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타왕복드국립공원 포타닌빙하 트레킹 (상)

 

하늘길이 뚫렸다. COVID-19의 재앙으로 인해 지난 3년간 전 세계의 ‘이동’이 멈췄다가 이제야 국제선 항공기에 제대로 급유가 이뤄지고 해외여행이 재개되었다. 우리나라 여행자들이 많이 찾던 몽골도 마찬가지. 6월부터 무비자입국이 가능해져 ‘여행투어’ 백명기 대표와 몽골현지 여행사 ‘TOUR BASECAMP’의 최정용 대표(단국대 산악부 82학번)의 기획으로 몽골에서도 오지인 알타이산맥의 타왕복드국립공원과 시르갈국립공원을 탐사했다.

글 사진 · 정종원  기자  협찬 · (주)여행투어, TOUR BASECAMP

 

광활한 타왕복드 포타닌빙하를 오르고 있다. 오른쪽 봉우리가 몽골 최고봉인 후이뜽이다.
광활한 타왕복드 포타닌빙하를 오르고 있다. 오른쪽 봉우리가 몽골 최고봉인 후이뜽이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칭기스칸국제공항에 도착하니 최 대표와 부사장 어트겐젠드시(어기), 가이드 짜르갈마와 엥호톨이 한국어로 인사하며 반갑게 맞아준다. 수년간 한국생활을 했던 짜르갈마와 엥호톨은 우리말 소통에 불편이 없었다.     

 

비포장길 220km를 달려 도착한 차강골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서쪽으로 2000km쯤 떨어진 알타이산맥의 타왕복드국립공원은 러시아와 중국에 걸친 국경지대에 있다. 칭기스칸 공항에서 다시 몽골 국내선을 이용, 1700km 더 날아가 비양울기공항에 내렸다. 2시간 30분 걸렸다. 비양울기공항은 우리나라의 어지간한 버스터미널보다 작고 아담했다. 현지에서는 만능가이드 누르백(25세)과 그의 약혼녀 자비라, 아버지 자나르백, 어머니 딜다까지 온 가족이 마중을 나왔다. 우리는 울기 시내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 후 터키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인구 10만 명인 울기는 카자흐스탄족이 95%로 카자흐스탄어를 사용해 신기했다.

 

비포장길을 달려 차강골로 가는 길.그림 같은 하늘에 더 그림 같은 구름이 두둥실거린다.
비포장길을 달려 차강골로 가는 길.그림 같은 하늘에 더 그림 같은 구름이 두둥실거린다.

 

빙하트레킹을 마친 베이스캠프. 가이드 누르백이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운다.
빙하트레킹을 마친 베이스캠프. 가이드 누르백이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운다.

 

6월 7일, 4륜구동 지프 랜드크루져 두 대와 러시아산 4륜구동 푸르공 한 대에 짐을 싣고 출발했다. 러시아산 자동차를 처음 본 터라 요리조리 살폈다. 외모는 감성적으로 나무랄 데가 없었는데, 비포장길에서 모든 충격을 고스란히 몸에 전달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타왕복드국립공원 입구인 차강골까지는 220km의 비포장길이어서 7시간 이상 달려야 하는데, 가끔 차량에 이상이 발생해 점검하고 문제가 생겨 도로가에 서 있는 차량을 돕고 하느라 시간이 훨씬 더 걸렸다. 차강골이 가까워질수록 야크와 양, 염소, 말 등을 치는 다양한 유목민을 보면서 사납고 험한 비포장길을 달렸다.

 

차강골의 염소와 양. 우리에서 어미 양과 염소를 분리해 내쫓는 중이다.
차강골의 염소와 양. 우리에서 어미 양과 염소를 분리해 내쫓는 중이다.

 

차강골은 ‘하얀 강’이라는 뜻으로, 알타이산맥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생긴 우유빛깔의 강이다. 해질 무렵에야 도착한 차강골은 세 가구가 사는데, 주민이 거주하는 게르 한 동을 빌리고 양 한 마리를 구입해 저녁파티를 준비했다. 게르 옆에는 10인용 거실 텐트를 하나 세웠다. 해발 2,400m에 위치한 차강골이어서 해가 떨어지니 기온도 급격히 내려가서 염소와 양떼를 우리에 가두느라 주민들의 손길이 바빴다. 일손이 부족한 터라 꼬마아이들도 나무막대를 들고 양몰이를 거드는 시늉을 했다.
 

수북하게 쌓인 야크 똥. 나무가 귀한 이 지역의 주요 연료다.
수북하게 쌓인 야크 똥. 나무가 귀한 이 지역의 주요 연료다.

 

양고기로 몽골의 전통음식 허르헉을 만들고 있다.
양고기로 몽골의 전통음식 허르헉을 만들고 있다.

 

몽골의 전통 음식인 허르헉. 달군 돌멩이로 익힌 것이다.
몽골의 전통 음식인 허르헉. 달군 돌멩이로 익힌 것이다.

 

왼쪽부터 가이드 누르백과 약혼자 자비라. 누르백의 아버지 자나르백.
왼쪽부터 가이드 누르백과 약혼자 자비라. 누르백의 아버지 자나르백.

 

이번 원정에 쿡(cook)으로 합류한 누르백의 어머니 딜다. 한국에서 먹는 듯 맛있었다.
이번 원정에 쿡(cook)으로 합류한 누르백의 어머니 딜다. 한국에서 먹는 듯 맛있었다.

 

달군 돌멩이로 익힌 ‘허르헉’과 칭기스칸 보드카

그러는 새 어느 정도 캠프가 구축되고 게르 안에서는 몽골전통 음식인 ‘허르헉’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허르헉은 단단한 돌멩이를 불에 달군 후 큰 솥에 달군 돌멩이와 양고기를 넣고 익히는 방식이어서 만드는데 3시간쯤 걸린다. 험한 길로 차강골까지 오느라 고생한 팀원과 마을주민이 함께 허르헉과 칭기스칸 보드카로 환영파티를 즐겼다.

 

낙타 세 마리에 짐을 싣고 베이스캠프로 향하는 포터팀. 낙타 한 마리에 240kkg의 짐을 실을 수 있다.
낙타 세 마리에 짐을 싣고 베이스캠프로 향하는 포터팀. 낙타 한 마리에 240kkg의 짐을 실을 수 있다.

 

다음날 아침, 낙타 세 마리에 각각 짐을 싣고 타왕복드 베이스캠프로 향했다. 낙타는 보통 한 마리에 240kg의 짐을 실을 수 있다. 다섯 개의 신성한 봉우리를 지닌 알타이 타왕복드는 1996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몽골어로 ‘타왕’은 다섯, ‘복드’는 칸 즉 군왕을 일컫는다. 즉 ‘다섯 개의 큰 봉우리’란 뜻이다. 몽골에서는 해발 2,000m 이상 되는 큰 산의 봉우리에 복드란 이름을 붙인게 많다.

다섯 봉우리 중 ‘후이뜽(KHUITEN, 4,374m)’이 몽골 최고봉으로, ‘추위’라는 뜻을 지녔다. 알타이산맥 전체의 최고봉은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경계에 솟은 벨루하산(4,506m)이다. 차강골에서 베이스캠프까지는 18km쯤으로, 천천히 걸어서 8시간이면 닿는다. 트레킹 내내 파란하늘 아래 하얀 설산과 드넓은 초원 위로 다양한 야생화가 피어 있어 황홀했다. 잃어버린 시력을 되찾는 기분이었다.

 

빙하트레킹에 앞서 개인장비를 착용 중이다. 이후 누르백이 선두에 나섰다.
빙하트레킹에 앞서 개인장비를 착용 중이다. 이후 누르백이 선두에 나섰다.

 

크레바스를 피해 조심스레 포타닌빙하를 지나고 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안자일렌을 했다.
크레바스를 피해 조심스레 포타닌빙하를 지나고 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안자일렌을 했다.

 

천천히 고도를 높이니 습지대인 넓은 평지가 나왔다. 마른 곳을 찾아다니며 작은 시내를 여러 번 건넜다. 중간쯤 도착했을 때 멀리서부터 카라반 팀이 낙타를 몰고 와서 도시락을 건네줬다. 울기 현지 가이드인 누르백의 어머니 딜다가 스파게티에 말고기를 갈아 넣어 만들었다는 도시락은 맛이 좋고 허기를 달래는데 최고였다.

 

베이스캠프로 오르는 길. 알타이산백의 설산과 온갖 야생화가 만발해 눈호강이 대단했다.
베이스캠프로 오르는 길. 알타이산백의 설산과 온갖 야생화가 만발해 눈호강이 대단했다.

 

베이스캠프(해발 3,100m)에 도착하니 누르백이 먼저 와서 캠프사이트를 구축해 두어 편히 쉴 수 있었다. 캠프사이트 앞으로는 다음날 트레킹 할 포타닌빙하와 바로 옆 알렉산더빙하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어 장관이었다. 밤새 바람이 세게 불어 텐트가 펄럭였다. 새벽 4시에 텐트에서 나와 보니 멀리 동이 트고 있었다. 하늘은 무척 맑은데 강한 바람이 불었다. 걱정이 되었지만 무슨 소용이랴. 다시 침낭으로 들어갔다.     

크레바스에 빠져 구조를 요청하는 장면을 연출 중인 짜르갈마. 덕분에 모두 크게 웃었다.
크레바스에 빠져 구조를 요청하는 장면을 연출 중인 짜르갈마. 덕분에 모두 크게 웃었다.

 

크레바스 사이로 트레킹을!

일어나니 부사장 어기가 된장국과 김치찌개로 아침을 차려놓았다. 어기는 최정용 대표의 ‘SKY한식당’ 매니저이기도 하다. 9년간의 최장기 근무로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이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서둘러 후이등봉 만년설 아래에 깔린 포타닌빙하 트레킹에 나섰다. 타왕복드에는 10개 이상의 빙하가 있는데, 그 중 포타닌빙하가 15km로 가장 길다. 19세기 후반 러시아 지리학자 겸 탐험가 그리그 포타닌(1835∼1920년)이 발견하고는 포타닌빙하라 명명했다. 베이스캠프를 출발한 지 1시간 반쯤 지나 포타닌 빙하 시작점에서 벨트와 크램폰을 착용하고 안자일렌을 한 후 누르백이 선두에 나섰다.

가이드 누르백은 지금 최고의 전성기로, 후이등을 32번이나 등정했다. 빙하에 크레바스가 있어서 최 대표와 누르백은 조심스레 루트 파인딩을 하며 천천히 올랐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누르백 아버지 자나르백은 몽골을 대표하는 유명한 산악인이었다. 후이등봉을 무려 105회나 등정했다고 한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전성기 때 몽골대통령을 모시고 후이등 등반을 했으며, 한번에 56명까지 등정시키기도 했다. 후이등봉을 등정하려면 포타닌빙하를 건너 전진캠프를 설치하고 다음날 등정하는 코스다. 아쉽지만 우리는 정상을 다음으로 미루고 빙하 상단까지 올라 후이등봉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는 설원에 누워 주변 봉우리를 감상했다.

누르백은 약혼녀 자비라와 신혼여행을 온 듯 셀카 삼매경이다. 다시 빙하를 내려서서 작은 크레바스 옆으로 이동했다. 크레바스에서 구조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싶었던 대한산악연맹 조병묵 전무가 몽골가이드인 짜르갈마에게 작은 크레바스에 빠져보라고 부탁했다. 짜르갈마는 싫다고 투덜대더니 또 기꺼이 연출에 응하며 모든 사람의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초원의 습지대엔 이렇게 빙하가 녹은 물이 시내를 이루고 있다.
초원의 습지대엔 이렇게 빙하가 녹은 물이 시내를 이루고 있다.

 

차강골 아이들의 맑은 미소. 차강골의 깨끗한 자연을 닮았다.
차강골 아이들의 맑은 미소. 차강골의 깨끗한 자연을 닮았다.

 

베이스캠프로 무사히 돌아와 허르헉과 보드카로 마지막 캠프의 밤을 보냈다. 타왕복드 베이스캠프는 여름 시즌이면 어느 히말라야 캠프처럼 텐트촌을 이룬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우리가 전세를 냈다. 다음날 아침 캠프를 철수하고 다시 차강골로 내려섰다. 우리는 팀을 나눠 한 팀은 짐을 실은 낙타와 함께, 다른 팀은 걸어서 하산하기로 했다. 그런데 도보팀이 차강골에 도착하고도 1시간 이상을 더 기다리고야 낙타팀이 하산했다. 이유를 물으니 낙타가 베이스캠프 옆의 말친봉으로 도망가서 잡아오느라 애를 먹었고, 짐을 싣는데 짜증내는 낙타와 주인의 실랑이로 인해 많은 시간이 지체되었다고.

 

포타닌빙하에 선 TOUR BASECAMP 임직원들. 왼쪽부터 가이드 짜르갈마, 최정용 대표, 부사장 어트겐젠드.
포타닌빙하에 선 TOUR BASECAMP 임직원들. 왼쪽부터 가이드 짜르갈마, 최정용 대표, 부사장 어트겐젠드.

 

낙타의 짐을 다시 지프에 옮겨 싣고 다음 목적지인 시르갈국립공원으로 서둘러 떠났다. 하지만 언제쯤 도착할지…, 길이 멀고도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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