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통종주 _ 땅끝에서 통일전망대까지②

 

땅끝지맥을 끝내고, 호남정맥을 만나다

 

해남의 땅끝에서 고성의 통일전망대까지, 나는 이 프로젝트를 ‘땅·통종주’라 이름 지었다. 이번 구간은 국립공원 월출산을 지났다. 월출산을 화창한 날씨 속에 산악회 동료와 넘었고, 활성산에서 비를 맞아 저체온증으로 중도 하산 했지만, 한 달에 나흘 동안 신록의 산길을 걸어 땅끝기맥과 호남정맥이 만나는 노적봉에 도착했다.

 

글 사진 · 나종대

 

 

제5구간

13번국도~월출산~불티재

23.5km, 11시간 52분

불꽃처럼 솟은 월출산을 향해

5월 16일, 남한의 소금강이라는 월출산 구간을 간다. 지금까지 홀로 산행으로 외로웠는데, 오늘은 두 분의 동행자가 생겼다. 산악회 동료(나사모산우회)다. 오늘 산행거리가 20km가 넘어 새벽 5시에 광주서 출발한다. 승용차를 몰고 월출산을 향해 가다 보니 동이 튼다. 여명을 뚫고 나주시 신북면 평야지대에 다다르니 갑자기 불꽃처럼 솟은 월출산이 보인다.

(최명건) 얼척 없네요(‘어처구니없다’의 전라도 방언). 어떻게 남도 땅 질펀한 들판에 저런 공룡 같은 산이 솟았을까요? (최명수) 하느님이 뚝! 떨어뜨린 게 아닐까요? 요즘 저는 월출산 마니아가 되었네요. 며칠 전에도 거의 사람 흔적이 없는 향로봉 좌우 남부능선을 개척 산행했거든요. 정말 기묘한 바위가 많았어요. (나종대) 아, 얼마나 좋았을까요? 저도 다음엔 끼워주세요. 저 월출산을 뚝 떠다가 한라산 정상에 올려놓으면, 제주도가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조곤조곤 얘기하다 보니, 어느새 산행 날머리 불티재에 도착했다. 하산해서 바로 광주에 갈 수 있도록 공터에 차를 주차하고, 강진군 성전면 택시를 불러 오늘의 산행들머리(13번 국도)로 이동한다. 가다 보니 아들(진수)이 십 년 전 군대 생활을 했던 성전의 육군부대가 보여 마음이 뭉클해진다. 오늘 산행코스는 13번 국도 아치탑에서 출발하여 별뫼산, 밤재, 월각산, 도갑산을 넘는다. 이어 미왕재, 향로봉, 구정봉을 거쳐 월출산 천황봉에 올라 불티재로 하산한다.

 

월출산은 하나의 거대한 암체 덩어리

월출산은 전남 영암군 영암읍과 강진군 성전면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기암괴석이 솟아 있다. 그 모습이 ‘금강산’과 흡사하다 하여 ‘작은 금강산’이라 불린다. ‘월출산’의 명칭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백제 때는 월나악(月奈岳), 고려 때는 월생산(月生山), 조선시대에는 ‘월출산(月出山)이라 불렀다고 한다. 부산대 지리학과 손일 교수에 의하면 월출산은 하나의 거대한 암체(巖體)라고 한다. 약 6천 만 년 전(중생대 백악기말)에 관입한 화강암이 대략 3~5km 깊이에서 식으며 수많은 세월동안 빗물에 씻기다 보니 단단한 화감암만 평야지대에 우뚝 선 것이다.

밤재, 월각산을 넘어 주지봉 삼거리에서 우연히 아리따운 여성 세 분을 만났다. 세 분은 문필봉, 주지봉을 거쳐 천황봉으로 가던 길이었다. 나랑 동행한 남성 두 분은 그 여성들과 산악회에서 같이 산행한 경험이 있어 서로 인사를 나누고, 땅·통종주하는 나를 소개한다. 우리가 불티재까지 간다고 했더니, 그 길은 세 분도 초행길이니 동행하겠다고 한다. 혼자 하는 산행도 좋지만, 여럿이 걸으니 발걸음이 한결 가볍고 경쾌하다.

도갑산에서 점심을 먹고, 갈대가 아름다운 미왕재와 향로봉을 거쳐 구정봉에 오른다. 구정봉은 꼭대기에 샘이 아홉 개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아홉 개의 샘이란 오랜 세월 동안 화강암이 물에 삭아서 가마솥처럼 파인 바위 웅덩이들로 큰 것은 지름이 3m에 깊이가 50cm나 된다. 함께 아름다운 절경을 바라보며 간식도 먹고 서로의 사진도 찍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인(人)꽃이라고 하지 않던가? 배틀굴을 거쳐 천황봉을 가다 뒤돌아본 큰바위얼굴은 생김새가 영락없는 사람이다. 머리부터 이마, 눈, 코, 입, 수염까지도 선명하다. 중후한 남성의 모습 그대로다. 천황봉을 힘겹게 올라 인증사진을 찍고 달구봉, 누릿재를 거쳐 불티재에서 오늘 산행을 마쳤다. 월출산 코스를 혼자 넘으려면 힘들었을 텐데, 함께한 산동무들 덕택에 무사히 통과했다. 산행 내내 월출산이 최고 등급의 암릉 산이라고 생각했다.      

월출산 주릉은 현재 천황사에서 천황봉과 미왕재를 거쳐 도갑사로 하산하는 코스지만 ‘진짜 주릉’은 밤재에서 천황봉을 거쳐 불티재까지 도상길이 16.1km이다(디지털영암문화대전). 비법정로로 묶여 출입이 금지된 상태이지만, 오늘 등산해 보니 땅끝기맥을 하는 등산객의 출입이 잦아 길은 뚜렷이 나 있다.

 

 

제6구간

불티재~활성산

10.9km, 6시간 23분

우천으로 활성산에서 중도하산

5월 19일, 날씨가 오전에 흐렸다가 오후에 1~4mm 비 예보가 있다. 등산을 갈까 말까 망설이다 그 정도의 비는 괜찮겠다고 생각하여 새벽 5시 10분 버스를 타고 나섰는데 산행 시작 20분 후부터 비가 내린다. 여름 고어텍스 재킷을 입고 진행한다. 강진군 옴천면 월곡저수지를 지나 지피에스(이하 GPS) 트랙대로 마루금을 탔는데, 이렇게 잡목이 많은 구간은 처음이다. 발목에 스패츠를 착용했지만, 다리에 가시가 많이 찔리고, 빗물이 등산화로 스며든다. 여럿이면 동병상련으로 참을 터인데 혼자라 짜증스럽기까지 했다. 2시간 동안 고생하다 잡목지대를 빠져나와 보니 옆쪽에 임도가 있었다. 대부분 땅끝기맥을 종주하는 산객들은 임도를 타기 때문에 내가 탄 마루금은 잡초가 우거진 길로 변해 버린 것이다.

활성산에 올라 GPS 트랙을 보며 진행하는데 핸드폰이 빗물에 젖어 자주 불통이 되는 바람에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활성산 KT중계소에서 비를 철철 맞으며 길을 찾고 있는데, 차로 올라온 50대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봤는지, 문을 열고 한참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핸드폰에 묻은 물을 수건으로 닦으면서 GPS 트랙으로 길을 찾는다. 배도 고프고 한기도 들어 여름 잠바 하나를 더 껴입고 KT중계소 근처 노지(露地)에서 가랑비를 맞으며 점심을 먹었다. 식사하고 나니 이가 덜덜 떨린다. 저체온 증상까지 온 것이다. 여기서 산행을 접고 택시를 부른다. 활성산 KT중계소로 되돌아와 택시를 탄다. 오늘 걷지 못한 구간은 조망이 좋은 날을 택해 조만간 다시 도전키로 마음먹었다.

 

제7구간

활성산~국사봉~차일봉~오두재고개

21.1km, 9시간 31분

내년부터는 활성산 아름다운 초원을 볼 수 없다

5월 21일, 새벽 4시에 일어나 05:10 버스를 광주터미널에서 탔다. 영암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이틀 전 우중산행 때 이용했던 예약 택시가 기다리고 있다. 택시를 타고 활성산(活城山, 498m)에 내렸다. 이틀 전과는 정반대로 화창한 날씨다. 대관령처럼 푸른 초원에 풍력발전기가 돌고 있다. 정상일대에는 660만km2(200만 평) 규모의 구 서광목장이 있다. 목장은 1998년 모 기업(서광그룹)의 부도로, 2004년 영암 목장이란 상호로 바뀌어 운영되다가 폐업되었다. 그 부지에 골프장을 세우려고 했는데 지역 주민의 반대로 무산되었고, 2013년에 대명GEC에서 풍력발전기 20개를 설치 가동하고 있다.

활성산 정상에서 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KT중계소, 폐허가 된 서광목장을 지나, 초지를 타고 진행한다. 언덕에 올라 뒤돌아본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그러나 곧 활성산 초지도 볼 수 없다고 한다. 이유는 이 부지에 1,400억 원을 투입하여 국내 최대 규모 100MW급 태양광발전소를 2020년 8월까지 준공하기 때문이다. 시행사는 현 풍력발전기 소유주인 대명GEC이다. 작년 9월에 백운규 전 산업부장관이 착공식에 참석했다.

산길을 걸으며 아까 택시 기사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지금 뜻있는 영암 사람들은 영산강 하구언 세 곳 방조제 조성을 후회하고 있다고 한다. 옛적 영암에는 독천낙지를 비롯한 해산물이 넘쳤는데, 지금은 갯벌이 사라져 그 명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초원에 흉측한 태양광 패널(panel)로 입히는 것이 최선인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내년에 누군가 나처럼 땅·통 종주를 한다면 활성산 길은 낭만보다 짜증이 가득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 마리 사나운 개를 만나다

영암에서 장흥으로 넘어가는 가음치(23번국도)를 지나 오늘의 최고봉 국사봉(國師峰, 615m)에 오른다. 국사봉은 산기슭에 위치한 쌍계사에서 고려 시대 두 분의 국사(큰 스승)가 배출되었다 하여 국사봉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올망졸망한 산 너울을 타고 차일봉(382m)에 도착하자 산 아래 노룡재라는 고개가 보인다. 노룡재(영암군 금정면 남송리 소재)에 거의 도착했는데, 갑자기 외딴집에서 나온 개가 사납게 컹컹거리며 달려온다. 한 마리가 아니고 무려 세 마리다. 오늘 산행부터는 동물을 만났을 때 퇴치용으로 쓰려고 전자 호루라기를 배낭에 매달고 왔다. 얼른 호루라기 버튼을 눌러 ‘삑!’하고 크게 쇳소리가 냈는데도 개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큰 개는 거의 멧돼지 어미 크기다. 다시 스틱을 바닥에 탕탕 치고 휘둘렀더니 작은 두 마리는 움찔  놀라는데 큰 개는 더 사납게만 짖는다. 참 난감하고 전진은 생각하기 어렵다. 궁리 끝에 조금씩 뒷걸음질을 치며 물러난다. 그래도 개는 쫓아온다. 이렇게 하길 수차례, 외딴 가옥에서 어느 정도 멀어지자 개들이 더는 쫓아오지 않는다. 외딴 가옥 앞을 지나는 임도를 포기하고 gps를 보며 산비탈 생길을 뚫었다. 세 마리나 되는 개를 묶지 않고 풀어 놓은 주인에게 따지고 싶었지만 그 개들이 집을 지키고 있으니 찾아갈 수도 없다. 개에게 쫓겨 걷는 산길이라 힘도 빠지고 자존심도 상한다. 만약 스틱이 없었다면 대체 어떻게 방어했을까 생각하니 아찔하다.

노룡재를 지나 접어든 산길은 유난히 옻나무가 많고, 자주 스치니 몸이 근질근질한 느낌이다. 오늘은 알바(산길을 잃는 것)를 많이 하고 개에 쫓겨 생각보다 거리가 늘었다. 아크로골프장이 있는 오두재고개에 도착하니 오후 4시 반이다. 거리를 확인해 보니 21km를 걸었다. 개천산을 넘어 덕룡고개까지 가려는 계획을 변경해 산행을 마치기로 하고 아침에 탔던 택시를 부른다.

이제 땅끝기맥 구간도 딱 한 구간(약 21km)만 하면 호남정맥에 접어든다. 영암읍까지 택시요금은 2만원이다. 택시기사가 소개해준 식당에서 영암 도갓재 생막걸리를 곁들여 국밥 한 그릇 먹었더니 기분이 좋아졌다. 식당을 나와 아름다운 월출산을 배경으로 찰칵! 찰칵! 셔터를 누르며 영암터미널까지 기분 좋게 걸어 광주행 버스를 탔다.

오늘 산행은 개 때문에 곤란을 겪었지만 배고플 때 먹은 국밥 한 그릇과 막걸리 한 병으로 행복했다. 땅·통 6~7구간 홀로 산행 동안 등산객을 한 명도 보지 못했지만 EBS 책 읽어주는 라디오에서 헤르만헤세의 <데미안>이 친구가 되어 주었다. 이번 주말엔 산행을 쉬면서 다시 <데미안>을 읽을 계획이다.

 

 

제8구간

오두재고개~각수바위~노적봉~운곡마을

21.1km, 11시간 9분

땅끝기맥을 끝내고 호남정맥을 만나다

6월 1일, 새벽 5시 10분에 광주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 서두른다. 아침을 먹고 택시를 부르는데 잡히지 않는다. 발을 동동 굴러도 소용없다. 할 수 없이 아들 방에서 곤히 자는 아내를 깨워 광주버스터미널에 태워달라고 하여 아슬아슬 영암행 버스를 탔다. 영암터미널에 도착하니 미리 연락을 취한 택시기사가 대기하고 있다. 오늘로써 네 번째다. 버스에 내려 손을 들어 보이고 잠깐 마트에 간다는 신호를 보냈다, 온장고에 보관된 뜨거운 커피를 사는데 택시기사도 커피를 한 잔 하고 싶다며 따라와서 내 커피까지 계산한다.

커피 한 잔에 차 안에 온기가 돈다. 택시기사가 어느 직장에 다니고 애들은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다. 내가 다닌 회사와 아들딸의 직장을 얘기했더니 본인의 딸과 사위가 치과의사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면서 부인은 손자를 돌봐주러 서울에 올라가 있다고 한다. 택시기사는 올해 71세다. 딸이 자꾸 서울에 올라와서 같이 살자고 하지만 택시를 모는데 건강상 아직 지장이 없고 택시를 몰아 하루 10만 원 정도 수입이 있어 딸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택시기사의 말을 듣고 보니 그가 건전한 100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지만 혼자서 밥과 빨래를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안쓰러웠다. 그러자 내 안에서 ‘그럼 너는 부인한테 얼마나 잘하는데’ 하고 묻는다. 주말부부로 주중은 떨어져 살고 주말은 과부를 만드는 내 처지에서 더는 할 말이 없다.

오늘은 땅끝기맥의 마지막 산행이다. 4월 14일, 해남 땅끝에서 종주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도솔봉, 두륜산, 주작산, 서기산을 지나 월출산에 도착했고, 활성산, 국사봉을 거쳐 오늘 노적봉에서 호남정맥을 만난다. 총 8일 걸렸고, 거리로는 154km를 걸었다. 땅끝기맥이란 용어는 <태백산맥은 없다>의 저자이자 소아과의사인 광주의 조석필님이 명명(命名)했다고 한다. 오늘 산행코스는 아크로골프장이 있는 오두재에서 산행을 시작해 개천산, 덕룡고개, 소반바위산, 유치재, 각수바위, 노적봉을 거쳐 운곡마을까지 가는 21km의 여정이다.

그 동안 땅끝기맥 길이 거칠어 빨리 호남정맥 길을 만나고 싶었다. 오늘도 등산객 한 명도 보지 못했고 오소리 한 마리만 봤다. 약 20m 전방에서 라디오를 크게 틀고 다가오는 나를 보자 껑충껑충 뛰어 숲으로 사라진다. 이미 오소리는 자취를 감췄지만 배낭 앞주머니에서 전자 호루라기를 꺼내 스위치를 눌러 ‘삑!’ 하게 소리를 내고서 씩 웃어본다. ‘오소리 너 정도는 이제 나를 놀라게 할 수 없다’는 여유 있는 미소다. 오늘도 산행 일주일 전에 읽었던 데미안을 다시 한 번 들었고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 강원국과의 인터뷰도 4편이나 들었다. 강원국 작가는 약 5년 전에 우리 회사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유명작가를 초빙하려면 몇 백만 원의 강사료를 내야 하는데 나는 운동하면서 4편의 강의를 들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하다.  

운곡마을에 도착해 산행을 마치고 택시로 장흥군 장평면 국일관이라는 여관에 갔는데 주인이 출타 중이다. 전화해보니 1시간 30분 후에 보자고 한다. 여관 앞에는 빨간 장미가 예쁘게 피었다. 장평면 소재 식당에서 삼겹살 2인분을 시켜 식사를 하는데 여럿이 식당에 들어온 사람들이 부럽다. 술을 몇 잔 하니 사람이 그립다. 택시기사한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는다. 잠시 후 ‘부재중’이라고 찍힌 전화를 보고 택시기사의 전화가 오면 이거 ‘내가 전화번호를 잘 못 눌렀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소주 생각 있으면 이리 오시라고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식당을 떠날 때까지 전화가 없다. 나만 헛물을 켠 것이다.

술 한 잔 걸치고 비틀비틀 나오니 세상이 아름답다. 아! 조명도 분위기 있고 빨간 장미도 예쁘구나, 하며, 마트에서 내일 아침 일용할 양식(햇반과 컵라면)을 샀다. 내일은 호남정맥을 탄다. 등산 구간은 갑낭재(장흥군 장동면)에서 오늘 넘어왔던 노적봉까지다. 참고로 나는 작년 11월부터 광양시 망덕포구에서 호남정맥을 출발했다. 내일 노적봉까지 가면 땅·통종주에 포함되지 않은 호남정맥 잔여구간(번외구간)을 마치게 된다. 번외구간 거리는 219km이고 9개 구간으로 나누어 탔다. 이렇게 번외구간을 탄 이유는 호남정맥 중 땅·통종주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구간을 개운하게 마치고 스트레이트로 땅끝에서 통일전망대까지 올라가기 위해서다. 저렴한 여관비(3만 원)에 감사해 하며 온돌방에서 장평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잠자리에 든다. 등산은 곤한 잠을 자게 하는 마취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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