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 탐방로 전면 개방

북악산 한양도성 청운대 인근에서 바라본 북한산 능선과 평창동 일대 모습
북악산 한양도성 청운대 인근에서 바라본 북한산 능선과 평창동 일대 모습

 

옛서울 한양의 주산인 북악산 등산로가 지난 5월 10일 모두 개방됐다. 청와대 담장과 맞붙은 남쪽 등산로가 청와대 개방과 더불어 일반인들에게 개방됨으로써 북악산을 오르는 모든 등산로가 아무런 제한 없이 열린 것이다. 이제 북악산을 아무런 제약 없이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 다양한 코스로 올라보며 역사와 자연을 느껴보길 바란다.

글 · 선주성 기자  사진 · 윤영우 기자

 

청와대 담장안 산책로.
청와대 담장안 산책로.

 

북악산은 인왕산, 남산, 낙산과 함께 서울의 내사산(內四山)으로 불린다. 특히 인왕산(338m)과 북악산(342m)은 자체 높이로 보면 높은 산은 아니지만 도심에 우뚝 솟은 화강암 바위산으로, 계곡이 깊고 바위가 좋아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북악산 등산로는 1968년 1월 21일 북한의 무장군인이 청와대를 습격했던 소위 ‘1·21사태' 이후 청와대 경호와 군사시설 보호를 위해 오랜 기간 통제되어 왔다. 이후 2006년 4월부터 부분적으로 개방되다가 지난 4월 삼청동 코스까지 시민들에게 열렸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하고, 청와대가 시민들에게 개방됨에 따라 북악산 등산로의 마지막 남은 구간인 청와대 담장 뒷길이 자유로운 통행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사람과 산> 편집부는 5월 10일 청와대안 산책로와 청와대 담장길 북악산 등산로 개방에 맞춰 걸어봤다. 독자들의 궁금증도 풀어 드리기 위해 청와대 담장 안쪽 산책로를 걸은 후 새로 개방된 등산로를 따라 북악산 정상(342m)에 올랐다. 
 

북악산을 배경으로 서 있는 청와대.
북악산을 배경으로 서 있는 청와대.

 

청와대, 국민 품으로

지난 5월 10일 11시, 청와대가 일반 시민들에게 활짝 열렸다. 기자는 일반 시민들과 함께 청와대 경내로 들어갔다. 청와대 담장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를 먼저 걸어보면서 청와대에서 북악산으로 바로 가는 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동쪽 끝에 있는 춘추관으로 향했다. 춘추관 뒤편으로 청와대 기와담장을 따라 가는 산책로가 보였다. 담장 너머는 이날 개방된 등산로 입구로 삼청동 금융연수원 건너편이다. 등산로는 포장도로로 담장과 나란히 올라간다.

 

청와대 안쪽 산책로 전망대에서 바라본 경복궁, 남산, 관악산 모습.
청와대 안쪽 산책로 전망대에서 바라본 경복궁, 남산, 관악산 모습.

 

담장 안쪽 청와대 산책로는 나무 데크와 야자매트로 이어져 걷기 편했다. 산책로의 가장 높은 곳의 담장 밖에 백악정이 있다. 백악정 앞에서 청와대 동쪽 춘추관 뒷길에서 올라가는 등산로와 청와대 서쪽 칠궁 뒷길에서 시작된 등산로가 만난다. 산책로에서 바라보는 서울 시내 전망도 좋다. 청와대 지붕 위로 가까이 경복궁과 세종대로가 보이고 저 멀리 검단산 남한산 잠실 남산 관악산 여의도까지 조망할 수 있다. 북악산을 오르기 힘들거나 시간이 부족하다면 청와대 담장안 산책로만 걸어도 북악산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청와대 산책로는 춘추관에서부터 영빈관 앞까지 약 2km 거리다. 청와대 산책로를 걷고 나서 영빈관 앞에 있는 문으로 청와대를 빠져 나와 창의문로 따라 칠궁으로 갔다. 칠궁은 후궁으로 왕의 자식을 낳아 그 자식이 왕이 된 분들을 모신 사당이다. 이곳 또한 청와대와 붙어 있기에 예전에는 아주 제한적으로만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어 왔다. 칠궁도 이젠 상시 개방된다.     

북악산 칠궁 뒷편 등산로 입구 안내소.
북악산 칠궁 뒷편 등산로 입구 안내소.

 

칠궁에서 시작하는 가파른 새탐방로

칠궁 뒤로 이번에 개방된 등산로가 있다. 칠궁 쪽에서 바로 가는 인도가 없어 ‘ㄷ’자 형태로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야 한다. 대통령 경호실 직원들의 숙소였던 대경빌라 D동 입구가 등산로 시작점이다. 이곳부터 북악산 정상까지는 약 2.6km로, 초보자는 2시간 정도 걸린다. 입구로 들어가면 언덕 위에 문화재청이 운영하는 임시 안내소가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서 안내지도를 받아 가는 것이 좋다.

 

칠궁 뒷편 등산로를 오르며 바라본 북악산. 칠궁 쪽 등산로는 경사가 가파르지만 철조망 등 군사경계시설물 너머로 북악산을 가까이 조망할 수 있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칠궁 뒷편 등산로를 오르며 바라본 북악산. 칠궁 쪽 등산로는 경사가 가파르지만 철조망 등 군사경계시설물 너머로 북악산을 가까이 조망할 수 있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북악산 등산을 시작하는 것이다. 북악산은 높이가 342m로 그다지 높은 산은 아니지만 계곡이 깊다. 평지에서 우뚝 솟아 있기에 등산로 경사가 아주 급한 편이다. 특히 칠궁 뒷편 등산로가 더 심한 편이며, 정상까지 가는 길은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 나타나기도 한다. 만만히 보고 간다면 크게 힘들 수 있다.

 

경계 철조망 사이로 북악산을 바라보면 '역사'도 함께 느끼게 된다.
경계 철조망 사이로 북악산을 바라보면 '역사'도 함께 느끼게 된다.

 

등산로에 입구에 아직 군부대 시설이 있다. 55사단 101 경비대 숙소가 보인다. 기와 담장에 붙어 등산로가 있고, 그 바깥쪽으로 철책이 이중으로 설치되어 있다. 철책이 북악산의 역사를 말해주기에 제거하지 말고 그대로 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게 오히려 더 볼거리가 되지 않겠는가. 철책을 앞에 두고 북악산을 바라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칠궁 뒷쪽 가파른 등산로를 오르니 금방 땀이 나기 시작했다. 700m 정도 계속 숨이 벅차게 오르면 춘추관 뒷쪽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난다. 백악정이 있는 곳이다. 이곳부터는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는 하나뿐이다. 백악정을 지나면 바로 갈림길이 나온다. 길이 좁아 많은 등산객이 한꺼번에 몰리면 혼잡이 예상되기에 한쪽 방향 일방통행으로 지정되어 있다.

청와대 전망대를 보려면 정상 방향인 청운대 전망대 방향으로 가다가 왼쪽 방향으로 가야 한다. 청와대 전망대를 보고 정상으로 가려면 일방통행 표지판인 있던 곳으로 왔다가 다시 청운대 방향으로 가야 한다. 청와대 전망대는 청와대를 가장 가까이서 보며 멀리 있는 산들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만세동방 약수터에서 땀을 씻을 수있다.
만세동방 약수터에서 땀을 씻을 수있다.

 

성곽 따라 돌아보는 장쾌한 서울 조망

청운대 전망대 방향 등산로를 가다 보면 경계 담장을 지나 다른 등산로와 합류되는 지점을 만난다. 삼청안내소에 출발해 법흥사터로 가지 않고 왼쪽으로 올라오는 등산로다. 이곳부터의 등산로는 이미 지난 4월에 개방되었다. 이 합류점을 지나면 곧 만세동방이라는 샘터를 만난다. 북악산 동쪽 계곡 중턱에 있는 약수터다. 이곳 바위에 ‘만세동방 성수남극(萬世東方 聖壽南極)’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어 만세동방 약수터라고 불린다. 물은 먹지는 못하고 손을 씻는 용도로만 적당하다.

 

만세동방 약수터에서 청운대 쉼터 방향 등산로. 계곡이 깊고 경사가 급해 높은 산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을 즐길 수 있다.
만세동방 약수터에서 청운대 쉼터 방향 등산로. 계곡이 깊고 경사가 급해 높은 산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을 즐길 수 있다.

 

만세동방 약수터를 지나면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이 등산로는 자연적으로 생긴 사람 다니는 길을 정비해 만든 등산로가 아니고, 기둥을 세우고 나무데크를 깔아 공중에 길을 만든 인위적인 등산로다. 그래서 계단도 많다. 흙길을 밟을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한양도성 성곽길과 만나는 청운대 초소 앞까지는 가파르게 올라가는 계단이다.

청운대 초소 갈림길에서는 성곽 바깥으로 나가 정상으로 가는 길과 그냥 안쪽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있다. 이 두 길은 청운대(293m)에서 만난다. 녹음이 우거진 여름에는 정상보다 이곳에서 가림 없는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청운대에서 남쪽으로 경복궁과 광화문, 세종로, 남산 잠실 관악산 등을 조망할 수 있고 북쪽으로는 북한산 보현봉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청운대 쉼터에서 바라본 서울의 동남쪽 모습.
청운대 쉼터에서 바라본 서울의 동남쪽 모습.

 

청운대 지나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 보면 ‘1·21 소나무'가 나타난다. 1·21사태 때 총격전을 벌여 총탄 흔적이 있는 소나무다. 1·21 소나무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북악산 정상인 백악마루다. 녹음이 우거진 여름철에는 높은 나무가 시야를 가려 남쪽을 조망하기 힘들다. 북악산 정상에서의 조망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겨울에 오는 것이 좋다. 정상석 서쪽에 있는 빈 공간으로 일산 김포 등 서울의 서북쪽 지역을 조망하거나 북한산 연봉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크다.

 

북악산 삼청안내소 방향 등산로 중간에 있는 법흥사터.
북악산 삼청안내소 방향 등산로 중간에 있는 법흥사터.

 

춘추관으로 향하는 깊은 계곡길

정상에서 약 20m 내려오면 갈림길에 닿는다. 여기서 한양도성길 따라 인왕산 방향으로 가려면 창의문 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매우 가파른 계단길이다. 하지만 취재진은 이번 산행의 목적이 오늘과 얼마 전에 개방된 북악산 등산로를 탐방하는 것이므로 다시 청운대 방향으로 내려갔다. 올라오며 한양도성길과 만났던 그 갈림길 지점에서 삼청동 방향인 오른쪽 길을 택한다. 이정표가 눈에 잘 띄지 않으니 초행객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삼청동 방향 등산로 계단으로 약 10m 내려가자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은 청와대 방향, 왼쪽은 촛대바위 방향이다. 법흥사터 방향 표지가 잘 안보여 지도만 보고 가면 헷갈릴 수 있다. 법흥사터 지나 삼청안내소 방향으로 가려면 촛대방위 방향으로 약 10m 가다가 오른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가파른 계단 끝나는 곳에 법흥사터가 있다. 소개글에는 ‘법흥사가 신라 때 창건된 절이라는 말이 있지만 근거는 없다’라는 설명이 있다. 청와대 쪽에서 올라오는 등산로는 물론 이곳 법흥사터 등산로도 마치 큰 산의 깊은 계곡길 같이 깊이가 있다. 큰 비가 내리면 계곡물이 많이 불을 것 같다. 서울 시내 한 복판에 있는 산이라 그런지 오후 좀 늦은 시간에도 산을 오르는 사람이 꽤 있다. 등산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정상까지 왕복 2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북악산 삼청안내소 입구.
북악산 삼청안내소 입구.

 

삼청안내소를 나오면 삼청동에서 삼청터널 지나 성북동 넘어가는 차도와 만난다. 신호등 횡단보도를 건너 삼청공원 구역으로 들어간다. 차도 옆으로 난 데크길을 따라 바로 삼청동으로 내려오는 방법도 있지만 중간에 삼청공원 안쪽으로 들어가 감사원 옆 삼청공원 입구로 가는 길도 좋다. 특히 좋은 나무와 꽃향기를 맡으며 걸을 수 있다.

삼청공원 지나 계속 아래로 내려오면 국무총리 공관 뒤편, 금융연수원 맞은편에 이번에 개방된 춘추관 뒤 북악산 등산로 입구가 있다. 지난 4월에 개방된 코스와 이번에 개방된 코스로 북악산에 오르고 내리며, 서울 한복판에 이런 산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 그리 큰 산은 아니지만 깊은 계곡과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어 큰 산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압축적으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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