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여행대가 천기철의 섬산행_안마도

 

말의 안장을 닮은 천혜의 사슴왕국

 

글 사진 · 천기철 해남 주재기자

 

안마도는 홍농읍 계마항에서 서남쪽으로 약 43.2km 떨어진 섬이다. 안마도는 섬으로 이루어진 낙월면에서 가장 큰 섬이며, 면적 4.35km2, 해안선 길이 37km이다. 2021년 6월 기준, 가구 수는 126세대, 인구수는 191명(남자 114명, 여자 77명)이다. 안마도 주위에는 대석만도, 소석만도, 오도, 횡도, 죽도 등 6개의 부속 도서가 있어 안마군도라 부른다. 안마도는 영광군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낙도이기에 천혜의 자연환경을 만날 수 있으며, 섬 주민들의 순박하고 푸짐한 섬 인심을 느낄 수 있다. 
 

 

안마도의 역사와 유래

안마도로 향하는 선상에서 바라본 안마군도는 해무에 가려져 신비롭게 보인다. 안마도는 섬의 생김새가 말안장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역사에 처음 이름을 올린 것도 말과 관련하여 섬이름이 유래되었고, 섬의 지형도 마치 말의 안장을 닮았으며 산줄기는 안마지맥(鞍馬支脈)을 이룬다.

『세종실록지리지』 영광편에 “안마도는 암·수말을 아울러 33필을 방목한다.”는 기록이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의 산천편에 안마도(安馬島)로 한자가 표기되어 있고, “고도도(古道島)의 서쪽에 있는데 둘레가 25리이다.”라는 기록이 나온다. 『대동지지』 영광편에서도 한자가 안마도(安馬島)로 표기되어 있고, 『영광속수여지승』에 보면 안마도(鞍馬島)의 한자가 오늘날과 같게 표기되어 있으며, “그 둘레가 25리에 이른다.”라는 기록이 있다. 지명에서 나타나는 말(馬)과 관련된 이야기는 안마도 월촌마을의 당제에도 나타난다.

당제에 모시는 신제도 철마(鐵馬)였다. 곰몰에 살던 신씨 할머니 꿈속에 한 장군이 나타나 ‘나는 중국의 장수였으나 제대로 싸워보지 못하고 죽어, 그 유품이 바닷가로 밀려와 궤 속에 있으니 이를 건져다 산에 모시고 제사를 지내달라.’라고 현몽을 했다. 할머니가 마을 앞 갯가에 나갔더니 정말로 중국 돈과 철마가 든 궤짝이 밀려와 있었다. 신씨는 동네 주민들과 함께 뒷산에 철마를 모시고 섣달 그믐날 밤에 제사를 지냈다. 하지만 당제는 40여 년 전에 중단되었다.

안마도의 서쪽에 위치한 횡도는 영해기점이다. 영해 기점은 영해 및 접속수역법에 의거한 우리나라 관할 해역의 확정 기준점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영해기점은 홍도, 상백도, 거문도, 여서도, 장수도, 소국홀도, 횡도, 상황등도, 어청도, 서격렬비열도 등이다. 횡도에는 박기옥(59세)씨 부부가 살고 있으며 어업과 소와 염소를 기르고 있다. 횡도의 남쪽에 위치한 오도는 안마도의 소금강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섬이다. 소쿠리섬의 일몰은 아름답다고 소문이 나있어 많은 사진작가들이 찾는 곳이다.     

 

 

사슴과 지네의 섬

안마도 주변은 꽃게, 민어, 병어 등 어족 자원들이 풍부한 황금어장으로, 전국의 많은 어선이 섬주변에서 어로작업을 한다. 안마도의 산에는 1985년 마을 주민 4명이 사슴뿔과 고기 생산을 목적으로 꽃사슴 5마리와 엘크 10마리를 방목한 이래, 2개 종이 교배해 태어난 잡종 사슴 약 200~400마리 정도가 살고 있다. 이 사슴 무리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기르는 사람은 없다.

또한 안마도의 산은 발이 48개인 절지동물 지네의 서식지여서 5월 무렵 안마도의 주민들은 모두 산에 올라 지네를 잡아 소득을 올린다고 한다. 안마도와 연결된 섬 죽도는 등산로가 없는 초원지대로 해식애 너머로 서해의 수평선이 길게 펼쳐진다. 초원지대는 태풍에 의한 잦은 염해로 소나무가 고사해 초원이 되었다고 한다. 백패커들은 죽도 입구인 건산에 이르는 능선에 텐트를 치고 일몰의 황홀경을 즐기는 곳이다.

최근 안마도는 BAC 섬&산 100에 선정되면서 인증사진을 찍기위해 많은 등산객이 찾고 있다. 안마도의 트레킹 코스는 안마도항에서 월촌리 안마을쪽의 내연발전소를 거치고 말코바위 전망대~문끝전망대~글테기해변을 거쳐 마을로 돌아오는 임도 해안 둘레길이다.   말코바위 전망대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오도와 횡도가 왼쪽으로 펼쳐진다. 오른쪽으로는 아름다운 초원지대를 간직한 죽도가 보이고, 안마도와 죽도에 시작되는 선착장이 마주 보고 있다.

말코바위 전망대에서 임도를 따라 쉬엄쉬엄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횡도와 죽도가 보인다. 일몰 무렵에는 바람결에 나부끼는 억새와 이상스러운 모양을 한 소나무가 아름다운 해변이다. 불난잔등에서 내려오는 임도와 만나는 삼거리에서 20여 분 걸으면 오른쪽 해안 아래로 영외리옛마을 터가 보인다. 마을터에서 10여 분 해안로를 걸으면 대기측정소 삼거리가 나타난다. 대기 측정소에서 10여 분 걸으면 곶의 끝에 문끝전망대가 있다. 

 

 

안마지맥 종주 산행

‘문끝’은 오도와 안마도 사이 좁은 바닷길로 배가 떠나간다고 하여, ‘뭍으로 가는 문의 끝’이라는 데서 이름이 유래하였다. 문끝 바로 아래에는 해식절벽으로 좁게 갈라진 똥섬이 있다. 바로 앞으로 안마도의 해금강인 오도가 보인다.

문끝전망대에서 다시 대기측정소로 와서 남쪽 해안으로 접어들면 몽돌해변인 글태기해변이 나온다. 글테기해변 해안로의 남쪽으로 날씨가 맑은 날에는 영광 백수해안 칠산도, 송이도, 낙월도, 임자도, 제원도가 보인다. 안마지맥의 종주 산행은 안마도항으로 들어가는 관문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서부터 시작된다. 전망대에 닿으면 왼쪽으로 오도와 횡도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죽도가 보인다. 말코바위전망대에서 칙칙한 등산로를 따라 20여 분 오르면 불난잔등사거리에 닿는다.

잔등은 마을에서 문끝전망대로 가는 첩경인 임도이다. 불난잔등에서 20여 분 능선을 따라 오르면 긴독 정상이다. 긴독 정상에서 다시 30여 분 오르면 막봉(164m) 정상이다. 정상은 둥그런 성터처럼 축대로 쌓여 있다. 안마도를 연구하는 사람들에 의하면 왜적이 침입하면 불을 피우거나 말을 관리하기 위하여 쌓은 초소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등산로 주변에 향기롭지 않은 냄새가 진동한다. 사슴떼와 멧돼지가 갈긴 똥들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다.  등산로는 사람이 다니지 않지만 능선으로 다니는 사슴떼의 흔적인 듯 등산로는 또렷하게 나 있다. 등산로에 이정표는 세워져 있어도 방향지시판에는 어디로 향하는 정보만 있을 뿐 거리표시가 되어 있지 않아 무용지물이다.  

막봉 정상에서 10여 분 내려가면 막봉과 성산봉(137m) 사이의 안부로 사거리 갈림길 노리끼미잔등이다.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20여 분 내려가면 월촌리 마을로 내려가고, 오른쪽으로 20여 분 내려가면 글테기해변이다. 사거리에서 다시 10여 분 오르면 성산봉(137m)이다. 성산봉에는 막봉처럼 성을 쌓은 흔적들이 나타난다. 

 

 

황금빛 서해로 이어지는 사슴 길

성산봉에서 다시 20여 분 오르면 안마도 최고봉인 뒷산(179m)이다. 뒷산은 군부대가 있어서 철조망에서 우회해야만 한다. 뒷산에서 15분여 내려가면 동백나무가 우거진 허물어진 당터다. 당 주변은 낮인데도 어두컴컴한 동백숲으로 우거져 있다. 당숲을 이루는 동백숲은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당에서 오래전까지 마을의 안녕을 비는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산악인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벤치도 설치되어 서 있다. 당터에서 10여 분 오르면 골몰잔등에 도착한다. 잔등에는 사슴들이 비벼낸 듯 껍질이 벗겨진 나무가 무척이나 많다. 잔등에서 20여 분 숲길을 오르면 신흥봉에 도착한다.

남쪽으로 군부대가 가깝게 보인다. 다시 15분여 내려가면 신기리옛마을터로 내려가는 신기리 잔등이다. 왼쪽길은 신기리마을터로 내려가는 길이고, 오른쪽 길은 소석만도로 연결되는 전기송신탑으로 내려간다. 신기리 잔등에서 건산(142.8m)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마치 차도 다닐 수 있도록 넓은 등산로 같다. 사슴왕국에 사는 사슴때들이 몰려다니면서 만들어낸 길이다.

건산에서부터 초원지대가 죽도의 입구까지 펼쳐진다. 안마지맥에서는 가장 멋진 풍광이 펼쳐지는 구간이다. 일몰 무렵 내려가면 황금빛 서해가 조망되는 아름다운 등산로다. 건산에서 20여 분 내려가면 대섬목 끝 전망대 도착한다. 바로 앞으로 방파제로 연결되는 죽도가 보인다. 왼쪽으로 안마도로 들어가는 관문이 내려다보인다. 죽도 입구에서 임도를 따라 40여 분 걸어가면 안마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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