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세계산악영화제 신임 집행위원장 배창호

산과 영화, 그리고 관객이 중요합니다

 

글 · 민은주 기자  사진 · 배창호 제공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신임 집행위원장으로 배창호 영화감독이 선임됐다. 지난 3월 2일 성추행 논란이 불거진 시사만화가 박재동 전 집행위원장이 사퇴한 지 약 한 달만의 일이다. 급작스런 절차에도 불구하고 적합한 인물이 등용됐다는 것이 영화제 관계자들의 중평이다. 1982년 <꼬방동네 사람들>로 대종상과 백상예술대상, 영평상 신인감독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배 집행위원장은 이후 <고래사냥(1984)>,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깊고 푸른 밤(1985)>,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등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아시아태평양영화제 그랑프리, 프랑스 베노데영화제 감독상, 미국 필라델피아 영화제 작품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갑작스럽게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수락하면서 요즘 무척 바빠졌습니다. 그 전까진 오랜 시간을 투자했던 시나리오 작업을 마치고 집에서 가까운 아차산도 오르면서 비교적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말이죠.”

본격적인 산악영화를 제작한 적은 없지만 배창호 집행위원장은 자신의 작품 속에 아름다운 자연을 많이 담아내곤 했다. 1978년도 종합상사의 주재원으로  아프리카 케냐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데, 당시 킬리만자로 산을 멀리서 바라보며 자연에 대해 경이로움을 느꼈다고 한다. 아프리카 대자연을 가슴에 담았던 스물다섯 청년은 이후 18편의 영화를 만들며 한국을 대표하는 흥행감독에서 대안적 영화작가로 성장했다. 평생을 영화계 현장에서 살아온 배창호 위원장에게 산악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어떤 의미인지 들어보았다.

“라인홀트 메스너는 ‘산을 정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세계를 알고 새롭게 느끼고 싶어 산을 오른다’고 했지요. 저 또한 이제부터 산을 알아가고 영화를 새롭게 느끼고 싶습니다.”

배창호 집행위원장은 작년 울주세계산악영화제 개막식에 참가하며 영화제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영남알프스의 아름다운 풍경, 재미있는 개막작, 정겨운 울주 군민들과 그들이 대접한 맛있는 음식에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던 차에 집행위원장 직에 추천을 받고 “산악 영화제를 지속 성장시키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는 믿음으로 기꺼이 수락한 것이다.

집행위원장직을 시작한 이후로는 급박한 나날의 연속이다. 산림청과 울주군이 산악영화제에서 함께 하는 행사의 MOU 체결식에 참석하고, 영화제 스텝들과 인사를 나누며 올해 영화제에 대한 업무 계획과 진행 사항 등을 알아가고 있으며, 4월 26일부터는 이탈리아 트렌토 산악영화제에 참석할 예정이다. 국내외 인지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만큼 제3회 영화제를 앞둔 기대감도 크다.  

“가능한 좋은 영화를 소개해서 많은 관객들이 영화제를 찾도록 하고, 다양한 콘텐츠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찾아온 관객들에게 의미 있는 체험을 제공해 영화제를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2018년 4월, 배창호 집행위원장이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진두지휘하기 시작했다. 9월의 울주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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