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파타고니아 3대 봉우리 완등에 도전하는  최석문·이명희 부부

16년 만에 그대와 함께, 파타고니아

 

글 · 민은주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2017년 12월 8일, 세 명의 등반가가 파타고니아(Patagonia)로 떠났다. 최석문(노스페이스), 이명희(노스페이스), 문성욱(쎄로또레), 한국을 대표하는 클라이머이자 오랜 지기지우인 이들은 45일 동안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산군에서 세로토레(Cerro Torre), 피츠로이(Fitz Roy), 포인세노트(Poincenot) 등을 등반할 예정이다. 2007년 파이네 중앙봉(Torre Centrale Del Paine, Ⅵ, 5.11c, A1)을 한국 초등한 최석문씨와 2008년 파이네 중앙봉, 2012년 피츠로이 정상에 올랐던 이명희씨는 이번 원정을 성공하면 파타고니아 3대 봉우리를 모두 완등하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2001년 결혼 이후 최초로 부부가 함께 나선 고산거벽원정길이기도 하다. 출국을 며칠 앞둔 최석문·이명희 부부를 만나 파타고니아에 임하는 각오를 들었다.

 

부부가 함께 파타고니아 3대 봉우리 완등 도전

“드디어 때가 된 거지요.” 16년 만에 고산거벽을 동행하는 부부의 표정이 평온했다. 2001년 카라코람 멀티4 등반을 함께 했던 최석문·이명희 부부는 그해 12월 백년가약을 맺고 2002년 아들 최보건을 얻은 이후 단 한 번도 알파인 등반을 함께 나서지 않았다. 행여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부모 중 한 명은 무사해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16년 동안 부부는 제각기 첨예하고 눈부신 등반을 했다. 이명희씨는 2008년 파타고니아 파이네 중앙봉 여성팀 세계초등, 2009년 설악산 적벽 에코·독주길 자유등반, 2012년 파타고니아 피츠로이 한국여성초등을 해냈고 2015년 아이스클라이밍월드컵 2위를 기록하는 등 다방면에서 눈부신 성과를 보였다.

2007년 파타고니아 파이네 중앙봉을 한국최초로 오른 최석문씨는 2008년 파키스탄 카라코람 바투라2봉 초등, 2012년 마운트 헌터 북벽 변형루트 개척, 2016년 네팔 강가푸르나 신루트 개척, 2017년 인도 다람수라 북서벽 신루트 개척 등에 성공하고 2016년 아시아황금피켈상, 2017년 유럽황금피켈 특별상 등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전천후 등반가로 자리매김했다.

비록 극한등반을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가정을 꾸리고 아들을 키우며 서로의 등반을 지지하는 최고의 파트너로 살아온 이들이 16년 만에 드디어 알파인 등반에 함께 나선다. 목적지는 바로 파타고니아다.

“결혼 후 6년 만에 처음 떠났던 해외원정이 남미 파이네 중앙봉이었어요. 십년이 지나 이제 부부가 함께 파타고니아를 다시 가게 되다니 감회가 정말 새롭습니다.”

남편의 소감을 들으며 이명희씨가 배시시 웃는다. “사실 이번 해외등반은 남편 차례였는데 제가 욕심을 부려서 합류하게 됐어요. 전 이번으로 세 번째 파타고니아 원정이에요.” 이명희씨와 세로토레의 인연은 깊다. 10년 전 그와 이명선(골수회), 한미선(한산악회), 여성산악인 세 명으로 이뤄진 ‘2008 파타고니아 드림 원정대’는 칠레 파이네 중앙봉(Torre Centrale Del Paine·2,800m)을 초등루트로 등정하고 원정기간이 15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르헨티나 세로토레로 이동했다. 등반 기회가 단 한번밖에 없다는 걸 알기에 세로토레 등반을 밀어붙인 이들은 폭설과 강풍으로 4일 동안 하단 벽에 고립됐다가 5일 만에 탈출하게 된다. 5년 전에는 한미선, 채미선과 함께 ‘2012 한국산악회 여성 파타고니아 원정대’를 꾸려 아르헨티나 세로토레(Cerro Torre)와 피츠로이(Fitz Roy)로 떠났다. 일명 ‘콤프레서 루트’라고 불리는 세로토레 남동릉 루트(1,200m, 5.10, A2, AⅠ3)를 오를 계획이었으나 원정대 도착 며칠 전 루트훼손으로 등반이 불가능하게 됐다. 결국 원정대는 2차 대상지인 피츠로이만 등정하고 돌아왔다.

계획대로 풀리지 않은 등반은 기나긴 기다림으로 남는다. 쉽게 기회가 오지 않는 세로토레 등반, 이명희씨가 이번에는 꼭 올라가고 싶다는 마음을 밝힌다. “알파인 스타일을 기본으로 암벽과 빙벽등반을 모두 준비해서 갑니다. 루트나 등반조건을 따지기 보단 현지상황에 맞춰 무엇보다 올라가는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세로토레, 피츠로이, 인생의 정수를 만끽하기 위하여

파타고니아는 멀다. 지구 반대편 남아메리카 대륙의 남단, 그 까마득한 물리적 간극만큼 마음의 거리도 아득하다. 예측 불가능한 악천후와 악명 자자한 강풍, 괴물의 이빨처럼 무시무시한 생김새는 어떠한가. 접근이 어렵고 정보가 부족하며 연중 등반 가능한 날씨도 희박한 파타고니아는 우리에게 여전히 멀고도 낯선 등반지다.

실패확률이 높은 등반지를 굳이 찾아가는 이유를 묻자 “그게 바로 파타고니아의 매력이에요” 부부가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들이 파타고니아에서 추구하는 것은 그저 고난만이 아니다. 파타고니아 3대 봉우리 완등이라는 아찔한 성과 역시 최종 목표가 아니다. 부부는 등반의 정수를 만끽하고자 파타고니아에 간다.

“파타고니아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에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그 산을 오를 수 있는 것은 커다란 행운입니다.” 그들은 세로토레와 피츠로이 정상에 오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독한 바람과 거친 자연 속에서도 매순간 행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파타고니아도, 거기 오르는 클라이머 부부의 인생도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

 

저작권자 © 사람과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