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숲길_쇠머리오름

섬 하나가 오름 하나

쇠머리오름

 

글 사진 · 이승태 편집위원 

 

180만평이나 되는 화산섬인 우도는 여의도 면적의 세 배쯤 되는 넓이지만 살고 있는 주민은 채 2000명이 안 된다. 하지만 주민 수의 몇 배나 되는 많은 관광객이 매일 우도를 찾기에 언제나 활기차다. 어업과 농업을 겸하지만, 땅이 워낙 비옥하다보니 아이러니하게 섬이면서도 수산물 수익보다는 땅콩을 비롯해 마늘, 양파 등 농산물 수익이 더 많은 곳이 우도다. 이처럼 흥미로운 우도의 남쪽 끝에 쇠머리오름이 새하얀 등대를 머리에 이고 서 있다.

 

 

굼부리 안에 알오름 가진 이중화산체

성산항에서 배로 10분 남짓이면 닿는 우도는 소가 머리를 들고 누운 모양이라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 하늘에서 보면 향수병처럼도 보이는 약간 통통한 형태지만 본섬에서 보는 우도는 성산일출봉 쪽으로 머리를 치켜들고 헤엄쳐 가는 뱀 같기도 하다. 해발고도가 132.5m고 오름 자체의 높이도 127m로 비슷하다. 

쇠머리오름은 누운 소의 머리, 즉 섬머리에서 하얀 등대와 함께 파수꾼마냥 우도를 내려다보고 있다. 오름 굼부리의 북서쪽 화구벽을 터뜨리며 흘러간 용암은 북쪽으로 넓고 길게 퍼져나가며 우도를 만들었다. 그러니까 우도가 곧 쇠머리오름과 그 흔적인 것이다. 정상부의 등대 앞에 서면 이 점을 또렷이 확인할 수 있다. 오름의 남동쪽은 제주에서도 가장 거칠고 날카로운 해안단애가 발달했다. 높이 100m가 넘는 이 절벽지대를 따라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감이 느껴지는 시커먼 구덩이와 동굴 같은 게 여럿이다. 그 중 굼부리의 동북쪽 검멀레해변의 것은 ‘고래 콧구멍’이라고도 하는 ‘동안경굴’로, 동굴음악회가 열릴 정도로 내부가 넓다. 보름에 한 번 꼴로 물때가 맞아떨어지면 길이 열려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넓고 완만하게 기운 굼부리 안에는 화구호 대신 직사각형의 커다란 우도저수지가 들어앉았다. 우도 사람들의 유일한 식수원이다. 저수지의 남서쪽에 봉긋한 봉우리 하나가 솟았는데, 자락부터 꼭대기까지 무덤으로 가득한 이곳이 쇠머리오름의 알오름이다. 그러니까 쇠머리오름은 굼부리 안에서 또 화산이 폭발한 이중화산체인 것이다.

 

 

제주 본섬 조망에 으뜸

탐방로는 단순하다. 동북쪽 검멀레해변이나 남서쪽 우도봉공원에서 능선을 따라 우도등대까지 갔다가 반대쪽 능선을 따라 내려서면 된다. 길게 계단이 놓인 검멀레해변 쪽에서 올랐다면 능선에서 오른쪽부터 가는 게 좋다. 그 능선에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거기서 또 다른 우도의 풍광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쪽이 깎아지른 절벽을 이루고, 서쪽은 완만한 굼부리를 이룬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길이 이어진다. 정상에는 두 개의 등대가 우뚝 섰다. 그 중 하얗고 낮은 것은 1906년 3월에 무인등대로 점등된 등탑으로, 바로 옆에 새 등대가 세워지며 2003년에 폐지되어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새 등대의 1층은 ‘우도등대홍보관’으로 꾸며졌다. 우리나라 등대문화와 역사, 유물 같은 게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어서 둘러보는 재미가 좋다. 

등대 앞에 서면 북쪽으로 점점 낮아지는 우도가 손바닥처럼 훤히 보인다. 짙푸른 해안선이 둘러싼, 넓게 펼쳐진 섬의 곳곳에 붉고 푸른 지붕에 덮인 마을이 풍요로운 들판을 품고 보석처럼 박혔다. 

쇠머리오름은 제주 본섬을 조망하기에도 최고의 장소다. 남쪽으로 바다를 향해 돌진하는 코뿔소를 떠올리게 하는 성산일출봉과 바닷가에 솟은 삼각뿔, 지미봉이 먼저 눈길을 끈다. 그 뒤로 군더더기 없이 잘 빠진 사다리꼴 몸매의 다랑쉬와 펑퍼짐한 모양의 신선로를 닮은 말미오름, 송당리의 맹주 높은오름, 지미봉과 데칼코마니를 이룬 둔지봉 등 숱한 오름을 품은 한라산이 배경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내려설 때는 올랐던 길의 반대쪽을 택하면 된다. 쇠머리오름 탐방은 서두르면 한 시간, 쉬엄쉬엄 걸어도 두 시간이면 넉넉하다. 쇠머리오름을 포함한 우도 전체를 둘러보려면 제주올레 1-1코스인 ‘우도올레’를 따르는 게 고다. 우도지석묘와 돌칸이해변, 비양도, 하고수동 백사장, 홍조단괴해변 등 우도가 가진 보석 같은 풍광을 속속들이 품고 지난다. 총 11.3km로 다섯 시간쯤 걸린다. 

쇠머리오름 남쪽의 단애 일대를 둘러볼 수 있는 보트투어도 빼놓을 수 없다. 우도팔경 중 제1경이라는 ‘주간명월’을 볼 수 있는 동굴을 탐험하고, 배의 바닥이 유리여서 바닷속 감상도 할 수 있다. 보트투어는 서빈백사해변 쪽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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