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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이창호 소장

한라산국립공원 천년대계사업의

밑그림을 그려가는 중입니다

 

 글 · 박경이 편집장  사진 · 주민욱 기자

 

이창호 소장을 만나러 해발 970m에 위치한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어리목) 가는 길은 마침 눈이 많이 내려 통제 중이었다. 어렵사리 스노체인을 장착하고 1100도로를 따라서 어리목입구까지 올라갔지만 관리사무소까지 가는 진입로는 가로막혀 있었다. 스키슬로프처럼 변한 길을 한참 걸어서야 어리목관리사무소에 닿았다. 이창호 소장에게 눈길을 뚫고 매일 출근하는 직원들이 고생이 많겠다는 걱정부터 건네자 지금까지는 다행히도 출근버스가 운행을 해서 괜찮은데 앞으로 눈이 더 많이 내리면 관음사지구지소에서 임시로 본소업무를 처리해야 될 것 같다고 한다.  

취임 소감부터 들었다.

“제가 이번에 국립공원에 네 번째 근무를 하게 됩니다. 과거에는 업무가 지금처럼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87년 당시만 해도 한라산에 희귀식물 도채가 빈번해서 보호단속에 치중했었고 탐방객 관리가 주된 업무였는데 지금은 업무도 복잡해졌고 예산도 대폭 증가됐습니다. 금년 예산만도 236억 원이 됩니다. 환경부에서 85억, 문화재청 12억, 나머지는 우리 도에서 자체예산을 확보해 한라산국립공원을 관리·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소장은 2월 1일 취재팀이 방문한 날 취임한지 보름밖에 안 되서 업무파악 중이라고 말하면서도 인터뷰 중간에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하면 서류더미 속에서 금방 자료를 찾았고, 현장상황도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전에 했던 감이 있어서 그렇다고 설명한다.

이 소장의 정식 직함은 세계유산본부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장이다.

직함에 나타나듯 한라산은 다른 국립공원들과 다른 특수성이 있다. 1966년 천연보호구역 지정을 시작으로, 국립공원(1970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2002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2007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2010년)으로 지정되면서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 한라산국립공원보호관리부(2008년)로 되어 있다가, 현재는 세계유산본부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로 직제개편되었다. 1과(보호관리과), 3지소(성판악, 영실, 관음사), 62명 직원이 근무한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국립공원관리공단소속이 아니라 독립적인 제주특별자치도 산하기관입니다. 대한민국 22개 국립공원 중 유일하게 공단 직원이 아닌 제주도 산하 공무원이 근무합니다. 공원을 관리한다는 업무가 유사하기 때문에 교육과정이나 법령 등 업무내용들은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일정 부분 공유하는 상황은 있습니다. <한라산천년대계수립> 용역도 국립공원관리공단 산하기관인 국립공원연구원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관리공단과 협력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 소장은 1982년에 농림직 9급으로 시작해서 주로 산림부서에 근무했다. 산에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을 비롯해 도심지 가로수, 도시공원, 자연휴양림, 생태숲 조성 등의 업무를 해왔다. 절물자연휴양림 착공, 한라생태숲 개원, 숯모르숲길 조성 등에 이 소장의 땀과 혼이 들어갔다.

“그 당시에는 헐벗은 오름이 많았어요. 또 제주에는 초지가 많아서 목장과 감귤나무 과수원 조성용으로 방풍림을 많이 심었어요. 제가 심은 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숲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이 일로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그런데 제주도까지 소나무 재선충병이 퍼져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무참하게 고사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2004년도에 부산에서 재선충이 유입됐는데, 2013년도에 극심한 가뭄과 3번의 태풍이 오면서 피해 면적이 확산되고 피해가 심각했다. 지금은 한라산 쪽으로 올라오고 있지만 예방주사, 항공방재, 고사목제거 등의 방법으로 방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한라산둘레길을 가장 좋아합니다. 해발 600~800고지 국유림지대에 일제강점기에 병참로로 이용했던 곳을 숲길로 조성했어요. 뜨거운 햇빛을 피할 수 있고 조용히 사색을 하면서 걸을 수 있어서 좋아요.” 한라산을 한 바퀴 도는 약 80km 되는 한라산둘레길이 올레길과는 별개로 조성됐다. 너무 알려지게 되면 사람에 치여 조용히 명상하는 분위기가 방해받을까 염려도 비췄다. 한라산도 적정수용인원을 조사해 예약제로 운영하려 연구용역 중인데 결과가 나오면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일과 여가나 취미를 겸할 수 있는 부서인 듯해서 ‘산림관련 부서와 한라산에서 근무하셨으니 등산을 많이 하셨겠어요?’라고 질문했더니 큰 웃음을 터뜨리는데 사연이 있었다.

“고등학생 때 어리목지구에서 야영을 했던 추억이 있어요. 산을 좋아하지만 마음만 있었지 실제는 1년에 한두 번 밖에 산에 가지 못했습니다. 산림부서에 근무를 하다보면 365일 사무실에 출근할 일이 많습니다. 1년 중 6개월은 산불근무를 해야지, 최근에 도내에 재선충병이 창궐하면서 방제현장을 뛰어다녀야지…. 그렇다보니 취미나 여가생활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한라산에 근무하게 됐으니 업무 때문이라도 현장을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한라산을 올라야겠지요. 퇴임 후에는 전국에 있는 유명한 산을 다 다녀볼 생각입니다.”

이 소장은 공무원 정년을 3년 앞두었다. 한라산관리소장으로서 마지막 공직을 수행하니 각오가 남다를 만하다.

“이제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만 세계유산에 걸 맞는 시책들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한라산국립공원 향후 1,000년 앞을 내다볼 수 있는 보호, 관리, 발전방안을 수립 중에 있습니다. 이 계획을 통해서 한라산의 핵심가치, 비전, 전략 등 초장기 미래비전을 제시하게 될 것입니다. 이른바 <한라산국립공원 천년대계 수립>인데요, 한라산은 2천여 종의 다양한 식생이 분포하고 있고, 화산활동으로 독특한 자연지형을 갖고 있어 국내법으로는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고, 유네스코에서는 생물권보전지역 등 국제4대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전 세계에서 유일한 지역입니다.”

임기 중 수행해야 할 최우선 과제가 바로 귀중한 자연자산의 가치를 높이고 이를 온전하게 보전해 미래 세대에게 물려 줄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천년대계사업이라는 설명.

“1,000년이라는 시간은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먼 미래의 이야기겠지만 한라산의 탄생이 180만 년 전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1,000년이란 시간이 그리 긴 시간이 아닙니다. 귀중한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이 바로 한라산국립공원 천년대계사업일 것입니다.”

천년대계! 세계유산!

이 묵직한 단어들에 절로 한라산을 찾는 이들에게 당부의 말이 있는지 묻게 됐다.

“한라산국립공원에서는 한라산생태보전과 지하수 오염방지를 위해 1회용 도시락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 탐방객의 안전을 위해 탐방로 입구에서부터 구두나 슬리퍼를 착용하거나 화기를 소지한 사람에 대해 입산금지 등 안전산행 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음주산행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 술병을 원천 반입 금지할 계획이고, 흡연자에 대해서도 연행보다 더 강력한 규제를 할 방침입니다. 끝으로 탐방로 외 무단 입산자에 대하여는 특별히 강력단속을 실시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으니 불법행위가 발생되지 않도록 협조 부탁드립니다.”

세계유산으로 가치가 높아진 만큼 다른 산에 비해 규제가 엄격하지만 이견이 없을 수밖에…. 이 외에도 현재 한라산에서는 컵라면을 팔지 않고 있다. 당연히 누리던 편의를 박탈당했다 생각하지 말고 일회용도시락과 컵라면 이용하지 않기에 동참하는 것만으로도 수준 높은 등산문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식을 전환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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