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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산악인 출신 국립공원관리공단 신임 이사장  권경업

다 같이 국립공원에 대해 이야기합시다

 

 글 · 민은주 기자  사진 · 신준식 기자

 

산악인 출신 국립공원관리공단 수장이 탄생했다. 11월 30일 취임식을 가진 권경업 14대 이사장은 1977년 설악산 토왕성빙폭을 두 번째로 등정하고 1982년 히말라야 파빌봉 원정 당시 등반대장으로 활약했던 전문 산악인이자 본지에 백두대간 연작시 60여 편을 연재하고 다수의 시집을 발간한 산악시인이기도 하다. 또한 그는 부산지역 최초 노인 무료급식소를 세운 사회사업가로 비영리단체 '아름다운사람들'의 이사장을 맡아 2011년 네팔 토토하얀병원, 2015년 라오스 자선모자병원, 올해 2번째 라오스 자선모자병원을 세운 바 있다. 산에 대한 체험적 성찰과 오랜 사회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그가 그리는 국립공원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지, 원주에 위치한 국립공원관리공단(이하 관리공단) 본부 청사를 찾아 인터뷰를 가졌다.

국립공원은 미래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

“바쁘게 보냈습니다.” 취임 보름 차, 기대와 염려가 교차하는 대중의 관심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건만 치악산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본청 사무실에서 만난 권경업 이사장은 오랜 작업복을 찾아 입은 듯 편안하고 여유 있는 모습이다. 신임 이사장으로서 업무보고를 받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묻자 그는 “내가 그동안 관리공단에 대해 잘 몰랐다는 걸 알게 됐다”는 솔직한 고백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얼마 전 2017년 성과평가회를 가지면서 많이 놀랐어요. 근 50년 동안 등산가 입장에서 국립공원을 대하다가 막상 관리하는 입장에 서니 그동안 피상적으로 알던 것들이 무겁게 다가오더군요. 관리공단은 제 예상보다 훨씬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고도로 과학적이고 방대한 조직이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국립공원을 지키기 위해 힘쓰고 있구나, 감동받기도 했고요.”

일상 속에 마주하는 관리공단의 역할은 국립공원에서 시설을 관리하고 불법행위를 단속하는 일이다. 사실 관리공단은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그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한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건전한 탐방문화를 확립하고, 자연생태계와 자연·문화경관을 조사, 연구 및 보전하며, 생물종다양성 증진을 위한 야생 동식물을 복원 및 증식하고 멸종위기종과 보호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불만은 현재, 성과는 미래에 나타나는 조직”이라는 권 이사장의 설명이 납득되는 부분이다.

“문명이 고도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자연에게 무한한 희생을 강요해왔습니다. 우리시대 국립공원은 자연의 주권이 보장된 최소한의 공간에 불과하지요. 국립공원을 보호하는 것은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마지막 보루를 지킨다는 의미입니다.”

스스로를 “환경우선주의자”라고 칭하는 권 이사장은 국가의 생태가치를 높이고 자연과 사람이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21개의 국립공원의 미래를 치열하게 지키는 것이 공단의 역할이라고 설명한다. 지리산 반달곰 48마리 관리 대책 및 중장기 로드맵을 2018년 관리공단 주요 사업으로 꼽은 그는 “지리산 반달곰은 우리 땅 안에서 자연이 자연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획기적인 사건”이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다양한 소통 창구 마련

“자연은 원래 위험하고, 산악활동의 결과는 선택 당사자의 책임이라는 것이 저를 비롯한 모든 산악인들이 공유하는 자세입니다. 그런데 실제 국립공원에서 사고가 생겼을 때는 배상소송 등을 통해 국가에게 책임을 묻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관리공단이 국립공원 운영을 보수적으로 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지요. 국립공원에서의 자유는 국민들의 성숙도와 함께 나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과도하게 안전중심인 국립공원 운영에 대해 산악계는 오랫동안 반발해왔다. 권경업 이사장은 첫 산악인 출신 국립공원 수장에게 거는 산악계의 기대를 잘 안다. 그렇다고 관리공단이라는 거대조직이 신임 이사장의 의중 하나로 좌지우지될 수는 없는 일이다. 국립공원을 배경으로 한 사회갈등 및 산악계와의 의견대립에 대해 권 이사장은 소통을 통한 사회적 합의를 해답으로 내놓는다.

“국립공원을 둘러싼 여러 논쟁에 대해 저는 우선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관이 주도해서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단, 전문가집단, 이용자집단, 학계 등 사회각층이 세미나와 공청회 등으로 충분한 토론을 거쳐 공감대를 형성하고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나갈 수 있도록 이사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권경업 이사장은 국립공원의 생태가치를 보호하고 계승하는데 산악인들의 전문성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산악인들을 통제와 감시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소중한 국립공원을 함께 지켜나가는 협력자로 명예로운 위치에 올려놓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는다. 현재 관리공단은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문제를 비롯한 여러 첨예한 갈등의 중심에 있다. 과연 권 이사장이 국립공원을 둘러싼 각종 대립양상을 봉합하고 환경보전이 가능한 토대를 마련하여 지속가능한 사회문화로 정착시킬 수 있을지, 그 리더십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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