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모험가 안과의사 박주예


“언제나 새로운 길을 찾아 나아가겠습니다!”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박주예 제공


“해외봉사와 해외원정을 경험하며 세상에는 아주 작은 의료혜택도 받지 못해 고통 받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가천대학교 길병원 안과 전공의 2년차 박주예(29세)씨는 특별한 계기로 의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 계기는 바로 봉사활동, 학부시절 우연한 계기로 참여했던 봉사활동은 그의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처음부터 의사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봉사활동 중 마주했던 환자들의 미소를 잊을 수 없습니다.” 

 

 

열혈 공학도에서 의사의 길로

박주예씨는 본래 카이스트 대학교에서 생명화학공학을 전공하는 공학도였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학과 부대표로서 학과를 이끌며 리더쉽을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봉사활동을 통해 가슴 벅찬 자아실현을 경험하며, 뒤늦게 진로를 변경하게 되었고, 학부 졸업 후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며 의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

“봉사활동 경험은 현재 의사로서 살아가는 저의 하루하루에 큰 밑거름이 되어주고 있어요.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교수님들께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박주예씨는 지난 2010년, 현대자동차에서 주최하는 해외봉사 프로그램인 ‘해피무브’를 통해 인도 첸나이 지역으로 첫 해외봉사를 떠났다. 인도를 시작으로 이후 2011년 라오스 의료봉사, 2012년 태국 6·25 참전국 의료봉사, 2013년 몽골 룬솜 의료봉사, 2014년 레바논 시리아 난민 긴급구호 봉사, 2016년 몽골 오브르항가이 의료봉사, 2018년 아프리카 스와질랜드 의료봉사에 참여하며 봉사활동으로 세계를 누볐다.

“의료봉사활동을 하며 사람들이 어디가 아프고, 얼마나 불편하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귀 기울이는 자세를 배울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봉사활동은 꾸준히 할 계획입니다.”  

박주예씨는 해외봉사활동과 더불어 국내 봉사활동에도 적극 발 벗고 나섰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8년간 국내 열린의사회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활발히 수행했으며,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매년 대전 쪽방촌 의료봉사 활동에 참여했다. 10여 년에 걸친 그의 봉사활동은 어느덧 그의 일상이자, 삶의 목표가 되었다.  

 

 

산을 좋아하던 검도소녀

“검도는 8살부터 시작했는데, 평생 취미가 되었죠.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기 위해 심신단련도 열심히 했습니다.”

대학원까지 이어진 긴 학업과 봉사활동, 몸이 10개라도 모자를 정도로 바쁜 생활 속, 박주예씨는 체력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틈날 때마다 오랜 취미인 검도 수련을 하였고, 그 결과 지난 2016년 제15회 전국의대생 검도대회 여자 개인전 3위, 2017년 제16회 전국의대생 검도대회 여자 단체전 1위를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최근 1~2년 동안은 예전만큼 운동을 자주 하진 못했습니다. 전공의 생활로 평일 주말 할 거 없이 환자들을 돌보느라 병원 밖의 일은 기억도 잘 나지 않네요(웃음). 그래도 최대한 시간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주예씨의 또 다른 건강관리 비결은 등산이다. 등산을 좋아하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산을 가까이하고 자주 찾으며 산을 좋아하게 되었다. 도심 속 자동차 경적소리와 높은 빌딩들 사이에 치여 생활하다 지칠 때면, 언제나 산을 찾았다. 산에서 초록의 나무들과 푸른 하늘, 햇살과 풀 내음을 마주하는 것은 언제나 박주예씨에게 좋은 추억이자, 몸과 마음에 힐링을 가져다주었다.

“병원에 오는 어르신들에게 항상 ‘등산하세요!’라고 말씀드리곤 합니다.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데는 등산만 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제 지난 경험에서 비롯된 조언이 아닌가 싶어요(웃음).”

 

 

내가 가면 길이 된다

박주예씨는 지난 20대를 돌아보며, 가장 특별했던 경험으로 ‘2017년 로체 청소년 원정대(이하 로체원정대)’를 꼽았다. 이전에 대원으로서 참여했던 봉사활동과 달리, 로체원정대는 청소년 대원들의 멘토로서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는 박주예씨에게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자 더 큰 도전이었다.

“산을 좋아하지만, 전문적으로는 알지 못하기에, 원정대 참여에 스스로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경험이든 ‘일단 해보자! 뭐든 배워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참여하였습니다.”

박주예씨는 스스로 ‘어떤 멘토가 좋은 멘토가 될까’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졌다. 긴 고민 끝에 대원들에게 조언을 하는 역할보다는, 동등한 팀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로 결정했다. 앞서서 지휘하는 리더의 모습이 아닌, 청소년 대원들의 주도적인 행동을 이끌어내고 결정을 존중해주며, 그들의 도전정신과 성취감을 고취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서로 끌어주고 도와주며, 함께 나아갔기에 한 명의 낙오자 없이 성공적으로 원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한 뼘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저 또한 꿈 많은 청소년들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박주예씨는 로체원정대의 전 과정에 걸쳐 가슴 속으로 언제나 ‘내가 가면 길이 된다’를 외쳤다. 어떤 길을 선택하던 때로는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지만, 불안함에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 그 끝이 실패이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길을 걸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모든 도전이 꼭 ‘성공’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도전이라는 자체에 의미를 두고, 그 과정에서 얻는 경험과 지식이 더욱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길을 찾아서 열심히 걸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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