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등반지 소개하는 MZ 등반가 송금진

 

“571프로젝트는 모험을 준비하는 익명의 등반가를 위한 것”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정종원 기자

 

진정한 올라운드 클라이머를 꿈꾸는 송금진
진정한 올라운드 클라이머를 꿈꾸는 송금진

 

“때때로 정보 수집에 어려움을 겪고 원정을 포기하시는 분들을 보았습니다. 최소한 정보를 구하지 못해 해외 등반을 가지 못하거나, 주저하는 등반가들이 없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송금진씨(고려대학교 산악부 OB, 클럽샤모니)는 자신의 블로그 ‘Climb Like a Song’에 매달 1일, 해외 등반지 정보를 업로드하고 있다. 지난 7월 1일 파타고니아 찰텐 매시프를 시작으로, 8월 1일 파키스탄 트랑고 타워, 9월 1일 호주 블루마운틴을 소개하였으며, 오는 10월 1일 네 번째 등반지 소개를 앞두고 있다.

송금진씨의 이러한 행보가 눈에 띄는 이유는 그가 소개하는 내용이 간략한 등반지 소개가 아닌 출판물 수준의 고급 정보라는 것이다. 이름 하여 ‘571 Project(이하 571프로젝트)’, 5대양 7대륙, 그리고 하나의 남극에 이르는 전 세계의 등반지를 ‘제대로’ 소개하겠다는 그의 등반 프로젝트다.

“자료는 제 블로그에서 누구든 무료로 내려 받을 수 있습니다. 기한을 정하진 않았지만, 여력이 되는 한 최대한 오랫동안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학사모를 쓰고 오른 인수봉 졸업 등반.
학사모를 쓰고 오른 인수봉 졸업 등반.

 

너와 나를 위한 프로젝트

송금진씨의 블로그 이름 ‘Climb Like a Song’은 중의적 의미를 갖는다. 첫 번째는 ‘한 곡의 노래처럼 즐거운 등반을 하라’, 두 번째는 ‘송금진처럼 등반하라’다. 송금진씨는 두 번째 의미인 ‘자신처럼 등반하라’는 말에 ‘누구나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제가 대단한 등반가라서 저처럼 하라는 의미가 아니에요, ‘돈도 실력도 없는 풋내기 클라이머인 저 송금진도 이렇게 합니다. 그러니 누구든 할 수 있습니다!’라는 응원의 메시지입니다.”

실제로 송금진씨는 캐나다 밴프, 이탈리아 돌로미테, 노르웨이 리우칸 등 다양한 해외 원정 등반 경험이 있다. 대부분 ‘원정등반’이라고 하면, 고비용이 드는 활동이고, 수준급의 등반실력이 필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는 그렇지 않다는 걸 직접 몸소 체험하고 보여줬다. 이와 관련한 정보 수집이 간편해진다면 그는 더 많은 등반가가 모험을 찾아 세상을 누빌 것이라 확신하며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전공자이기 때문에 디자인 작업은 수월했죠.”

송금진씨는 직접 두 발로 뛰며 자료 수집을 진행했다. 주변 선배들에게 질문을 던졌고, 관련 고 자료를 찾아 참고했으며, 해외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검색과 번역 과정도 거쳤다. 때때로 필요한 해외 서적을 직구로 구입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의 시간을 거쳐 그는 기후, 접근방법, 개념도, 필요장비, 등반 역사 등 등반지의 전반적인 정보를 글과 사진으로 상세하게 다뤘다. 또한, 직접 디자인 툴을 사용하여 책자 형태로 자료를 완성했다.

“571프로젝트는 모험을 준비하는 익명의 등반가들을 위한 프로젝트이면서, 동시에 저 자신을 위한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해외 등반지에 관심이 많다보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갖거든요.”

 

클럽샤모니에서 김점숙 관장과 송금진씨.
클럽샤모니에서 김점숙 관장과 송금진씨.

 

삶의 터닝포인트가 된 클럽샤모니와의 인연

송금진씨는 중학교 2학년이었던 지난 2010년, 학교 수련회 체험활동으로 클라이밍을 처음 접했다. 당시 또래 친구들보다 월등한 실력을 뽐내는 송금진씨에게 교감선생님의 “소질 있다”라는 말 한마디가 그의 마음에 강렬하게 다가왔고, 이후 집 근처 암장인 클럽샤모니에 등록하게 되면서 등반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되었다.

“김점숙 관장님을 만나게 된 것만으로도 저는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스승님을 만나 등반을 좋아하게 되었죠. 왜인지 처음 뵀을 때부터 관장님 말씀을 엄청 잘 들었어요. 어머니 말씀은 잘 안 들었는데 말이죠.(웃음)”

당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던 송금진씨는 클럽샤모니를 운영하는 김점숙 관장을 만나게 되면서 삶이 180도 바뀌게 되었다. PC방에 갈 돈을 모아 장비를 사고, 자주 다투던 친구들과 같이 클라이밍을 즐기는 등 학교생활과 교우관계가 개선되며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 것이다.

“매일 방과 후 암장으로 직행했어요. 그렇게 암장에 살다시피 하니까 어느 순간 가지각색 홀드의 모양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디자인 분야에 관심이 생기게 되었죠.”

이후 송금진씨는 전공과 학교도 자신의 등반 생활과 적합한 곳으로 선택했다. 홀드의 제작과 디자인에 관심이 생겨 미술대학으로 진로를 결정했고, 대입 당시, 최종 합격한 두 개의 학교 중 최종선택을 앞두고 대학이나 학과보다는 교내산악부의 연혁을 찾아보며 어떤 산악부가 자신에게 적합할지 고민하였다.

“당시 해외원정에 대한 갈망이 컸어요. 고대 산악부의 14년도 중국 원정 활동이 눈에 들어왔고, 고려대학교 진학을 선택했습니다. 이후 산악부를 통해 총 다섯 번의 해외원정을 다녀왔으니, 옳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세계 3대 빙벽등반지 중 하나인 캐나다 밴프 동계원정중.
세계 3대 빙벽등반지 중 하나인 캐나다 밴프 동계원정중.

 

진정한 올라운드 클라이머가 될 것

송금진씨는 2019년 학부 졸업 직후, ROTC로 임관하였다. 그리고 지난 2021년 6월, 긴 군복무의 마침표를 찍으며 인생 2막을 시작하였다. 10여 년 전, 등반을 처음 접한 이후로 모든 선택이 등반과 직결되었던 것처럼, 송금진씨는 앞으로도 계속 등반가의 길을 걷기로 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클럽샤모니 운영에 참여하기로 했어요. 김점숙 관장님이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운영하신 만큼 문을 닫기보다는 후배들에게 물려주시기로 결정하셨는데, 감사하게도 제게 의견을 여쭤봐 주셨죠.”

송금진씨는 본인의 등반 인생의 뿌리였던 클럽샤모니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현재 서울숲클라이밍에서 강사로 근무하며 강습과 루트 세팅 등 전반적인 암장 운영에 대해 배우고 있으며, 더불어 571프로젝트를 병행하며 개인 등반활동과 공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송금진씨는 인터뷰 말미에 ‘진정한 올라운드 클라이머’를 외쳤다. 그가 말하는 진정한 등반가란, 단순히 모든 등반 분야를 골고루 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 타인을 대하는 인품과 산을 올바르게 바라보는 자세를 갖추는 것. 그는 그에 대한 예시로 김점숙 관장을 언급하며 스승과 같은 등반가가 되겠다고 말했다.

“등반을 잘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기 보다는, 주변 등반가들과 후배들에게 오래도록 귀감이 되는 등반가가 되고 싶습니다.” 

 

세계 3대 빙벽등반지 중 하나인 캐나다 밴프 동계원정중.
세계 3대 빙벽등반지 중 하나인 캐나다 밴프 동계원정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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