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악회 제32대 회장 변기태 인터뷰

“한국산악회만이 할 수 있는 아카이브 구축에 전력할 터”

글 · 윤영우 기자  사진 · 정종원 기자

변기태 한국산악회 31대 회장이 제32대 회장직에 재선출 되었다. 지난 2월 26일 토요일, 강북구 우이동 한국산악회 CAC산악문화센터에서 열린 (사)한국산악회 제76차 총회에서 변기태 회장이 단독 추대되었으며, 참석자 전원 결의를 통해 회장직 연임이 결정되었다.

대면으로 진행한 이번 총회는 한국산악회 회원 70여 명이 참석하였으며, 회장 선출위원회는 변기태 회장에게 추대증을 증정했다. 변기태 회장의 지난 2년 임기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2년에 대한 다짐을 들어보았다.    

 

한국산악회 제32대 회장 변기태.
한국산악회 제32대 회장 변기태.

Q. 2년 전 31대 회장직에 취임하셨을 때 “젊음과 긍지가 넘쳐나는 산악회를 만들겠다”라고 하셨습니다. 그에 대한 지난 행보가 궁금합니다.

 A. 젊음과 긍지가 넘쳐나는 역동적인 산악회라는 것이 단기간에 억지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엇보다 먼저 그 기반을 만들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노력을 많이 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원들이 갖고 있는 긍지의 원천이 무엇이고 그 긍지가 합당한 것인가? 대한민국 최초의, 최대의 산악회라는 것이 과연 한국산악회를 상징하는 긍지가 될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현재 회원들의 가장 불만요인은 무엇인가에 대한 분석부터 시작했습니다.

문제의 첫째는 긍지 그 이상이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본회가 서울이 아니라 의정부라는 지역에 있다는 것이 본회 회원은 물론 전국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회원들 모두가 갖는 공통적 불만이었습니다. 이러한 불만은 저의 생각과 다르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이에 국내 산악운동의 발상지인 북한산자락 우이동에 전용면적 90평 정도의 공간을 마련하여 의정부 한국산악회관에 있던 도서관과 사무국을 옮겼을 뿐만 아니라 돌비 서라운드 시스템을 갖춘 산악영화 전용관을 만듦으로써 본회를 서울에 당당히 입성시켰습니다.

이로써 역동적이고 젊음과 긍지가 넘쳐나는 산악회를 만드는데 그 기반은 조성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CAC산악문화센터 회장집무실에서 만난 변기태회장.
CAC산악문화센터 회장집무실에서 만난 변기태회장.

Q. 지난 활동을 기반으로 새로운 임기 중 집중할 목표가 궁금합니다.

A. 한국산악회 활동의 원천적 힘은 위원회 활동입니다. 그 중 학술위원회 활동 결과물인 회보가 발행되지 못한다는 것은 20여 개국에 배포되는 회보임을 감안한다면 산악회의 자존감에 가장 치명적입니다. 지난 임기 동안 침체되어 있던 각 상설위원회를 활성화 시켰고, 2년간 한번도 빠짐없이 회보를 발행했습니다. 대한민국 산악계 어느 누구도 관심 갖는 이가 없었지만 12권의 회보를 통해서 한국산악회는 많은 사료와 인물 발굴 기록을 수록했습니다. 사무국 서울 이전과 꾸준한 회보 발행 등 이러한 기반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임기 2년 동안  한국산악회만이 할 수 있는 아카이브 구축 등 산악문화 콘텐츠 강화를 통해서 회원들이 최초와 최대를 넘어서는 진정한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변기태 회장은 "한국산악회 회원들이 최초와 최대를 넘어서는 진정한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변기태 회장은 "한국산악회 회원들이 최초와 최대를 넘어서는 진정한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Q. 한국산악회는 국내 등산 역사 규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의 배경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A. 한국산악회는 대한민국 최초의 산악회이자 진단학회와 같이 정부에 최초로 등록한 민간단체입니다. 당연히 한국산악계의 역사는 곧 한국산악회의 역사입니다. 그동안 한국산악회는 산악 관련 많은 자료를 갖고 있음에도 제대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얼마전 동북아역사재단과 독도를 비롯한 영토를 포괄하는 MOU를 맺었고, 산악인과 학자들간에 협업 연구와 과거 자료 분석을 통해 미래지향적 한국산악회를 만들고자하는데 의견일치를 보았습니다. 이는 창립당시에 추구하던 초심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산악운동의 역사는 불행하게도 일제 강점기시대가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일본등산사로 취급하지 않고 한국산악계에서는 한국등산의 역사에서 마치 서자취급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후배들은 불행했던 시기 등산의 역사를 제대로 밝혀서 산악운동의 선구자였던 선배들의 산악활동을 제대로 규명하여 예단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밝혀낼 충분한 자료가 한국산악회 도서관과 정부기관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러한 사업 중에 하나로 작년에 일제시기 한국에서 산악활동을 했던 이즈미 세이치(泉靖一)의 자서전을 번역 발행했고, 금년에는 이이야마 다츠오(飯山達雄)가 발간한 ‘북조선의 산들’도 번역 발간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CAC산악문화센터 도서관. 각종 산악 서적은 물론 산악영화 전용관이 있는 문화공간이다.
CAC산악문화센터 도서관. 각종 산악 서적은 물론 산악영화 전용관이 있는 문화공간이다.

Q. 세계 각국의 산악회와 교류를 통해 젊은 산악인들의 경험과 시야를 넓히는 것에도 많은 노력을 경주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 각 나라를 대표하는 산악회가 있습니다. 당연히 한국에서는 한국산악회가 되는 것이지요.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하여 실질적인 행위는 없었으나, 언제든지 교류를 실행할 수 있도록 세계 여러 산악단체와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조만간 상황이 좋아지면 당장 출발할 수 있는 쿰부히말 원정대가 훈련중이고, 각 상임위원회마다 다양한 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국내 지원활동으로 제가 취임한 이후 서울사대부고와 맺은 MOU에 따라 고등학생들의 등산교육을 성실하게 진행하고 있고, 학교와 학생들의 반응과 효과가 대단합니다.

저희 산악회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 관심이 많고 단위 산악회로서 외부의 지원 없이 한국산악계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많은 부담과 고독함을 갖고 있습니다.

 

Q. 요즘 등산객을 보면 연령층이 많이 낮아졌습니다. 젊은 등산인구 증가에 대한 생각과, 젊은이들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요?

A. 확실히 많은 젊은이들이 산을 찾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젊은 시절 한때 산을 찾지 않았던 사람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들 중 극소수가 전문산악의 영역으로 들어왔듯이, 현재 산을 찾는 많은 젊은이들은 COVID-19 팬데믹으로 다양한 놀이문화가 중단되었기 때문에 산을 찾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경험에 비추더라도 진심으로 산을 좋아하는 젊은이가 많이 생길 것으로 믿습니다. 특별히 대학산악부 신입생들에게는 다양한 산악문화를 경험하게 해서 잔류인원을 늘리는데 노력해줄 것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CAC산악문화센터 내의 북한산 인수봉 사진 앞에 선 변기태 회장.
CAC산악문화센터 내의 북한산 인수봉 사진 앞에 선 변기태 회장.

 

 Q. 곧 새 정부가 출범합니다. 신정부의 산악문화 관련 정책에 대한 요구사항이나 정부에 대한 산악회 차원의 협력 계획은 어떤 것이 있는지요?

A. 자연, 특히 국립공원을 상대로 하는 환경부와 공원공단의 보신주의를 고치도록 촉구하고 싶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기상청의 기상특보에 따라 모든 공직자들은 저마다 최선을 다합니다. 공원공단의 국립공원 출입통제는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다분히 편의주의적이고 보신주의적입니다.

이러한 환경을 개선하고자 꾸준히 공원공단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사람과 산 독자를 위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한국에서 산악관련 월간지를 발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으며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산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산악문화에 동참한다는 의미에서 월간 사람과 산을 적극적으로 정기구독 해주시길 바랍니다. 월간지는 어떠한 광고주보다 정기구독자가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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