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페이스와 함께하는 아웃도어 파라다이스 _ 태안 해변길 1코스

 

태안 해변길은 태안반도 북쪽 끝자락에서 남쪽 끝으로 이어지는 약 100km의 탐방로이다. 학암포해수욕장을 시작으로 신두리해안사구~만리포해수욕장~파도리해수욕장~몽산포해수욕장~꽃지해수욕장~황포항을 지나 영목항에 이르는 총 7개 구간(1코스 바라길, 2코스 소원길, 3코스 파도길, 4코스 솔모랫길, 5코스 노을길, 6코스 샛별길, 7코스 바람길)으로 이뤄졌으며,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바다와 마을, 샛길과 방제도로 등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길이 이어진다. 그중 제1코스 바라길로 한여름 걷기 여행을 떠난다.

 

태안 해변길 1코스 바라길의 종착지인 신두리해변. 썰물에 드러난 광활한 갯벌에 몸을 던져본다.
태안 해변길 1코스 바라길의 종착지인 신두리해변. 썰물에 드러난 광활한 갯벌에 몸을 던져본다.

 

바다소녀 선희와 바위소년 우영

“목포가 고향이에요. 바다에서 나고 자라 바다와 추억도 많고, 바다에 오면 특별한 편안함을 느껴요.”

오늘의 행선지가 ‘바다’라는 말에 최선희씨가 두 눈을 반짝인다. 바다가 고향인 선희씨는 산보다 바다를 좋아하는 바다소녀다. 산과 자연을 좋아하게 된 것도, 학부시절 산악부에 들어간 것도 그 시작에는 바다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다며 자신의 바다이야기를 들려준다. 선희씨는 올가을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의 예비남편은 5년 전 산악부에서 만난 캠퍼스커플 양우영씨로, 오늘 태안 바라길 여정에 함께한다.

“오늘 출발지가 학암포해수욕장이라고요? 유명한 해벽 암장이 있는 곳이네요! 간 김에 어프로치를 외워놔야겠군.”

 

바다와 암릉, 마을과 해변이 어우러진 다채로운 매력의 바라길.
바다와 암릉, 마을과 해변이 어우러진 다채로운 매력의 바라길.

 

학암포해벽 암릉 지대를 넘어서는 양우영씨. 바위에서 가장 행복한 바위소년이다.
학암포해벽 암릉 지대를 넘어서는 양우영씨. 바위에서 가장 행복한 바위소년이다.

 

산을 좋아하는 양우영씨가 상기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진다. ‘바다’에 들떴던 선희씨와 달리 우영씨는 바다 옆 ‘바위’에 흥미를 보이며 신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전주대학교 산악부 대장 출신의 양우영씨는 산 사랑이 지극한 ‘산(山)사람’이다. 국내외 숱한 암·빙벽 등반 경력 외에도 키르키즈스탄 악사이, 미국 존뮤어트레일 등 해외산 경험이 두루 있으며,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 지난해에는 산악전문지도사와 전문로프접근기술 자격증을 취득하며 전문성도 갖췄다.

“저는 주로 산에 있어요.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바다는 잘 찾지 않는 것 같아요. 선희가 바다를 좋아하니 그게 바다를 찾는 유일한 이유랄까요.”

 

학암포 선착장의 트레이드마크인 붉은 등대. 바라길 공식 포토존이다.
학암포 선착장의 트레이드마크인 붉은 등대. 바라길 공식 포토존이다.

 

학암포에서 시작하는 12km 해변길

서해안고속도로를 벗어나 서산에 들어선다. 비 예보와 달리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취재진을 맞는다. “와 하늘 좀 보세요!” 반가운 날씨에 취재진 모두 한마음으로 안도와 기쁨을 표한다. 다시 1시간여 달려 도착한 학암포해수욕장, 목적지에 다다르자 열린 창문 틈으로 짭짤한 바다내음이 물밀 듯 밀려들어온다.

 

바라길의 시작점 학암포의 명소인 학암포해벽. 거친 파도 무늬의 바위가 신비롭다.
바라길의 시작점 학암포의 명소인 학암포해벽. 거친 파도 무늬의 바위가 신비롭다.

 

태안 해변길 1코스 바라길의 이름은 바다의 고어인 ‘바’에서 유래했다. 바다와 해벽, 모래사장과 해송, 천연기념물 제431호 신두리사구까지 이어지는 약 12km의 바라길은 태안 해변길 7개 코스 중 가장 볼거리가 다양하여 인기 코스다. 루트 시작점인 학암포해수욕장은 선착장, 해수욕장, 자연관찰로, 오토캠핑장 등 즐길 거리가 많은데, 해변길 트레킹이 아니더라도 사시사철 가족 연인 단위의 탐방객들이 많이 찾는다.

“선희야 나 잡아봐라~” “오빠 장난치지 마!”

트레킹 시작 전, 학암포 선착장을 둘러본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빨간 등대가 더욱 선명하다. 우영씨와 선희씨가 등대 앞에서 꽁냥꽁냥 장난을 주고받으며 귀여운 술래잡기 놀이를 한다. 청명한 하늘과 푸른 바다, 두 사람의 환한 미소가 어우러진 풍경이 한편의 청춘드라마가 따로 없다.

 

바라길의 끝에 만난 광활한 초원. 길의 끝이 아쉬운지 최선희씨가 뒤돌아 다시 사구로 향한다.
바라길의 끝에 만난 광활한 초원. 길의 끝이 아쉬운지 최선희씨가 뒤돌아 다시 사구로 향한다.

 

신두리해안 데크길. 사구와 해변, 억새밭과 초원을 잇는 장거리 탐방 데크가 잘 조성되어있다.
신두리해안 데크길. 사구와 해변, 억새밭과 초원을 잇는 장거리 탐방 데크가 잘 조성되어있다.

 

“이전에 인천 쪽 바다에 놀러갔을 때는 늘 갯벌만 보았던 것 같은데, 여기는 꼭 동해 같아요.”

때마침 밀물에 방문한 터라 광활하고 푸른 바다를 만난다. 등대 앞 포구에 정박된 알록달록 10여 척의 작은 어선들이 넘실거리는 물결에 제자리에서 흔들흔들 평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학암포는 오래전부터 중국과의 교역항이었다. 조선 중엽에 학암포의 이름은 이름 ‘분점(盆店)’이었는데, 이는 질그릇(항아리)을 많이 수출하는 곳이라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이후 1968년에 학암포해수욕장이 개장되면서부터는 ‘학암포 큰분점도의 용낭굴 위에 있는 바위가 마치 학처럼 생겼다’고 하여 ‘학암포’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오케이, 학암포해벽 좌표 저장 완료!” 바위소년 우영씨의 바람에 맞춰 학암포해벽을 먼저 둘러본 뒤, 큰분점도를 지나 학암포해수욕장에 들어선다. 금빛 찬란 광활한 모래사장을 따라 걷는 바라길, 보드라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밀물에 외딴 섬이 된 작은분점도, 태안 해안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학암포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30여 분 만에 구례포해수욕장에 닿는다.

 

해송 숲 구례포와 낙조의 먼동

굽이굽이 리아스식 해안의 굴곡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구례포해변은 울창한 해송 숲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해안을 따라 조성된 너른 소나무 군락 곳곳에 캠핑장이 즐비한데, 숲속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조망이 아름다워 캠퍼들에게 바다캠핑의 성지로 꼽히기도 한다.

왼쪽으로 소나무숲, 오른쪽으로 망망대해 서해를 두고 한적한 해변길을 따른다. 파도와 바람 소리만이 취재진을 감싸는 여유로운 평일의 트레킹, 멀리 맑은 하늘 아래로 덕적도, 옆뱅이, 문갑도, 소분점도, 거먹뱅이, 각흑도, 대뱅이, 굴뚝뱅이, 백아도, 수리뱅이, 을도, 새뱅이 등 서해의 수많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앞서가는 최선희씨와 양우영씨가 손을 맞잡고 걸으며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느라 바쁘다. 주변 풍광을 함께 눈에 담으며 바다를 만끽하는 두 사람이다. 오늘만큼은 바다소녀 선희씨에 맞춰 우영씨가 바다소년이 되었다. 선희씨와 함께하는 바다라면 오늘만큼은 산보다 바다가 좋은 우영씨다.

 

꽁냥꽁냥 종일 웃음이 끊이질 않았던 양우영, 최선희씨. 해사한 미소가 꼭 닮은 예쁜 커플이다.
꽁냥꽁냥 종일 웃음이 끊이질 않았던 양우영, 최선희씨. 해사한 미소가 꼭 닮은 예쁜 커플이다.

 

알록달록 작은 어선들이 정박해있는 학암포 항구.
알록달록 작은 어선들이 정박해있는 학암포 항구.

 

부드러운 솔밭길과 완만한 산행길이 번갈아 나오며 트레킹에 재미를 더한다. 국사봉을 지나 농로를 따르자 이내 먼동해변에 다다른다. 먼동해변은 조금 전 지나온 구례포해수욕장과 출발지인 학암포해수욕장에 비해 규모가 작다. 비교적 협소한 해변이지만 바라길의 여러 해변 중에서도 유난히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먼동해변의 이름은 본래 ‘암매’였다. 지난 1993년 KBS대하드라마 ‘먼동’의 촬영지로 유명해지면서 그 여파로 2009년부터 ‘먼동’으로 지명이 변경되었다. 이후 <용의 눈물>, <불멸의 이순신> 등 전국적으로 인기를 끈 여러편의 드라마도 이곳에서 촬영했을 정도로,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이다.    

 

신두리해안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바다 앞 카페 '쁘띠산토리니'.
신두리해안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바다 앞 카페 '쁘띠산토리니'.

 

해안과 육상을 가르는 바다 곁 사막

3시간 여의 해변 트레킹, 길은 어느덧 바라길의 마지막 종착지 신두리로 향한다. 마외해변에서 나지막한 산을 잠시 올랐다 내려서자마자 바다와 초원을 가르는 직선의 길이 나타난다. 다시 데크길에 올라 10여 분, 신두리해변에 들어서며 이내 태안 해변길 1코스의 하이라이트 천연기념물 제431호 신두리사구에 도착한다.

신두리사구는 우리나라 최대의 해안사구다. 해안이 뭍으로 휘어 들어간 곳에 모래가 퇴적되며 거대한 언덕이 형성되었고, ‘바다 곁 사막’이라는 신비로운 비경이 만들어졌다. 길이 약 3.4km, 폭 약 500m~1.3km에 달하는 거대한 모래언덕에 다가서자 압도적인 규모에 취재진 모두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천연기념물 제431호 신두리 해안사구. 길이 약 3.4km, 폭 약 500m~1.3km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모래언덕이다.
천연기념물 제431호 신두리 해안사구. 길이 약 3.4km, 폭 약 500m~1.3km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모래언덕이다.

 

“주위 다른 배경은 무시하고 사구만 집중해서 보고 있으면,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못지않아요”

주민욱 기자가 해안사구 관람의 팁을 건넨다. 주민욱 기자의 조언에 따라 성벽처럼 솟은 거대한 모래 언덕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자니 한순간 영화 속에서나 보았던 거대한 사막이 눈앞에 펼쳐지며 시공간을 초월한 경험을 한다. 모래언덕 사방으로 펼쳐진 광활한 억새밭과 초원도 풍경에 신비로움을 더한다.

어느덧 사구의 끝에 이른다. 모래언덕을 너머 억새밭을 지나 다채로운 아름다움이 가득한 바라길 걷기 여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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