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우드와 떠나는 산 밑의 아웃도어 _ 거창 덕천서원&우두산

 

거창 벚꽃 명소 1번지 덕천서원. 거창의 봄은 덕천서원에서 시작된다.
거창 벚꽃 명소 1번지 덕천서원. 거창의 봄은 덕천서원에서 시작된다.

 

창밖으로 보이는 자연 풍경에서 지난 코로나시대를 버텨온 우리네 모습을 읽는다. 코로나로 위축됐던 현실을 털어버리고 봄을 맞은 우리들처럼, 겨우내 추위를 버틴 꽃망울과 나무가 개화와 신록을 준비하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코로나와 공존하며 씩씩하게 살아가는 청춘들을 만나기 위해 아웃도어 웨스트우드(@westwoodkr)와 경남 거창으로 봄여행을 떠난다.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정종원 기자  협찬 · 웨스트우드
 

덕천서원 앞의 웅곡천을 따라 걷는 다섯 청년들.
덕천서원 앞의 웅곡천을 따라 걷는 다섯 청년들.
거창 덕천서원 유명세의 1등 공신 웅곡천 약수교. 벚나무 아래로 청춘의 함박웃음이 만개했다.
거창 덕천서원 유명세의 1등 공신 웅곡천 약수교. 벚나무 아래로 청춘의 함박웃음이 만개했다.

 

“장수와 광주는 1시간 거리에요. 저희는 같은 종목의 이웃 동호회로서 종종 지역 교류 러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거창 덕천서원에서 재기발랄 다섯 청년을 만난다. 전북 장수에서 달려온 김영록(@rocky_lucky)씨와 박하영(@hayoung_life)씨, 전남 광주에서 달려온 강민정(@mmmzn), 김여일(@im_yoyo), 김정수(@kim.essence)씨다. ‘달리기’라는 공통점으로 이어진 다섯 친구들은 각각 장수군을 기반으로 하는 장수러닝크루(@jangsu_runningcrew)와 광주시를 기반으로 하는 너랑나랑하랑(@wonderful_harang, 이하 하랑)에서 활동 중인 러너들로, 벚꽃러닝을 위해 이른 아침 한자리에 모였다.   

 

장수러닝크루의 김영록씨와 너랑나랑하랑의 김여일, 김정수씨. 함께 달리면 즐거움은 배가 된다!
장수러닝크루의 김영록씨와 너랑나랑하랑의 김여일, 김정수씨. 함께 달리면 즐거움은 배가 된다!

 

다시 달릴 자유!    

다섯 러너들과 덕천서원 벚꽃길을 달린다. 웅곡천을 따라 수백그루의 벚나무에서 만발한 벚꽃이 흐드러진다. 덕천서원은 오랜시간 거창군 지역주민들에게만 알려진 숨겨진 벚꽃 명소였으나, 최근 몇 년간 SNS를 통해 아름다운 풍경사진이 널리 퍼지게 되면서 떠오르는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소문만큼이나 아름다운 풍경에 취재진 모두 시선을 사방으로 옮기며 감상에 젖는다. 봄의 서원을 달리는 러너들의 머리 위로 흩날리는 꽃잎이 순식간에 연분홍의 세상을 연출한다.

 

벚꽃잎으로 뒤덮인 덕천서원 웅곡저수지. 분홍빛 호수를 만난 예쁜 하루였다.
벚꽃잎으로 뒤덮인 덕천서원 웅곡저수지. 분홍빛 호수를 만난 예쁜 하루였다.

 

“얘들아 여기서 다같이 단체사진 찍자. 자 모두 여기 봐! 하나, 둘, 셋!”

서원 앞의 약수교에 오른다. 다리 양옆의 거대한 벚나무가 만든 벚꽃동굴이 취재진을 감싼다. 약수교는 호산교, 폭포교와 더불어 덕천서원 제일의 포토스팟으로 꼽히는 곳으로, 취재진도 그림같은 풍경을 배경으로 다함께 추억을 한 장 남긴다. ‘덕천서원에 목련이 피면 거창의 봄이 시작된다’라는 말이 있다. 취재진이 방문했을 때는 목련이 다 지고 없었지만, 덕천서원은 벚나무만큼이나 이른 봄 목련이 아름다운 곳으로도 유명하다.

“하랑에서는 지난 2년간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집합인원을 매번 바꾸며 러닝 모임을 운영했어요. 대회출전에 대한 갈증은 자체 비대면 대회 개최, 플로깅(Plogging, 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행동) 등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며 해소했죠.”

짧은 벚꽃러닝을 마치고 웅곡저수지에 모여 달리기를 주제로 담소를 나눈다. 광주 러닝 플랫폼 하랑을 운영하는 김여일씨가 코로나 비대면 시대에 아웃도어 동호회 유지의 노고를 들려준다.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모두의 일상이 무너진 지 어느덧 3년, 국내에서만 연중 수백 개의 대회가 개최되던 달리기도 지난 2년간 모든 대면 대회가 취소되는 등 러너들도 그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하랑 친구들과 돌아오는 주말에 마라톤대회에 나가요. 몇 년 만에 개최되는 대면 대회인지 모릅니다. 다들 설레는 마음으로 주말만 기다리고 있어요!”

내달 거리두기 전면해지와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지, 확진자 자가격리 면제 등 본격적인 코로나와의 공존을 준비하는 지금, 반가운 대회소식들이 전국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마주한 달릴 자유! 다섯 명의 청춘 러너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마침내 다시 출발선에 섰다.     

 

광주 러닝 플랫폼 너랑나랑하랑의 김여일, 강민정씨. 강민정씨는 반려견 허스키 '레오'와 새벽달리기를 즐겨한다.
광주 러닝 플랫폼 너랑나랑하랑의 김여일, 강민정씨. 강민정씨는 반려견 허스키 '레오'와 새벽달리기를 즐겨한다.

 

별유천지 소머리산 출렁다리

덕천서원 관광을 마치고 20여 km 거리의 우두산으로 이동한다. 산의 형세가 소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이름 지어진 우두산은(1,046m)은 천년고찰 고견사와 견암폭포를 품은 거창을 대표하는 명산이다. 9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암릉 산세가 절경을 이뤄 예부터 우두산을 ‘소금강’이라고 부르기도 했으며, 각 봉우리를 잇는 연계산행 코스는 어느 능선에서나 압도적인 조망을 선사하여 뭇 산객들에게 즐거움을 안긴다.

“SNS에서 우두산 출렁다리 사진을 정말 많이 봤어요.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기대 만발입니다.”

아름다운 우두산이 최근 덕천서원의 인기를 넘어서 거창 최고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20년 10월, 산 중턱 해발 620m 지점에 설치한 높이 60m, 길이 109m의 거대 출렁다리가 그 이유다. 세 개의 암릉을 잇는 Y자 모양의 산악보도교에 오르면 사방으로 별유천지 협곡을 내려다볼 수 있어, 매 주말 전국 각지에서 이곳을 찾는 이들로 들머리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인기가 얼마나 좋은지, 주말에는 입구에 주차도 못한다고 해요. 마을에 주차를 하고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오는 방법 밖에 없어요.”

가조교를 건너 마상리에 들어서자 이내 창문 밖으로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비경을 만난다. 들머리 주위로 높은 건물이 없어 멀리서부터 우두산의 전경을 한눈에 담는 호사를 누린다. 인파를 피해 잡은 평일의 취재일, 취재진은 무사히 매표소 옆에 주차를 하고 바로 산행을 시작한다.     

 

덕천서원 산책길을 걷는 김영록, 박하영 커플. 박하영씨의 벚꽃과 어울리는 플라워프린트 바람막이가 눈에 띈다.
덕천서원 산책길을 걷는 김영록, 박하영 커플. 박하영씨의 벚꽃과 어울리는 플라워프린트 바람막이가 눈에 띈다.

 

놀러오세요 영이네민박

최근 코로나 거리두기 단계 완화로 한동안 폐쇄되었던 Y자출렁다리 최단시간 코스가 재개통되었다. 매표소에서 시작하는 나무계단을 따르자 15분여 만에 출렁다리에 도착한다. 눈앞에서 만난 출렁다리는 그 규모와 위용이 더욱 압도적이다. 거대한 인공의 산악 보도교에 올라 조망을 감상하며 다같이 짜릿한 경험을 공유한다.

“민박 손님들한테 주변 여행지로 우두산 출렁다리를 꼭 추천해줘야겠어. 장수에서 가깝고, 풍경도 정말 멋지고.”

“좋은 생각이야, 가족들하고 같이 와도 좋을 것 같아. 가까이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지 몰랐네!”

 

출렁다리를 건너는 취재진 뒤로 만발한 진달래가 봄을 알린다.
출렁다리를 건너는 취재진 뒤로 만발한 진달래가 봄을 알린다.

 

출렁다리 관광을 마치고 김영록씨와 박하영씨가 새로운 계획을 세운 듯 들뜬 마음으로 하산길에 오른다. 김영록씨와 박하영씨는 장수군 번암면에서 가족들과 함께 산속 시골 민박집 ‘영이네민박(@garden.young)’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 민박사업을 시작한 건 3년 전이지만, 그들의 사업은 코로나 상황이 심화된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호황을 맞았다.

“최근 1년 동안 주말은 거의 쉰 적이 없는 것 같아요. 투숙객이 항상 있었죠. 감사한 일이에요.”

강경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사람들은 도심과 동떨어진 자연 속 힐링 장소로 눈길을 돌렸다. 해외에서 국내로, 도심에서 농촌으로, 영이네민박은 코로나가 바꿔놓은 여행문화에 가장 적절한 선택지가 되어주었다. 지난 코로나와의 공존 경험을 바탕으로 영이네민박은 이제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요즘 민박집 마당에 복합문화공간 ‘작은산장(@jakeunsan)’을 준비 중이에요. 공연, 예술, 클래스 등 영이네민박을 방문하시는 모든 분들이 더욱 다채로운 경험을 나누셨으면 좋겠어요. 모두 꼭 놀러오세요!” “네 좋아요!”

하산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들머리, 박하영씨가 취재진 모두를 영이네민박으로 초대한다. 코로나가 아닌 그 어떤 새로운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모두 저마다의 방법으로 꿋꿋하게 달려 나갈 것을 약속하며, 하랑과 영이네민박은 오늘도 달린다. 

 

성인 기준으로 동시에 230명이 건널 수 있는 대규모의 우두산 Y자 출렁다리. 매 주말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거창의 대표 명소다.
성인 기준으로 동시에 230명이 건널 수 있는 대규모의 우두산 Y자 출렁다리. 매 주말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거창의 대표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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