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라이딩 _ 중2 청소년의 나홀로 2박 3일 낙동강자전거길 완주

 

안동댐~상주보~구미보~강정고령보~합천창녕보~낙동강하굿둑 389km

낙동강이 펄펄 끓는 폭염경보를 뚫고 완주하다

 

글 사진 · 강산 (산본중학교 2학년)

 

 

DAY 1_언덕을 오르내리며 무더위를 헤치다

7월 30일 아침 8시 30분 안양에서 안동행 시외버스를 탔다. 국토종주 낙동강 자전거길 완주를 위해서다. 지난해 11월 제주환상자전거길 완주에 이어 나홀로 자전거 라이딩은 이번이 두 번째다. 하지만 최근에 아빠가 사준 새 사이클이 함께하기에 마음이 든든했다. 이번 낙동강 구간을 달리면 총 1,002km를 완주한다. 전체 국토종주 자전거길은 1,853km이다. 나의 중학교 시절 목표한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스마트폰을 보면서 오늘 달릴 구간을 연구했다.

3시간쯤 달려 안동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자전거를 정비한 뒤에 낙동강자전거길이 시작하는 안동댐으로 향했다. 안동버스터미널부터 안동댐까지의 거리는 9km 정도로 가깝다. 12시 30분쯤 안동댐에 도착하여 안동댐인증센터에서 인증을 하고 근처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고 물을 보충한 후 곧바로 상주상풍교로 향했다.

안동대교까지 20km 정도의 자전거길은 길이 잘 나있고 평탄해서 순조롭게 라이딩을 했다. 하지만 곧이어 언덕과 산이 나오면서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언덕을 3개쯤 넘어선 후에야 힘든 구간이 사라졌다. 3시쯤 하회마을에 도착하여 휴식을 취했다.

가장 더운 시간대라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햇볕이 뜨겁게 내리쬈다. 하회마을을 지난 후에는 낙동강 옆을 따라 길이 계속 이어진다. 나무가 많지 않아 햇볕을 피할 수 없었다.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드디어 목적지가 10km쯤 남았을 무렵 물을 너무 많이 마셔 물이 부족해졌다. 주변에는 물을 살 곳이 없어 물을 최대한 아끼면서 달렸다. 마지막 10km가 너무나 힘들고 길게 느껴졌다.

상주상풍교인증센터에 도착할 무렵 상풍교가 보였다. 그런데 다리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누어졌다. 이정표는 다리 아래로 지나가라고 했다. 혹시나 해서 스마트폰으로 길을 찾아보았다. 길은 다리 아래가 아니라 다리 위로 가야했다. 겨우겨우 상풍교인증센터에 도착했다. 더 이상 물을 아끼지 않고 다 마신 후 인증을 했다. 인증센터 옆에는 무인 물 보급소가 있는데, 양심껏 천원을 내고 물을 가져갔다. 인증센터 인근에 숙소가 있었지만 힘이 들어서 30분쯤 푹 쉬었다. 그리고 300m 근처에 위치한 상풍교한옥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을 했다. 아침과 저녁식사까지 푸짐하게 먹었다. 같은 방을 함께 쓰게 된 두 분의 아저씨와 친해지기도 했다. 다음날은 169km를 달려야 하기에 저녁식사를 하고 빨리 눈을 붙였다.

 

 

DAY 2_길은 잃어도 헤매도 달리다보면 다시 만난

아침 일찍 식사를 하고 라이딩을 준비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아저씨 두 분하고 같이 출발했다.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알려준 길로 돌아가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상풍교에서 바로 왼쪽으로 꺾으면 길이 있는데 가는 길에 경사가 제법 셌다. 언덕을 오르고 나니 길이 거칠어서 사이클이 달리기에는 별로 좋지 않았다. 11km를 달려 상주보에 도착하여 인증을 했다. 수첩에 도장은 찍었지만 사이버 인증(자전거행복나눔 앱) 오류가 나서 앱 인증을 못했다. 아쉬운 마음으로 낙단보로 향했다. 낙단보 인증센터까지는 17km밖에 되지 않아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도착했다. 인증을 하고 얼른 구미보를 향해 출발했다.

구미보까지 19km 구간은 낙동강을 옆에 끼고 달렸다. 또한 자전거길이 좋아 빠르게 도착했다. 인증을 하면서 충분히 쉬고 편의점에서 물을 사 보충했다. 제법 쉰 후 칠곡보를 향해 달렸다. 달리는 도중에 금오공대 앞 절벽이 눈에 띄었다. 자전거길은 3.6km로 절벽 옆에 나 있어, 자전거를 타면서 멋진 절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칠곡보까지 35km는 멀게 느껴졌지만 낙동강을 따라 달리다 보니 금방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칠곡보인증센터 가는 길에 구미대교 근처는 길이 좋지 않다. 보도블록이 튀어 나와 있고 길이 좁아 사고 위험이 있다.

칠곡보인증센터에 도착해서 인증을 한 뒤에 안에 있는 편의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식사 후 출발하려고 했는데, 상풍교에서 같이 달려온 아저씨께서 바퀴가 고장 나 자전거 정비소에 들리신다고 하여 각자 헤어져서 출발했다.

강정고령보인증센터까지는 26km로 가까웠다. 그러나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면서 날씨가 더욱 더워졌다. 뜨거운 햇살이 내 몸을 익혔다. 고령보인증센터에 도착할 무렵 물이 떨어졌지만 인증센터 바로 옆 자판기와 인근의 편의점에서 물을 보충할 수 있었다. 편의점에서 충분히 쉰 뒤에 달성보인증센터를 향해서 달렸다.

그런데 가다보니 길이 끊겨있었다. 다산문화공원에서 길 막힘 표시를 못 본 것이다. 5km 정도를 되돌아 나와 사문진교를 건너서 달렸다. 10km나 잘못 달려 원점에 선 셈이다. 힘이 빠졌지만 국토종주를 하다보면 한 번씩은 겪는 시행착오다.

달성보인증센터까지 23km를 속력을 내서 달렸다. 50분쯤 달려 달성보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오후 햇살이 낙동강을 뜨겁게 내리쬐고 있었다. 이곳에 도착하니 국토종주나 낙동강을 종주하는 라이더들이 많이 보였다. 푹 쉬면서 간식을 먹고 물을 많이 마신 후 마지막 구간을 향해 달렸다. 힘들었지만 합천창녕보에 도착하면 나를 픽업해주실 부모님이 와 계신다고 생각하니 힘이 났다. 부모님이 휴가차 외가인 합천에 내려오신 것이다.

달성군 구지면 송곡마을에 도착한 후 무심사 임도 코스를 우회해서 달렸다. 많이 지친 상태라 더 이상 무리할 수 없었다. 온힘을 다해 합천창녕보에 도착했다. 부모님과 동생이 반갑게 맞아줬다. 인증을 한 후 차에 올라탔다. 오래 달린 것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뜨거운 햇빛이었다. 자전거를 타면서 더운 기온에 익숙해져서인지 차에서 나오는 에어컨 바람이 얼마나 추웠는지 모른다. 합천 시골 외가에서 저녁을 먹고 다음날 라이딩을 위해 11시에 잠들었다.

 

 

DAY 3_낙동강 하굿둑에서 국토종주 대장정을 마치다

합천 외가에서 아침 5시에 일어나 밥을 먹고 1시간쯤 차량으로 이동해, 7시에 합천창녕보에 도착했다. 다음 구간인 창녕함안보까지는 55km로 간격이 긴 편이다. 그래도 합천창녕보부터는 자전거길이 매우 좋아져서 55km 치고는 굉장히 빨리 달리 수 있었다. 합천창녕보에서 28km쯤 달리니 박진고개가 나왔다. 박진고개는 언덕이 가팔라서 끌바를 해야 한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자전거를 타고 올라갔지만 결국엔 포기하고 끌바를 했다. 자전거를 끌고 가면서 힘이 들었지만 콘크리트 옹벽에 적힌 다녀간 사람들의 메시지를 보다보니 금세 정상에 닿았다.

박진고개에서 내려온 후 이정표가 사라졌다. 또한 자전거길도 구분되지 않아 도로로 라이딩을 할 수밖에 없었다. 네이버 지도를 켜고 한참 달린 후에야 이정표와 자전거 도로가 나왔다. 길을 잃거나 찾을 때는 네이버 지도가 큰 힘이 됐다. 길을 잃어도 달리다보면 또 만나기 때문에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또 낙동강을 따라 달리다보니 창녕보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인증을 하고 건물 2층에 편의점이 있어 물을 사고 빨리 나왔다.

양산물문화관인증센터까지도 55km 거리다. 쉬지 않고 내리 달렸다. 밀양 삼랑진읍에서 부모님이 점심을 사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부모님은 합천에서 의령과 김해를 거쳐 여행을 하면서 마지막 구간인 낙동강하굿둑에서 만나기로 했던 터다. 그런데 여행 중인 곳에서 삼랑진읍이 가깝다고 기다리라고 했다. 삼랑진읍을 800m 남겨두고 그늘 아래서 쉬며 기다렸다. 30분 후쯤 삼랑진읍 시장 앞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와서 가족을 만났다. 일미랑이라는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입구에 자전거 거치대가 놓여있어 인상적이었다. 점심으로 국수와 김치볶음밥을 먹고 메밀전병을 시켜서 나누어 먹었다. 식사 중에도 폭염경보 메시지가 자주 떴다. 주변 외부 온도가 38나 됐다. 부모님이 마지막 구간은 차라리 밤에 달리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하다 보니 다시 힘이 생겼다. 햇볕이 뜨거워 피부가 드러난 곳은 다 가렸다. 장갑의 구멍 난 곳에는 휴지를 덧대고, 팔 토시를 이용해 다리를 가렸다.

그리고 나서 일단 양산물문화관인증센터까지 열심히 달렸다. 물을 마시고 인증을 한 뒤에 야간 라이딩을 할까 생각한 낙동강하굿둑인증센터까지도 곧장 달리기로 마음먹었다. 낙동강 마지막 구간이기에 의욕이 넘쳤다. 더 이상 힘을 아낄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있는 힘을 다해 달렸다.

10km쯤 한참을 달렸을 때, 양산 황산문화체육공원 희망의 숲을 다 지날 무렵 다리 공사로 인해 자전거길이 끊겼다.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했다. 네이버 지도를 켜서 우회길을 찾으며 헤매고 있었을 때 다행히 다른 라이더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전날 상풍교게스트하우스에서 함께 출발한 분도 이곳에서 또 만났다. 길이 막혀 난감할 때 큰 힘이 됐다. 그분들과 함께 길을 찾아 나섰다. 호포대교를 건너 낙동강 자전거길에 들어선 다음 함께 낙동강하굿둑을 향해 전력 질주했다.

마지막 10km 구간은 평균 시속 30km로 달렸다. 부산에 진입한 이후에는 자전거길이 잘 나 있었다. 목적지를 5km쯤 남겨뒀을 때 오른쪽 낙동강 너머로 낙동강하굿둑과 을숙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빨리 달려 힘들기는 했지만 거의 다 왔다는 마음이 나를 더욱 빠르게 재촉했다. 1km쯤 남았을 때, 낙동강하굿둑을 건너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라서해갑문인증센터 출발지점에서 본 똑같은 모습의 조형물이 낙동강하굿둑인증센터 앞에 서 있었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부모님과 동생이 반갑게 맞아주며 축하를 해줬다. 마지막으로 인증을 하고, 국토종주 인증스티커(서해갑문~낙동강+하굿둑 완주)를 곧바로 붙이려고 했지만 오후 6시가 넘어선 까닭에 인증센터 사무실 문이 닫혀 있어 아쉬웠다.

낙동강 자전거길과 국토종주 구간을 모두 끝내 뿌듯하기도 했지만 아쉬운 마음이 함께 들었다. 또 달릴 수는 있겠지만 첫 완주처럼 새롭진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아쉬웠던 것 같다.이제 나의 버킷리스트인 국토종주 그랜드슬램 완주가 절반도 채 남지 않았다. 다음에도 역시 계속 단독으로 완주하고 싶다. 같이 가는 즐거움도 좋지만 달릴 때는 혼자여도 전혀 외롭지 않고 즐겁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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