의 아름다운 길에서 그 첫 번째 여정을 시작한다.  

 

 

노르딕워킹이 추구하는 이상적 운동 형태

1월 11일, 강원도 오대산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서울을 출발할 때와는 달리 강원도 월정사 주위에서는 일기예보에서 확인하였던 대로 눈이 내리는 흐린 날씨였는데, 상원사에 가까워질수록 하늘이 맑아지면서 눈이 얕게 쌓인 도로를 지나갔다. 차도와 산책길이 계곡물을 가운데 두고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조금은 고즈넉한 느낌이 났다. 창밖의 스쳐간 선재길 풍경은 마치 노르웨이의 자작나무 숲 사진을 연상시켰다. 

선재길은 오대산국립공원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10km 구간의 완만하고 걷기 편한 오솔길이다. 상원사에 올라가 탁 트인 하늘 아래 펼쳐진 오대산 능선을 바라보았다. 날씨가 너무 쌀쌀해서 장비를 단단히 챙기기에 바빴지만, 잠깐이나마 바라본 풍경은 시작부터 마음을 설레게 했다.

이번 노르딕워킹 투어는 (사)국제노르딕워킹협회 본부회원들과 강원 속초지부 회원들이 함께했다. 평균 연령대가 높은 편이었지만 불평 없이 서로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며 즐기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노르딕워킹 운동을 거의 생활화 하셔서 다양한 지역에 가서도 활동을 활발히 한다고 하셨다. 마음이 잘 맞는 팀원들과 함께 좋은 곳을 걸으면서 함께 나아가는 모습이 노르딕워킹을 통해 추구하는 이상적인 운동형태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겨울 풍경 속에서 만끽한 건강과 여유

둘레길을 걸으면서 경사는 완만한 내리막길이었고 돌길보다는 흙길이 더 많아서 편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 특히 나무 사이사이로 보이는 계곡의 풍경은 이따금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계곡은 대부분 얼어 있는데 반사되는 햇살에 새하얀 빛이 났다. 계곡의 폭은 한때는 좁게 흘렀다가 다른 곳에서는 가평 잣향기푸른숲 둘레길에서 흐르는 넓은 계곡처럼 크게 흐르기도 했다.

또한 계곡을 넘나들 수 있는 나무다리를 지나갈 때에도 계곡의 모습을 눈에 충분히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나중에 봄이나 여름에 오게 되면 계곡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명상에 빠져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나무다리 중에는 출렁대는 흔들다리도 있었다. 흔들다리 위에서 몸이 한껏 가벼워진 느낌으로 폴짝폴짝 다리를 뛰어다니며 잠시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우리는 틈틈이 간식을 먹으면서 바위 위에 둘러앉아 여유롭게 쉬어 갔다. 좁은 길을 걷다가도 이따금 넓은 평지가 있어서 함께 마주 보면서 천천히 시간을 보내기 좋았다. 운동하면서 중간에 쉬어 가는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더러 있을 텐데 좋은 자리가 보이면 망설이지 말고 쉬어 가자고 하면 운동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얻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3분의 2 지점에 도착했을 때 아이젠을 신고 얼어붙은 계곡에 조심히 올라섰다. 지난 가을과 초겨울이 가물어서인가 곳곳에 얼음이 불안하고 녹아있어 빠지지 않도록 가슴 졸이며 터벅터벅 걸어갔다. 계곡에서 바라본 나무다리와 그 밑에 얼어붙은 계곡의 풍경은 겨울에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었다. 얼음이 생각보다 많이 녹아 있어 가는 길을 잘 택해야 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중간중간에 함께한 회원들이 노르딕워킹 자세로 나란히 걷는 모습이 자연 속에 담기는 것을 본 것도 색다른 풍경이었다.

 

 

자연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일

마지막으로 선재길 하단부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넓은 전나무 길을 통과했다. 높게 뻗은 나무들의 앙상한 가지만으로도 햇빛이 가려진 모습이 다시 돌아올 봄과 여름을 부르는 것 같았다. 가만히 나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풍성해지는 것 같았다. 오래되고 커다란 나무 그루터기에서 사람들이 저마다의 자세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평소 차량으로 이동 중에 도로 위에서 백두대간의 아름다운 산자락을 바라본 일은 숱하게 많다. 하지만 산속 산책길 사이에 멈춰서 느긋하게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았다. 사람이 자연을 온전히 인지할 수 있는 속도로 걸었을 때, 이전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자연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자연이 주는 소중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추운 날씨에 전진하기 위해 움츠러들기만 하는 일상에서 오대산 선재길을 만날 수 있게 되어서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넓게 펼쳐진 산자락과 계곡, 자연 그대로의 소리는 이 산책길 위에 서 있을 때에만 비로소 경험할 수 있는 선물이었다. 차가운 칼바람이 불겠지만 그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을 경험하고 싶다면 노르딕워킹으로 오대산 선재길을 걸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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